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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건설사 텃밭' 베트남, 활력 찾았다

    입력 : 2010.12.15 07:34

    아파트 수요 늘고 임대 강세
    외국인 투자 다시 유입돼
    부진하던 개발사업도 속도
    국내 업체들도 분양 '착착'

    지난달 말 베트남 호찌민시 최대 번화가인 '동커이(Dong Khoi)' 거리. 연말이 한 달이나 남았지만 유명 상점과 식당, 5성급 호텔이 들어선 이곳에선 벌써 크리스마스 준비가 한창이었다. 거리는 하루 종일 인파로 북적였고 도로는 오토바이로 가득 메워져 있었다. 2년 전 외환 위기 당시 경제에 드리웠던 검은 그림자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베트남에서는 한동안 중단됐던 도심 내 각종 개발사업이 재개되거나 새로운 프로젝트가 속속 발표되고 있다. 호찌민의 한 건설업체 관계자는 "경제가 조금씩 회복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체감경기가 좋아지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며 "부동산 시장은 조금씩 살아나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베트남 호찌민시(Ho-Chi-Minh city)를 가로지르는 사이공강 인근 지역에 고층 빌딩들이 들어서 있다. 최근 베트남 경제 상황이 좋아지면서 호찌민시 곳곳에서 각종 개발사업이 진행되는 등 부동산 시장도 조금씩 살아나고 있다. / 박성호 조선경제i 기자 junpark@chosun.com
    아파트 수요 늘고 임대료 강세

    베트남 부동산 시장이 최근 바닥권을 벗어나 꿈틀거리고 있다. 아파트 수요가 늘고 부동산 임대시장도 강세다. 세빌스(savills) 베트남에 따르면 지난 3분기 호찌민시 아파트 매매수요와 공급은 모두 증가했다. 지난 3분기 호찌민시에서 거래된 아파트는 4400가구. 지난 1·2분기 동안 팔린 아파트와 비슷하다. 현지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11월 기준 호찌민시 1군의 '인도차이나 파크' 아파트 80㎡(침실 2개)형의 월 임대료는 800~900달러(91만~103만원) 선이다. 현지 중개업소 관계자는 "임대료가 많이 오른 것은 아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시장의 회복 모습은 곳곳에서 나타난다. 하노이시 경매시장에서는 지난해 ㎡당 1000~1500달러 선에서 결정되던 일부 지역 토지가격이 지난달에는 2600달러까지 치솟았다. 1년 만에 배 이상 뛰어 오른 것이다. 오피스 시장도 회복세다. 올해 3분기 호찌민시의 사무실 임대 면적은 19만4000㎡로 지난해 전체 (15만4500㎡) 를 넘어섰다.

    다시 늘어나는 외국인 투자

    호찌민시 1군의 '쩐 흥 다오' 거리에는 대형 공사 현장이 눈에 띈다. 세계적인 호텔그룹 아코르(Accor)의 '풀만 사이공 센터 호텔' 현장이다. 이 호텔은 총 사업비 6000만달러 규모로 지상 24층 규모에 300개 객실이 들어선다. 최근 호찌민 1군 지역 곳곳에는 하늘을 찌를 듯한 대형 크레인을 쉽게 볼 수 있다. 베트남 부동산 시장이 회복세를 보이면서 지지부진했던 개발 사업도 다시 속도를 내는 것이다.

    이는 베트남 경제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지난달 베트남 산업생산량은 작년 동기 대비 13.8% 증가했다. 이 중 외국인 투자부문이 16.9%로 가장 큰 증가율을 보였다. 한동안 저조했던 해외 거주 베트남인의 본국 송금도 늘고 있다. 올 한해 호찌민시로 송금된 금액은 17억여달러로 지난해보다 배 이상 늘었다.

    현지 건설업체 관계자는 "하노이와 호찌민의 인구가 급증하고 각종 경제 지표가 3분기 들어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며 "경제 상황이 좋아지자 외국인 투자가 다시 늘고 돈이 유입되면서 건설·부동산 시장도 활기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건설이 지난 10월 준공한 베트남에서 가장 높은(68층) 빌딩인 ‘비텍스코 파이낸셜 타워’의 야경. ‘비텍스코 파이낸셜 타워’ 주변으로 수많은 타워크레인이 불을 밝힌 채 서 있다. / 현대건설 제공
    베트남서 활로 찾는 국내 건설사

    베트남은 국내 건설업체들이 올해 중동을 제외한 아시아 국가 중 가장 많은 수주 실적을 기록한 나라다. 올해 수주액은 17억달러. 지난 2006년 이후 매년 10억달러 이상 실적을 올리고 있다.

    지난 2006년부터 베트남 시장에 진출했던 국내 건설사들도 그동안 경제위기에서 벗어나 활로를 찾아가고 있다. 현대건설은 최근 베트남에서 가장 높은 지상 68층짜리 '비텍스코 파이낸셜 타워'를 준공했다. 경남기업의 '하노이 랜드마크 타워'는 최근 주거동 아파트의 90% 이상 분양을 완료했고, GS건설이 짓는 호찌민 아파트 건립사업도 올 상반기 경기 침체 속에서 분양을 성공적으로 진행했다.

    하지만 일부 사업은 여전히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한 건설업체 관계자는 "베트남의 법규와 행정시스템에 대한 연구가 부족해 혼선을 겪는 상황에서 경기 침체가 더해져 타격을 받기도 했다"며 "사업성뿐만 아니라 베트남의 사회·문화·관습에 대한 연구도 철저히 해야 성공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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