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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은 전세난에 우는데… LH, 공공임대주택 29만채(분당 신도시 3배 규모) 못 짓고 있다

    입력 : 2011.03.09 02:58

    [LH "우리도 괴로워"] 1채 지을 때마다 9300만원 손해…
    "등 떠밀려 임대주택사업 나섰다가 33조3000억원 금융 부채만 쌓여"
    정부 '보금자리 올인' 정책도 문제… 임대주택 건설은 뒷전으로 밀려나

    8일 경기도 성남시 중원동의 성남 여수 보금자리주택지구 현장. 총 89만2000㎡(27만평) 터에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절반은 분양 아파트를 짓고, 절반은 임대 아파트를 짓도록 계획된 곳이다. 높이 3m의 흰색 펜스로 둘러싸인 분양 아파트 현장은 지상 1층까지 골조가 올라갔고, 10여대의 타워크레인이 쉴 새 없이 공사자재를 옮겼다.

    그러나 이곳에서 10여m 떨어진 임대 아파트 현장은 정적이 흘렀다. 같은 지구인데도 요란한 건설중장비 소리는커녕 흙더미만 군데군데 쌓여 있었다. 현장에서 만난 LH 관계자는 "임대 아파트보다 1년 늦게 시작된 분양 아파트는 부지공사가 끝나고 건물도 착착 올라가는데 임대 아파트는 멈춰선 상태"라고 말했다.

    보금자리는 착착 올라가는데… 임대주택 부지는 흙먼지만… 경기도 성남시 중원동의 성남 여수 보금자리주택지구. 건설현장의 오른편은 타워크레인이 세워진 가운데 분양주택이 지상 1층까지 올라간 반면 임대아파트가 들어서는 왼편은 공사가 중단된 채 흙먼지만 날리고 있다. /이덕훈 기자 leedh@chosun.com

    이명박 정부가 공공주택을 분양 위주로 공급하면서 사업승인 후 착공하지 못한 임대주택은 29만 가구에 달한다. 이는 경기 분당신도시 주택(10만 가구)의 3배와 맞먹는 물량이다. 시중 전세금의 30~80% 선에 공급돼 전세금 상승을 막는 데 일조했던 공공임대주택의 감소가 최근 전세대란을 촉발시킨 도화선이 됐다는 지적이다.

    분양주택 건설에 밀려나는 임대주택

    지난달 24~25일 경기도 수원시 화서동의 국민임대주택 홍보관은 판교신도시 임대주택을 분양받으려는 청약자 2000여명으로 가득 찼다. 이 아파트는 최고 5.9대 1의 청약경쟁률을 기록했다. 다른 단지들도 마찬가지다. 작년 7월 이후 수도권에 공급된 공공임대아파트(8026가구)는 평균 3.08대 1의 청약률을 기록하며 인기를 끌고 있다.

    정작 정부 정책은 거꾸로 가고 있다. 임대주택 건설보다 분양 주택 공급에 매달리고 있다. 정부가 2008년 9월부터 분양 위주의 보금자리주택 정책을 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년간 임대주택단지에서 보금자리지구로 전환된 31곳에서 당초 5만5000가구 수준이던 분양주택은 8만여 가구로 늘어난 반면 임대주택은 2만 가구 이상 줄었다.

    정부 지원도 분양 주택에 쏠리고 있다. 올해 임대주택 건설 지원액(약 5조원)은 작년보다 25% 줄인 반면 분양주택 지원액(약 4조원)은 85% 늘었다.

    LH가 자금난으로 임대주택 건설을 꺼리는 것도 원인이다. LH는 현재 전용면적 62㎡ 국민임대주택을 1채 지을 때마다 9300만원씩 적자를 보고 있다. LH가 임대주택 사업으로 떠안은 부채만 33조3000억원이 넘는다.

    임대주택 줄어든 사이 전세금 급등

    우선순위에서 밀리다 보니 사업승인을 받고도 착공하지 않은 임대주택이 쌓이고 있다. 8일 LH에 따르면 현재 사업승인을 받고도 착공하지 못한 임대주택은 전국적으로 28만8531가구에 달한다. 이 가운데 3년 이상 '장기 미착공 물량'만 19만5814가구다. 이들 중 전세난이 심각한 수도권 물량이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이렇게 임대주택을 짓지 않는 사이에 전세금은 계속 뛰었다. 노무현 정부 5년간 집값은 뛰었지만 전국 전세금은 5.1% 상승하며 비교적 안정됐었다. 이명박 정부 들어서는 전세금이 3년 동안 14%가 올랐다.

    전체 주택 중에서 공공임대주택이 차지하는 비율은 우리나라는 5%다. OECD 평균(12%)과 비교하면 한참 떨어진다. 삼성경제연구소 박재룡 수석연구원은 "LH는 소형 분양과 임대주택을, 민간은 중대형 분양주택 위주로 공급하는 역할 분담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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