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1.02.12 03:00
[장사 잘되는 동네의 '옆동네'까지 상권 확산]
인기지역 임대료 등 치솟자 덜 비싼 인근에 가게 열어
주택가였던 부암동·가회동… 삼청동 영향에 '번화가' 변신
기업은행 신사동지점에서부터 신사동 주민센터까지 남북으로 700m 정도 길이인 가로수길은 3~4년 전부터 젊은 층의 유행을 선도하는 거리로 인기를 끌고 있다. 인기가 높아지면서 임대료가 치솟자 이를 견디지 못한 가게들이 옆 동네로 옮겨갔다. 이른바 '세로수 길'이다.
◆'옆 동네'가 뜬다
가로수길 상가의 권리금(지명도처럼 해당 가게가 갖는 특수한 권리를 이용하는 대가로 매수자가 매도자에게 주는 돈)과 임대료는 2~3년 사이 두 배 정도 올랐다. 66㎡(20평)짜리 상가를 기준으로 2008년 초 2억~2억5000만원이었던 권리금은 현재 업종에 따라 4억~4억5000만원으로 올랐고 월 임대료는 300만~350만원에서 500만~700만원으로 껑충 뛰었다.
가로수길 본류로 들어갈 형편이 안되거나, 그 정도 임대료를 감당할 수 없는 가게들은 '가로수길 옆'으로 눈을 돌렸다. 가로수길 이면도로에는 옷과 장신구를 파는 가게부터 자전거용품점, 희귀 서적과 중고 장난감을 파는 가게까지 다양하게 들어서 있다. 이곳의 66㎡짜리 상가의 권리금은 2억원 안팎으로 최근 3년 사이 1억원 정도 올랐다.
'홍익대 옆 동네'도 상황이 비슷하다. 서울 마포구 홍익대 앞 일대는 각종 클럽과 술집, 옷가게가 밀집한 대표적인 젊은이들의 거리. 이곳이 포화상태에 이르자 최근 2~3년 사이 옆 동네인 서교동과 상수동에도 음식점과 수제 쿠키를 파는 가게 70여개가 새로 들어섰다. 서교동에서 만난 한 주민은 "요즘엔 이 동네에서도 카메라를 메고 경치를 찍는 젊은이들이 부쩍 늘었다"고 말했다.
◆"대형 프랜차이즈 상가로 동네 획일화된다" 우려도
상권이 발달하면서 권리금이나 임대료가 크게 오르면 그 동네 고유의 특색이 사라지기도 한다. 삼청동이 대표적이다. 삼청동에서 카페 '루소&루소'를 운영 중인 김주삼씨는 "월세가 불과 1년 만에 2배가 올라 5000~7000원짜리 커피로는 이윤을 남기기가 쉽지 않다"며 "이를 감당할 수 있는 곳은 대형 프랜차이즈 상가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통 찻집과 한옥이 많았던 이곳엔 지금 대형 프랜차이즈 커피점과 유명 옷가게가 속속 문을 열고 있다.
삼청동에서 떠난 일부 가게는 근처의 가회동, 부암동 등지에 둥지를 틀고 있다. 1년 전만 해도 조용한 주택가였던 부암동에는 현재 30여개의 카페가 영업 중이다. 부암동에서 카페 창업을 준비 중인 이모씨는 "처음엔 삼청동에서 카페를 열 생각이었는데 권리금이나 임대료를 도저히 감당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부동산 정보업체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 박종희 팀장은 "인지도가 높은 상권이 창업에 유리하지만 차별화된 아이템이 있으면 임대료가 상대적으로 싼 '유명한 동네 옆 동네'를 알아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