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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에 '전세대란'] '전세난민(難民)'이 떠돈다

    입력 : 2011.01.26 02:59

    도심에서 외곽으로… 아파트에서 오피스텔로…
    전세난, 전국에 '도미노'… 서울 전세금, 5년 만에 집값의 50% 넘는 곳도

    작년 말부터 30평대 전셋집을 구하던 회사원 정모(41)씨는 이달 초 경기도 용인에 214㎡(64.8평)짜리 아파트 전세를 구했다. 그의 가족은 부인·딸을 합쳐 단 3명이지만 어쩔 수없이 '대궐'같은 전셋집을 구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작년 11월부터 두 달동안 용인 일대를 헤맸지만 중소형 전세는 씨가 말랐더라"면서 "전세금(2억5000만원)이 모자라 은행 대출로 4000만원까지 빌렸다"고 말했다.

    최근 서울에서 시작된 전세난이 경기도로 퍼지고, 전세 아파트 부족으로 오피스텔 전세금까지 가파르게 뛰고 있다. 사진은 서울 양천구 목동 아파트 단지 내에 있는 부동산 중개업소의 모습. /연합뉴스
    작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전세난이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서민·중산층이 선호하는 중소형 전셋집이 동나자 대형 주택으로 전세난이 옮아붙을 조짐이다. 아파트 전세 부족으로 대체 상품인 오피스텔 전세금도 덩달아 뛰기 시작했다. 서울의 경우 아파트 전세금이 93주 연속으로 쉬지 않고 뛰면서 매매가 대비 전세금 비율은 5년만에 최고치를 깨뜨렸다.

    ◆도미노처럼 확산되는 전세난

    현재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전세난이 확산하면서 지역에 관계없이 전세금이 급등하고 있다. 지난 1년간 서울 전세금은 평균 8.2% 올랐다. 특히 강남구·광진구·영등포구 등은 전세금이 10% 이상 뛰었다.

    중소형 전세 매물 부족에서 시작된 전세난은 최근 서울 도심에서 서울 외곽으로, 다시 경기도로 도미노처럼 확산되고 있다. 6~7개월 전만 해도 빈집이 많았던 경기도 용인과 고양, 파주에서도 이젠 중소형 전셋집은 찾기 힘들다. 파주 교하지구의 B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매물로 남은 중소형은 융자가 많은 악성이거나 반전세 아니면 월세밖에 없다"고 말했다.

    비싼 아파트 전세금을 감당하지 못한 독신 직장인이나 신혼부부는 오피스텔로 피신하고 있다. 하지만 오피스텔도 상황은 비슷하다. 부동산 정보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과 경기도 오피스텔 전세금은 지난해 연초 대비 각각 6.2%, 5.7% 상승했다. 실제로 경기 분당 서현동 P오피스텔(75㎡)은 전세금이 1억2000만원으로 지난해 9월(8500만원)보다 40% 급등했다. 마포구 공덕동 S오피스텔(46㎡)도 1억1000만원에서 3개월 만에 3000만~4000만원쯤 올랐다.

    ◆"빚내서라도 전셋집 마련"

    전세금이 뛰면서 빚을 내서 전셋집을 마련하는 서민도 늘어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작년 말 은행권의 전세자금 대출 잔액은 전년(10조5000억원)보다 22% 늘어난 12조8000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문제는 최근 금리 인상으로 전세금을 빌린 서민의 부담이 늘어난다는 것이다. 작년만 해도 5% 안팎이던 은행 전세 대출금리는 올 들어 6% 후반까지 올랐다. 1억원을 대출한 경우 이자 부담이 연 90만원쯤 늘어나는 셈이다. 최근 6000만원을 대출받아 전셋집을 마련한 회사원 윤모(33)씨는 "웬만한 월급쟁이는 이제 부모 도움없이는 서울에서 전세 아파트 구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전세금이 매매가격을 계속 추격하면서 서울의 경우 5년 만에 처음으로 전세금이 집값의 50%를 넘는 지역도 등장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 서대문구는 아파트 매매가격 대비 전세금 비율이 50.9%를 기록하고 있고, 관악구·중랑구·동대문구 등 8개 구도 50%에 육박한다. 서울의 전세금 비율은 2002~2006년까지 30%대 중반을 유지했다. 김규정 부동산114 부장은 "지난 2년 사이 매매가격는 하락하고, 전세금은 급등하면서 현재 서울 아파트의 전세금 비율은 평균 42%로 2005년 이후 5년 만에 가장 높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엔 10억대 전셋집도 등장

    최근 전세난의 원인은 기본적으로 주택 공급이 줄기도 했지만, 전세 수요가 계속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집값 상승 기대감이 줄면서 여유있는 계층도 집을 사지 않고 전세로 남아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서울 강남에는 100㎡(30평)대 아파트의 전세금이 3.3㎡(1평)당 2000만원을 넘고 있다. 서초동·도곡동·삼성동 등지에는 10억원을 넘는 고가 전세 아파트도 적지 않다.

    특히 전세 비수기인 연초부터 전세금이 치솟는 이유는 '가수요'가 원인으로 지목된다. 실제로 전세금이 계속 오르자 3~4월에 전셋집을 찾아도 될 신혼부부까지 연초부터 전셋집 찾기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남희용 주택산업연구원장은 "전세난을 해결할 확실한 대책을 찾기는 쉽지 않다"며 "전세 주택의 수급(需給) 정보를 충분히 알려 최소한 가수요가 발생은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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