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1.01.24 03:19
한국건설사 현장 3곳 직원 다치고
수억원 피해… 100여명 아직 불법점거 중
리비아에 진출한 한국 건설사의 공사 현장이 최근 현지 주민들로부터 습격을 받아 직원이 다치고 건설 장비가 부서지거나 불에 타는 등 피해를 입었던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주민 100여명은 아직까지도 공사 현장을 불법 점거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23일 외교통상부와 건설업계에 따르면 지난 14~15일(현지시각) 리비아에서 한국 건설업체가 시공 중인 데르나 신도시 등 공사현장 3곳에 주민들이 잇따라 난입해 수억원의 재산 피해가 발생하고 직원이 다치는 사고가 벌어졌다.
가장 피해가 컸던 곳은 A건설이 주택 2000여 가구를 짓고 있는 데르나 신도시 현장. A건설사 관계자는 "지난 14일 오전 1시 30분쯤 현지 주민 100여명이 몰려와 건설 장비를 부수고, 버스와 자재 창고에 불을 질렀다"고 전했다. 10여 시간 뒤에는 300여명의 주민이 다시 난입해 직원 숙소를 습격해 현금과 노트북·카메라 등 개인 소지품을 훔쳐갔다. 이 과정에서 주민이 던진 돌에 맞아 한국 근로자 1명의 얼굴 왼쪽 광대뼈에 금이 갔다.
이 밖에도 리비아의 수도 트리폴리 인근에서 주택을 짓는 한국 건설사 2곳과 터키·말레이시아 건설사의 공사 현장도 비슷한 시기에 주민들로부터 습격을 받았다.
이같은 사태가 발생한 것은 주택이 부족한 리비아에서 주민 사이에 리비아 고위 당국자의 발언이 왜곡돼 전파됐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최근 열린 리비아 기초인민회의에서 한 고위 당국자는 "리비아에서 짓는 주택은 리비아 국민의 것이며 당신들이 들어가 살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이 말이 현지 주민 사이에선 "먼저 들어가 차지하는 사람이 우선"이라는 의미로왜곡돼 전달됐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주민들이 집을 먼저 차지하려고 일제히 주택 건설 현장을 습격했고, 공사 중인 아파트에이불이나 카펫을 깔고 드러누워 소유권을 주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정부 관계자는 "리비아 정부에서 우리 대사관에 사과를 했고, 리비아 공사 발주처에서 피해를 본 건설사와 보상 문제를 협의하고 있다"면서 "이번 사태는 반한(反韓) 감정이나 테러와는 무관하며, 치안 불안으로 확산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