입력 : 2011.04.15 03:05
건설사 자금난이 보통 심각한 게 아니다. 최근 만기가 도래한 회사채나 PF대출(프로젝트파이낸싱·대규모 부동산개발 사업 관련 대출)을 갚으려고 또 다른 회사채 또는 기업어음(CP)을 발행하거나 자산 매각에 나서는 건설사가 급증하고 있다. 주택경기 침체에 따른 극심한 불황 탓에 부채상환 능력이 떨어지자 회사 운용자금을 '돌려막기'식으로 마련하는 것이다.
롯데건설은 지난 13일 3500억원 규모의 3년 만기 회사채를 발행했다. 기존에 발행했던 회사채(약 2725억원)와 CP(500억원)를 상환하는 데 쓰기 위해서였다. 나머지 275억원도 만기가 임박한 카드 결제에 쓸 계획이라고 롯데건설은 밝혔다.
코오롱건설은 오는 19일 500억원 규모의 채권을 발행, 단기차입금을 갚을 계획이다. 코오롱건설은 올 들어서만 이런 방법으로 만기 도래한 회사채 5500억원을 모두 상환했다. 다음 달까지 모두 2300억원의 채권 만기가 돌아오는 한화건설도 오는 21일 같은 금액만큼의 회사채(3년 만기)를 다시 발행하기로 했다.
회사가 보유한 계열사 지분이나 사업장 부지 등 자산을 매각해 '군살 빼기'에 들어간 건설사들도 많다. 코오롱건설은 작년 11월 경기도 과천의 코오롱타워 본관 지분 20%를 180억원에 매각한 데 이어 지난 2월에는 코오롱글로텍 주식 32만여주를 304억원에 처분했다. 동부건설은 지난 1월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서울시 용산에 있는 1271억원 상당의 사업부지를 동부생명에 팔았다.
중견건설업체 D사 경영기획실장은 "건설경기가 회복될 때까지 회사가 살아남기 위해선 팔 수 있는 건 모두 팔아 현금을 확보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장은 "주택시장이 살아나 중견 건설사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가 살아나지 않는다면 자금 압박이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라며 "우량 건설업체에 한해서라도 자금난에 '숨통'을 틔워 줄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