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1.03.17 03:02
전세 올라 매수심리 자극… 수도권서도 분양 적극 나서
청약 열기 뜨거운 부산선 떴다방까지 등장 '북새통'… 일부 건설사는 "지켜볼것"
지난 2월 초 서울 잠실의 한라건설 본사 회의실엔 좀처럼 보기 드문 광경이 연출됐다. 경기 김포한강신도시에서 분양을 앞둔 반도·대우·한라건설 등 5개 건설사 분양실무팀이 한자리에 모인 것. 이들의 고민은 똑같았다. '지금 분양해도 성공할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반도건설 관계자는 "당시 수도권의 전반적인 분양 경기가 좋지 않았었다"고 말했다.
2시간여에 걸친 토론 끝에 내린 결론은 합동분양이었다. 5개 건설사 4700여 가구를 비슷한 시기에 공급하자는 것. 경기 침체기에 합동분양이 성공한 경우가 종종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분양 시장이 냉각됐던 2009년 5월 인천 청라지구에서 5개사가 합동분양으로 청약 대박을 터뜨리면서 수도권 분양 경기 회복의 불을 지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김포지역 미분양이 작년 9월 이후 3분의 1 이상 줄었고 전세난이 계속되면서 분양 수요도 살아나고 있어 승산이 있을 것으로 봤다"고 말했다.
◆건설사들 속속 분양준비 나서
작년 말 이후 얼어붙은 새 아파트 분양 시장이 봄 시즌을 맞아 모처럼 큰 장이 설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부동산114 김규정 본부장은 "이달부터 5월까지 건설사들이 전국에서 분양할 신규 아파트는 7만여 가구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70%쯤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5월까지 서울에서 1만8000여 가구, 경기도에서 4만8000여 가구가 분양 시장에 선보일 예정이다.
포스코건설은 5년8개월 만에 처음으로 서울(성동구 행당동)에서 분양을 준비 중이고, 삼성물산과 GS건설·롯데건설도 각각 마포구와 성동구 등 입지가 좋은 곳에서 500~1000가구 규모의 대단지를 내놓을 계획이다.
건설사들이 본격적으로 분양에 나서는 이유는 최근 들어 분양 경기가 조금씩 살아나고 있다고 판단해서다. 지난달 최고 5.3 대 1의 경쟁률로 1순위에서 청약 마감했던 부산 당리 푸르지오 모델하우스 앞에는 '떴다방(이동식 중개업소)'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대우건설 김태수 차장은 "서울에서 온 원정 떴다방이 지난해보다 배 이상 늘어났다"며 "수도권의 투자 심리가 최근 살아나는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세금이 뛰면서 집을 사자는 분위기가 나타나는 것도 건설사를 움직이게 하고 있다. 닥터아파트 이영진 이사는 "작년 하반기부터 분양을 하지 못한 대다수 건설사가 더 이상 미루기도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DTI 규제 부활에 촉각
하지만 일부 건설사는 여전히 조심스러워하는 모습이다. 실제로 올해 분양했던 아파트 21곳 중 청약을 마감한 단지는 7곳뿐이다. 대부분 부산과 광주, 경기 의왕시 등 예전부터 수요가 많았던 지역이다. 이 때문에 건설사들도 과거 분양 성적이 좋았던 인천 송도, 남양주 별내지구 등 인기 지역부터 사업을 시작할 계획이다.
건설사들은 3월 말로 끝나는 DTI(총부채상환비율) 규제 완화 여부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내외주건 김신조 대표는 "DTI는 실제 효과보다 더 큰 심리적 압박 요인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부는 아직까지 DTI 부활 여부를 결정하지 않고 있다. 박원갑 부동산1번지 연구소장은 "올봄 분양물량이 늘어나긴 하겠지만 금리 인상과 일본 대지진 등 외부변수가 많아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