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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일쇼크' 후 경기 부양책, 부동산 버블 초래

    입력 : 2011.01.20 03:06

    주택금융 분야 세계 석학 르노 '잃어버린 20년, 일본 부동산 시장의 교훈'
    주택수요자 떠오를 10~20代 부동산 주요 재산으로 안 봐…65세 이상되는 노인들이 어떻게 부동산 처리 하느냐가 일본 경제의 큰 변수 될 듯…

    한국의 부동산 시장이 2000년대 중반 이후 침체기에 빠지면서 최근 일본과 비슷한 장기 침체에 들어갈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한국도 일본처럼 인구가 감소하고 고령인구가 늘어 아파트와 땅에 대한 수요가 사라진다는 것이다. 주택금융 분야의 세계적인 석학인 베르트랑 르노<사진> 전 세계은행 고문은 최근 본지에 일본 부동산 시장의 장기 침체 원인과 교훈에 대한 기고를 보내왔다.

    1980년대 일본은 초저금리 금융정책의 영향으로 거대한 '부동산 버블'이 발생했다. 1980~1990년 사이 일본 도쿄·오사카 등 6대 도시 땅값은 무려 250%, 국가 전체로는 120% 상승했다. 그러나 1991년 일본의 거품경제가 끝나면서 부동산 시장에서도 거품이 빠지기 시작했다. 버블 붕괴 당시만 해도 일본 부동산 시장에서 인구의 고령화는 그다지 중요한 화두가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은 일본에서도 고령화가 앞으로 일본 부동산 시장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경기 부양책이 부동산 버블 만들어

    그렇다면 일본의 부동산 버블은 어떻게 시작됐을까. 2차 세계대전 이후 일본은 20년 동안 매년 10% 이상 고도성장했다. 미국·유럽에 대한 수출과 6·25전쟁 이후 재건 사업에 참여한 것이 고도성장의 배경이다. 그러나 1973년 '1차 오일쇼크'로 일본의 수출 주도 경제는 급격하게 위축됐다. 이에 대응해 일본정부는 국내에서 대규모 개발사업과 건설 프로젝트를 추진해 경기를 부양하는 정책을 추진했다. 이때부터 일본에선 '영원히 값이 오르는 부동산 신화'가 시작됐다.

    1970년 도쿄 등 일본 6대 도시에서는 연간 85%에 달하는 살인적인 인플레이션이 발생했고, 당시 땅값은 215%나 뛰었다. 이후 부동산 가격은 1990년까지 20여년간 꾸준히 올랐다. 이 기간 동안 일본 민간 금융업체의 대출 규모는 1조2000억엔에서 28조9900억엔으로 20배 이상 늘었으며 이 자금이 모두 부동산 시장으로 유입됐다. 그 결과 땅값과 집값은 계속해서 오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1991년 당시 일본은행의 미에노 총재가 "일본은행의 구조조정을 위해 거품을 터트려야 한다"고 결정하면서 부동산 버블이 붕괴되기 시작했다. 이후 부동산 가치 급락으로 1990년 일본의 부실 대출 규모는 1조달러에 달했다. 일본의 땅값은 이후 지속적으로 떨어졌고, 실질 가격 기준으로 집값은 60%쯤 하락했다.

    ◆노인층의 부동산 처리문제가 변수

    현재 일본에서 주택 수요자가 급격하게 줄어든 것은 아니다. 현재 주택의 주 수요층은 인구가 급증했던 '베이비 붐' 세대가 낳은 자녀들(현재는 30대)이기 때문이다. 또 도심 내 1~2인 가구를 위한 새로운 유형의 주택 수요도 생겨났다.

    문제는 일본에서 인구 고령화가 급속하게 진행 중이라는 점. 전 세계 최고 수준인 65세 이상 인구비율은 2005년 41%에서 2025년 60%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새로운 주택 수요자로 떠오를 10~20대가 부동산을 주요 재산목록으로 올리지 않을 것이라는 점도 문제다. 이 세대는 지난 20년간 부동산 가치가 하락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따라서 일본에서 부동산 가격이 다시 상승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현재 일본에선 노인들이 부동산을 어떻게 처리하느냐가 경제의 큰 변수로 남아 있다. 일본의 노인들도 재테크 수단으로 땅과 주택에 대해 큰 매력을 느끼지 못하지만 그렇다고 보유한 부동산을 내다 파는 것도 아니다. 부동산 투자를 제외한 다른 재테크 지식이 부족하기 때문에 부동산을 언제, 어떻게 팔지 결정하지 못하는 것이다. 따라서 일본 경제의 향방은 노인들이 앞으로 어떤 자산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느냐에 따라 좌우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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