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0.11.12 03:00
"全직원에 윤리경영 반복 교육… 규정 어겼을땐 가차없이 해고"
"회사 경영진이 직원들에게 법을 지키는 것이 승진이나 능력을 인정받는 데 유리하다는 확신을 심어줘야 합니다. 말로만 윤리경영을 외치고 실적으로만 직원 능력을 판단하면 윤리경영은 불가능합니다."
미국 최대 건설·엔지니어링 기업으로 꼽히는 '벡텔'의 낸시 맥크레디 히긴스(Higgins) 부사장의 메시지는 분명했다. 국내 건설업계와 법조계·학계 인사들이 참여하는 '건설산업비전포럼' 초청으로 최근 방한한 그는 본지와 가진 인터뷰에서 "회사가 일관되게 윤리 문제를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는 메시지를 직원들에게 던져주고 실천해야 한다"고 말했다.
히긴스 부사장은 벡텔의 '최고윤리책임자(Chief Ethics Officer)'다. 최고윤리책임자 제도는 2000년 초 벌어졌던 초대형 분식회계 사건인 '엔론사태' 이후 미국에서 확산됐다. 회사 경영진과 독립된 윤리책임자는 새로운 사업영역을 개척하거나 계약을 하기 전 윤리적으로 문제가 없는지를 사전에 검토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그는 "벡텔 가족으로 처음 들어올 때부터 직원들은 벡텔의 윤리와 준법에 대한 가치를 배운다"며 "실정법을 어겨 비리에 연루되지 않았어도 벡텔 내부의 윤리규정을 어기는 직원은 가차없이 해고한다"고 말했다. 벡텔은 실제 회사에서 발생한 사건을 토대로 윤리경영과 관련된 행동강령을 만들고, 직원들에게 2년마다 이 행동강령을 재학습시키고 있다.
히긴스 부사장은 저개발 국가는 물론 선진국에서도 건설 업종은 비리 행위에 유독 많이 노출돼 있다고 했다. "건설업은 다른 분야보다 단위 규모가 크고 많은 돈을 투입하는 사업 분야입니다. 정부가 대규모 예산을 들여 건설시장에 직접 개입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직원들이 비리나 뇌물에 노출될 가능성도 그만큼 큽니다. 이 때문에 건설 산업에는 투명성과 윤리성이 더욱 중요합니다."
그는 한국 건설업계에 대해 "한국 건설사들이 앞으로 해외 진출을 염두에 두고 있다면 글로벌 기준에 맞는 윤리경영 방식을 최대한 빨리 흡수해 기업문화로 정착시켜야 세계적인 건설사들과 경쟁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둔 벡텔은 임직원 4만 9000여명에 지난해 매출액은 308억달러(약 34조원)에 달한다. 1970~1980년대 한국 건설사들이 중동에 활발하게 진출했을 당시 대부분 벡텔의 하도급 업체로 일했다. 한국에선 1954년 당인리 화력발전소 건설에 참여했고, 경부고속철도와 인천국제공항철도 건설 프로젝트를 담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