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0.11.18 03:06
'시티파크' 등 주상복합 단지
외국인 렌트촌으로 급부상
고소득자 많아 수요 넘쳐 미군·외교관에 홍보물 등
건설사도 '외국인 마케팅'
"처음 서울에 왔을 땐 똑같이 생긴 아파트가 너무 많아 이상했어요. 하지만 아파트에 살아 보니까 정말 괜찮던데요. 아파트에는 경비원들도 있어 안전하고 겨울 난방비 걱정도 없어요."
3년 전 영어 강사로 한국에 왔다는 알란(30·미국)씨는 빌라에서 살다가 최근 서울 용산구 이촌동의 한 아파트로 이사했다. 그는 "알고 보면 한국식 아파트도 정말 살 만한 곳"이라고 말했다. 주한(駐韓) 외국인들이 서울 부동산 임대 시장의 '주요 고객'으로 등장하고 있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외국인들이 한국의 주류 주거 형태인 '아파트'에 대해 거부감을 갖고 있어 단독주택이나 빌라에만 몰렸다. 하지만 외국인들이 아파트 문화에 적응하기 시작하면서 아파트 임대 시장에 몰리고 있는 것이다.
◆용산 주상복합 아파트 '외국인 렌트촌'으로 변신
서울의 부동산 임대 시장에서 외국 수요층이 가장 두꺼운 곳은 용산구다. 현재 용산의 '시티파크'와 '파크타워', '삼각지 자이' 등 매매가격 10억~20억원짜리 주상복합 아파트 단지가 새로운 '외국인 렌트촌(村)'으로 급부상했다.
이곳에서 외국인들은 일반적으로 150㎡(약 45평) 이상 대형 주택에 월세 500만원과 관리비는 별도로 내는 '초고가 월세' 계약을 맺고 산다. 주한 미군 고위직 군무원이나 외국계 기업들의 임원 등이 대부분이다. '파크타워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전체 888가구인 파크타워에 외국인 세입자가 300가구쯤 된다"며 "외국인들은 보통 회사나 군(軍)에서 임대료를 내주는 경우가 많아 월세가 몇 백만원씩 해도 별로 개의치 않는다"고 말했다. 바로 옆 시티파크 역시 전체 629가구 중에서 200여 가구는 외국인 세입자가 차지하고 있다.
용산에 거주하는 고소득층 외국인들은 전통적으로 한남동의 유엔빌리지에 모여 살았다. 하지만 대부분의 주상복합 아파트들이 전철역에서 가깝고, 피트니스센터·쇼핑시설 등이 있어 편리하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외국인들이 이곳으로 옮겨오고 있다. 삼각지의 한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집주인들도 전세 세입자보다는 수백만원씩 월세를 내는 외국인을 훨씬 선호한다"고 말했다.
◆건설사들도 외국인 겨냥 마케팅
외국인 숫자로만 따지자면 공업단지가 몰려 있는 영등포구(3만6000여명)·구로구(2만7000명)·금천구(1만8000명)가 용산구(1만2400명)보다 훨씬 많다. 하지만 이 지역 외국인은 소득이 적은 중국과 동남아시아 외국인 근로자가 대부분이어서 임대료가 싼 반지하방이나 단독주택에만 몰리는 경향이 있다.
김규정 '부동산114' 리서치센터 본부장은 "용산에 거주하는 외국인은 미국·일본 등 국적도 다양하고 고소득자가 많아 한국의 비싼 아파트 시장에서도 수요층으로 흡수됐다"고 말했다.
이런 영향으로 용산구에선 건설사가 분양을 할 때도 외국인 마케팅을 별도로 진행한다. 용산구 한강로2가 국제빌딩 주변에 주상복합아파트 '동부센트레빌 아스테리움'을 분양하는 동부건설은 외국인 전용 홍보물을 제작해 미군·주한 외교관 등을 상대로 배포할 계획이다. 동부건설 이기영 부장은 "한강로 주변은 주한 외국인들이 특별히 선호하는 지역이어서 외국인 임대 수요뿐 아니라 매매수요도 있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용산구 남영역 주변에서 '용산 더프라임'을 분양 중인 동아건설의 모델하우스에도 외국인 방문객이 3~4팀씩 방문하고 있다.
◆월세는 '원화'로, 의무 거주기간 설정 필요해
전문가들은 외국인을 상대로 월세를 놓으려면 주거문화와 생활방식 등이 우리와 다른 만큼 별도 준비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외국인들은 방보다는 거실과 주방이 큰 것을 선호한다. 또 외국인 세입자가 갑자기 한국을 떠나야 하는 경우를 대비해 '의무 거주기간'을 설정하거나 월세는 환율 변동에 대비해 '원화'로 받는 것이 좋다. 한남동 '시티외국인부동산'의 김수운 과장은 "수익률 면에서는 전세보다 외국인 월세 세입자가 유리하지만, 생활방식이나 문화의 차이가 있어 계약 때도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