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 메뉴 건너뛰기 (컨텐츠영역으로 바로 이동)

전세금 인상 도미노

    입력 : 2011.01.07 03:06

    자기가 사는 집 전세금 오르자 보유한 집의 세입자에게 전가
    주택공급 적어 상승 부채질 서울 외곽·수도권으로 확산

    직장인 송모(37)씨는 서울 강서구 마곡동에 빌라형 주택을 한 채 갖고 있다. 하지만 직장이 여의도여서 실제 살기는 영등포구 문래동의 2억원짜리 아파트 전셋집에 산다. 최근 송씨는 전셋집 집주인으로부터 전세금을 5000만원 올려 달라는 통보를 받았다.

    전세금을 갑자기 이렇게 많이 올리느냐고 따졌더니 집주인은 "나도 잠실 아파트에서 전세로 살고 있는데 집주인이 전세금을 올려 달라고 해서 어쩔 수가 없다"고 했다. 그래서 송씨도 마곡동 빌라의 전세금을 3000만원 올리기로 했다. 송씨는 "수입이 뻔한 월급쟁이가 갑자기 5000만원을 구할 방법이 없지 않으냐"며 "전세금 올려서 전세금 충당하는 것이 최선이다"고 말했다.

    송씨의 사례를 보면 서울의 전세금상승이 '도미노'처럼 확산되는 구조가 보인다.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 중 한 곳인 잠실에서 시작된 전세금 강세가 문래동으로 옮겨가고, 문래동 전세금이 오르는 바람에 서울 끝자락의 마곡동 빌라 전세금까지 오르는 것이다.

    '전세금 인상 도미노'… 수도권 전세난 확산

    최근 들어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전세금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오르고 있다. 과거에는 학군이 우수한 지역을 중심으로 방학 기간에 전세금이 집중적으로 올랐다. 하지만 최근엔 연중 2~3개월만 빼고는 강남·강북·경기권까지 무차별적으로 전세금이 슬금슬금 오른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서울의 주택 공급이 최근 2~3년간 줄어들어 주택 공급이 절대적으로 부족해졌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 소장은 "서울 전세 주택 공급량이 부족하다 보니 전세금을 올리더라도 언제든지 세입자를 구할 수 있다는 심리가 퍼져 있다"며 "현재는 서울의 전세주택 부족현상이 경기권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분당 신도시 정자동 전세 아파트에 사는 이모(41)씨는 최근 집주인이 전세금을 올려 달라고 요구해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서울 동대문구의 아파트 전세금을 올릴 계획이다. 이씨는 "서울에선 전세금을 2000만~3000만원씩 올려도 세입자가 줄을 섰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실제 서울에선 부동산 중개업소마다 집을 사겠다는 매매 수요자는 없지만, 전셋집은 매물이 나오기가 무섭게 사라지고 있다.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 한 해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전세금은 7%가량 올랐다. 하지만 지난해 연간으로 전세금이 2.5%만 올랐던 서울 강북지역에선 12월에만 0.9%나 올랐다.

    전세 난민 등장, 경기도 전세금도 덩달아 상승

    문제는 서울 강남에서 시작된 전세금 상승세가 지난해 대규모 입주로 주택 물량이 부족하지 않았던 경기권으로 확산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서울의 비싼 전세금을 감당하지 못한 세입자들이 상대적으로 전세금이 싼 경기도로 빠져나가는 소위 '전세 난민'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지난해 중반까지만 해도 대단지 아파트 입주가 많아 전세금이 떨어졌던 용인고양·파주 등지에서도 전세금 강세를 보이고 있다. 수도권에서는 지난해 전세금이 하락했던 파주(-1.28%)가 지난달에만 전달보다 0.97% 상승했고 고양시 역시 지난달 0.51% 올랐다.

    의왕시 내손동 '포일 자이' 112㎡(34평)의 전세금은 2억9000만원가량으로 최근 3개월 사이 3000만원 올랐다. 서울과 평촌 등에서 수요자들이 몰리면서 전세금 상승을 이끌었다.

    아파트의 대체 상품인 단독·다세대·다가구주택의 전세금도 상승세다. 특히 전철역 주변의 빌라 등은 전셋집을 구하지 못한 세입자들이 몰리면서 품귀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서울 홍제역 인근의 방 3개짜리 빌라는 최고 2억원까지 전세금이 올랐다. 김규정 부동산114 리서치센터본부장은 "최근 소형 아파트 전세금이 많이 오르면서 신혼부부 등 세입자들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빌라도 많이 찾고 있다"며 "하지만 역세권 빌라나 다세대주택 역시 수요가 달리긴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입주물량 감소지역 등 올해 확산 가능성 더 커

    문제는 올해 중반 이후다. 특히 지난해에는 그나마 경기도 용인·광명 등 수도권 남부 지역에 입주 물량이 많아 서울 전세금 상승세를 막아내는 '완충장치'역할을 했지만 올해는 경기도 입주 물량도 부족하다. 경기도의 입주 물량은 지난해 11만 가구에서 올해 5만 가구 수준으로 절반 이상 줄어든다.

    전세난이 전방위로 확산하는 분위기지만 정부는 뾰족한 대책이 없는 상황이다. 박원갑 '부동산1번지' 소장은 "전세금 상승세를 진정시키려면 공급을 늘릴 수밖에 없는데 이는 단기간에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라며 "당분간은 주택 수요자들이 전세금 강세를 감수할 수밖에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이전 기사 다음 기사
    sns 공유하기 기사 목록 맨 위로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