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0.10.26 03:34
철거로 인한 서울 전세 수요, 내년 7만~8만가구 달해
사업차질로 신규공급 중단, 전세난 더욱 부채질… 떠났던 주민들 옛집 U턴도
◆재개발사업 곳곳에서 중단, 재개발 난민 등장
박모(75)씨는 3년 전까지만 해도 금호15구역의 165㎡(50평)짜리 단독주택에서 살았다. 하지만 재개발 사업이 시작되면서 바로 옆 동네 전셋집을 구해 살고 있다. 그가 원래 살던 집을 비우고 이사를 나올 때는 "2~3년만 전셋집 신세를 지면 새 아파트에 들어갈 수 있다"는 희망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언제 새 아파트에 입주할 수 있을지 기약이 없다.
◆철거 중단 재개발 사업 1만8000여 가구
서울 뉴타운·재개발 사업지 상당수가 중단·지연되면서 곳곳에서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재개발 사업이 지연돼 발생하는 전세난이다. 재개발 사업이 시작되면 원주민들은 살던 집을 비우고 임시로 2~3년간 살 전셋집을 찾아야 한다. 그러나 사업이 지연되면서 새집 공급은 늦어지고, 전세 수요만 계속 늘어난다. 게다가 재개발지역은 낡고 작은 집에 세들어 사는 세입자가 많아 사업으로 철거되는 주택 수보다 실제 거주하는 가구 수가 2~3배가량 더 많다. 이들이 전·월세 주택을 찾아 흩어지면서 주변 임대료를 급등시킨다.
가재울4구역의 경우 2008년 기준 지역 내 주택 수는 총 1636가구지만 주민등록상 가구 수는 4270가구로 2배 이상 많았다. 전농·답십리 16구역 역시 주택 수(1178가구)보다 실제 거주하는 가구 수(3732가구)가 3배 이상 많다.
서울시와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2008년 분양가상한제 실시를 앞두고 관리처분계획인가를 받은 뉴타운·재개발 사업지 33곳 중 11곳이 2년 가까이 지나도록 분양하지 못하고 있다. 아현4구역을 비롯해 가재울4구역, 아현3구역, 금호15구역 등 주택 수 기준으로 1만8932가구에 달한다. 관리처분계획인가는 재개발 사업 단계 중 자신이 가진 재산을 평가받아 추가부담금과 분양가 등이 정해지는 마지막 단계로 이 절차 이후 이주와 철거가 진행된다. 내년엔 상황이 더 심각하다. 서울시에 따르면 내년 멸실(滅失)가구(재건축·재개발 사업으로 인해 철거되는 가구)는 3만5357가구나 된다. 거의 7만~8만 가구가 전·월세 수요자로 쏟아진다는 의미이다. 반면 새로 공급되는 가구는 1만3578가구로 2만1779가구가 부족하다.
◆재개발사업 중단 지역 주변 전세금 급등
재개발 사업지 인근의 전세금은 집이 낡아 다른 지역보다 저렴하다. 반면, 재개발 주변 지역은 이주와 철거가 시작되면 세입자들이 흩어지면서 전세금은 급등한다. 실제로 아현4구역 인근의 아현동, 대흥동, 북아현동 등은 방 2~3개 정도인 단독주택 전세가 2006년 5000만~6000만원 정도에서 올해는 8000만~9000만원까지 치솟았다. 2008년을 전후로 공덕동, 용산 신계동 등의 재개발 철거가 진행되면서 한꺼번에 전세수요가 이들 지역으로 몰렸기 때문이다.
'부동산114'의 김규정 리서치센터본부장은 "2008년 분양가상한제를 피하고 보자며 일부 조합들이 급하게 추진했던 사업들이 경기가 나빠지면서 조합원 간의 갈등으로 사업이 지연되는 경우가 많다"며 "도심 내 유일한 공급 수단인 뉴타운·재개발 사업이 지연되면 공급이 부족해져 전세난이 더 심해질 가능성이 커 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