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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조선] 경제자유구역 인천 송도신도시는 호텔자유구역?

    입력 : 2010.09.10 17:55 | 수정 : 2010.09.11 20:32

    <이 기사는 주간조선 2122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지난 8월 31일 오후 찾은 인천 연수구 송도신도시의 송도브릿지호텔은 쥐죽은 듯 고요했다. 호텔 1층 로비는 물론 10여개 테이블이 놓인 호텔 1층 커피숍과 바에도 손님이 한 명도 없었다. 인천관광공사 소유의 특2급 송도브릿지호텔은 한국형 호텔체인을 표방하고 한국관광공사가 출범시킨 베니키아 브랜드 1호 호텔. 송도브릿지호텔 프런트의 한 관계자는 “주로 단체관광객이라 오후에는 사람이 없다”며 “예약 없이 당일 정상가는 22만원이지만 현재 45% 할인혜택을 드리고 있다”고 말했다.
     
    호텔촌으로 변신한 송도국제도시

    베니키아 프리미어 송도브릿지호텔·베스트웨스턴 프리미어 송도파크호텔·쉐라톤인천호텔 (왼쪽부터)

    경제자유구역으로 개발된 인천 송도신도시가 호텔촌으로 전락하고 있다. 송도신도시 개발이 더뎌지면서 호텔 실수요자인 기업 입주가 늦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허허벌판에 특급호텔만 들어선 모양새다. 업무지구로 계획된 송도브릿지호텔과 송도파크호텔 배후부지를 기자가 찾았을 땐 무성한 잡초와 물웅덩이만 보였다. 현재 들어선 호텔만 쉐라톤인천호텔, 베스트웨스턴 프리미어 송도파크호텔, 베니키아 프리미어 송도브릿지호텔 등 특급호텔 3곳. 각각 도보로 5분거리에 떨어져 있는 이들 호텔의 객실 수는 각각 319실, 300실, 241실로 모두 860실에 달한다. 인천 지역 특급호텔 9곳 가운데 3분의 1에 해당하는 3곳이 모두 송도신도시에 들어서 있다.

    송도신도시의 특급호텔 공급이 급증하자 숙박료는 떨어지는 반면 할인율은 올라가고 있다. 송도 지역 특급호텔의 하루 숙박료는 지역차를 감안해도 서울 지역 특급호텔에 비해서도 월등히 저렴하다. 인터넷 호텔예약사이트에 형성돼 있는 특1급 쉐라톤인천호텔의 하루 숙박비는 15만원가량.  

    쉐라톤워커힐호텔과 도보로 5분거리에 있는 송도파크호텔과 송도브릿지호텔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지난해 8월 개관한 이들 호텔은 모두 특2급임에도 불구하고 하루 숙박료가 각각 10만2000원, 6만2000원가량에 불과하다.(호텔예약사이트 호텔엔조이 기준). 인터넷을 통한 예약가이지만 10만원도 안되는 가격에 특급호텔 숙박이 가능한 셈이다. 송도파크호텔 프런트의 한 관계자도 “당일 숙박객은 40% 할인해 준다”고 귀띔했다.

    투숙률 70%… 단체관광객 위주 

    송도신도시 특급호텔의 파격적인 가격은 상대적으로 낮은 투숙률 때문. 송도브릿지호텔의 한 관계자는 “평균 투숙률은 70% 전후”라며 “송도파크호텔도 이와 비슷할 것”이라고 말했다. 쉐라톤인천호텔 김성민 홍보실장도 “주중 객실점유율은 60~70% 정도”라고 말했다.

    때문에 송도신도시 호텔들은 상당수 객실을 중국과 일본 단체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패키지 상품으로 채우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희사이버대 호텔경영학과 김혜영 교수는 “단체관광객은 투숙률을 끌어올리는 데는 효과적이지만 객단가가 낮고 호텔 이미지 관리에서 좋지 않다”고 말했다. 심지어 송도신도시가 주말 러브호텔촌으로 변할 조짐도 엿보인다. 쉐라톤인천호텔 김성민 홍보실장은 “주말에는 서울이나 인천서 넘어오는 커플이나 허니문 고객들로 객실이 만실”이라고 귀띔했다. 

    특히 객실 공급과잉에 직면한 이들 호텔들은 항공사 승무원들이나 공항이용객 유치에도 혈안이 돼 있다. 쉐라톤인천호텔은 아시아나항공 조종사와 승무원들을 투숙시키는 레이오버(layover)호텔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 마침 지난 8월 31일 찾은 쉐라톤인천호텔의 프런트에는 아시아나항공 스튜어디스들이 체크인 하느라 분주했다. 쉐라톤인천호텔 김성민 홍보실장은 “아시아나항공을 비롯 외국계 항공사 4곳과 레이오버호텔 계약을 맺고 있다”고 밝혔다.  
     
    오픈 1년도 안돼 매각 추진

    심지어 송도파크호텔은 지난해 8월 개관한 지 1년을 갓 넘긴 지금 호텔 매각을 추진 중이다. 현재 미국 국적의 세계적 호텔체인 베스트웨스턴이 위탁경영하고 있는 송도파크호텔의 실소유주는 인천관광공사. 인천시 산하 공기업인 인천관광공사는 만기가 돌아오는 1100억원 규모의 공사채(빚)를 상환하기 위해 송도파크호텔을 매각에 부쳤다. 인천관광공사는 지난 2년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하지만 선뜻 호텔을 인수하려는 새 주인이 나타나지 않아 매각에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대투증권과 함께 송도파크호텔 매각자문을 맡고 있는 삼일회계법인 한 관계자는 “올 상반기에 공고를 냈는데 투자자를 찾지 못해서 올 하반기 중 다시 2차 호텔 매각공고를 낼 계획”이라며 “송도 투자가 유보되는 상태서 지방선거 등으로 투자자들이 선뜻 결정을 못 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송도신도시 특급호텔의 과잉공급은 사실상 인천시에서 자초한 측면이 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인천관광공사는 송도신도시 개발과 지난해 인천세계도시축전의 개최에 맞춰 사업성에 대한 면밀한 검토없이 호텔을 지어 올렸다. 최근 개발이 지지부진하자 경제자유구역 지정취소 루머까지 번지는 형편이다. 인천관광공사는 송도파크호텔뿐만 아니라 송도브릿지호텔 등 송도신도시에서만 2곳의 특급호텔을 운영하고 있다. 

    인천관광공사 이종득 특수사업팀장은 “공기업 선진화 방안에 따라 부채해소를 위해 매각하는 것”이라며 “기본인프라만 구축돼도 잘되는 장사인데, 아직 인프라가 구축이 안된 상태라 객단가도 낮고 공사가 계속 운영하는 것보다 매각해 유동성을 확보하는 것이 낫다는 판단을 했다”고 말했다. 이 팀장은 “일단 송도파크호텔을 매각하고 송도브릿지호텔도 매각할지 여부를 결정할 것”이란 말도 덧붙였다.  
     
    공사 중단 호텔, 공기업이 떠안기도 

    인천시 산하 인천도시개발공사도 지난해 1월 민간기업이 지어올리던 한 호텔을 480억원에 매입하며 호텔사업에 뛰어들었다. 지역 건설업체인 대덕건설이 송도신도시 E-4지구에 지하 3층, 지상 23층, 570실 규모로 짓고 있던 호텔개발을 떠안은 것. 

    하지만 지난 8월 31일 찾은 송도신도시 E-4지구 호텔 공사장 입구는 ‘인천광역시 도시개발공사’라고 적힌 철문만 굳게 닫혀 있었다. 3층가량 올라간 콘크리트 구조물 사이로 철골들이 앙상하게 뼈대를 드러내고 있었다. 당초 인천도시개발공사는 570실 규모로 계획된 이 호텔을 321실 규모로 축소해 지어 올린다는 방침이었다.

    반면 인천도시개발공사는 “민간업체가 짓다가 자금사정 악화로 중단한 호텔을 공기업이 왜 시민세금을 들여 지어올리냐”는 비판에 직면하자 현재 매각을 추진 중이다. 인천도시개발공사의 올해 말 예상부채규모는 6조6000억원가량. 인천도시개발공사 김희영 홍보팀장은 “현재 E-4지구 호텔은 공사가 일시중단된 상태”라며 “매각작업에 착수한 상태로 현재 매수자를 물색 중”이라고 말했다. 


    송도신도시 호텔 전쟁
    동북아트레이드타워 등 객실 1200여개 신규 공급… 호텔업계 비상

    송도신도시의 호텔 추가공급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송도신도시의 랜드마크빌딩인 동북아트레이드타워(NEATT)에 특급호텔 입주가 계획돼 있는 것. 연면적 15만5000㎡, 높이 312m, 68층 동북아트레이드타워는 국내서 가장 높은 빌딩이다.<사진> 지하 3층, 지상 68층 가운데 하층부 오피스를 제외한 25층부터 36층까지 객실 수 204실 규모의 특급호텔과 37층부터 62층까지 장기투숙형 레지던스 200실의 입주가 예정돼 있다. 

    때문에 송도신도시 호텔업계에서는 동북아트레이드타워를 경계의 눈초리로 바라보고 있다. 400실이 넘는 객실이 한꺼번에 쏟아지는 상황이 불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E-4지구 호텔(객실 321개), 인천아트센터호텔(객실 250개, 2012년 준공 예정)을 비롯해, 송도유원지 근처 대우자동차판매 부지에도 파라마운트 무비파크호텔(객실 300개, 2012년)등의 추가공급이 예정돼 있다.

    당초 국제업무지구로 계획된 송도신도시의 기업 입주가 지지부진한 상태에서 무려 1200여개의 객실이 신규공급될 경우 이 일대 호텔 경영 자체에 곤란을 겪을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경희사이버대 호텔경영학과 김혜영 교수는 “송도 지역 일부 특급호텔의 경우 벌써부터 고객불만이 제기되는 것으로 안다”며 “호텔 경영은 이미지 장사인데 송도 호텔들은 개관 1년도 안돼 떨이장사를 해서 초창기 브랜드 이미지를 망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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