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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철도 개통에도 집값은 '잠잠'

    입력 : 2011.01.20 03:05

    계양·검암역 등 주변 그린벨트로 둘러싸여… '오지 속 전철역' 부동산시장 수혜 없어
    주민들 접근성 떨어져 아파트 거래 거의 없어… 역 주변 상인들도 '울상'

    지난 18일 서울역에서 인천공항철도 전철에 오른 지 26분 만에 계양역에 도착했다. 역사 밖으로 나오자 비닐하우스 20여동만 듬성듬성 들어선 허허벌판이 눈에 들어왔다. 건물은 찾을 수 없었고 이따금 마을버스에서 내린 승객 2~3명이 역사 안으로 종종걸음을 옮겼다. 계양역에서 만난 김모(45)씨는 "역이 철로와 차량기지에 가로막혀 가까운 아파트도 걸어서 30분이나 걸린다"면서 "전철을 거의 이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작년 말 개통한 인천국제공항철도 검암역. 역사 바로 앞에 들어선 그린벨트는 출입을 통제하고 있어 가까운 아파트 단지 입주민들도 역을 걸어서 이용하기가 불편한 실정이다. /하누리 조선경제i 기자 nuri@chosun.com

    서울과 인천공항을 잇는 전철이 작년 말 완전히 개통하면서 한껏 기대에 부풀었던 주변 부동산 시장이 한숨짓고 있다. 통상 서울로 가는 직통 전철이 뚫리면 해당 지역 부동산 시장에 큰 호재로 작용해 왔다. 하지만 인천공항철도 전철역은 대부분 그린벨트 등 오지(奧地)에 들어서 주민 접근성과 주변 개발 파급효과가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전철 개통에도 집값 떨어져

    작년 말 개통된 인천국제공항철도는 서울역~인천 계양역의 2단계 구간(20.7㎞)이다. 2007년 3월 운행에 들어간 계양역~인천공항의 1단계 구간에 이어 2단계까지 개통되면서 서울에서 인천공항까지 50분이면 닿을 수 있다. 계양·검암·운서역에서는 30~40분이면 서울 진입이 가능하다.

    그러나 전철 개통에도 불구하고 주변 아파트 시장은 꿈쩍도 않고 있다. 계양역이 있는 인천 계양구 평균 집값은 오히려 새해 첫주부터 0.04% 떨어졌다. 현지에서 아파트를 분양 중인 모 건설업체 관계자는 "전철 개통 이후 분양률이 올라갈 것으로 내심 기대했는데 찾아오는 고객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인천 검암역 주변도 사정은 비슷하다. 검암역 인근에서 미분양 물량을 판매 중인 빌라 단지 3~4곳은 반짝 특수(特需)를 기대했지만 신규 계약은 전혀 없다. 이곳에서 차로 10분쯤 떨어진 청라지구도 전철 개통의 대표적인 수혜지로 꼽혔다. 하지만 현지 부동산 중개업자들은 "아예 거래가 끊어져 시세조차 확인할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영종지구와 가까운 인천 운서역 주변도 썰렁했다. 부동산 중개업소 4곳 중 1곳은 폐업한 상태였다. A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매매 계약은커녕 문의도 없다"고 말했다.

    그린벨트에 둘러싸인 오지 전철역

    전철 개통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이유는 뭘까. 전철역이 주민 접근성이 떨어지는 곳에 있는 탓이다. 부동산114 김규정 리서치센터본부장은 "이른바 '역세권 프리미엄'이 붙으려면 전철역까지 걸어서 5~10분 안에는 닿아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검암역의 경우 역과 주변 아파트 사이를 그린벨트가 가로막아 걸어 다니기 쉽지 않다. 서울로 출퇴근하는 최모(26)씨는 "마을버스를 탄 뒤 환승해야 한다"며 "집앞으로 오는 서울행 좌석버스를 타는 게 더 편하다"고 말했다. 검암역 인근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전셋집을 찾는 세입자도 서울보다 김포나 영종도로 출퇴근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라며 "서울 직통 전철은 수요가 별로 없다"고 말했다.

    전철역 주변 유동인구도 거의 늘지 않아 상권 활성화를 기대했던 상인들도 울상이다. 검암역에서 만난 택시기사 박모(52)씨는 "철도가 개통됐다지만 역 앞에서 태우는 손님 수는 이전과 다르지 않다"며 "역 주변 상가도, 택시도 장사가 안 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인천공항철도를 운영하는 코레일 관계자는 "철도 계획을 14년 전인 1997년에 만들었기 때문에 최근 역 주변 수요나 개발 계획을 반영할 수 없었다"면서 "공항철도 노선 주변의 검단지구가 개발을 마치고 청라지구와 김포한강신도시에 인구가 늘어나면 지역개발도 활기를 띠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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