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0.08.31 02:45
재건축 호가 1000만~2000만원 상승… 수혜지역 목동·분당은 아직 잠잠
"집값 오를지 내릴지 확신 없어"
30일 오후 서울의 대표적인 재건축 단지인 강남구 개포동 주공아파트. 이곳 부동산 중개업소엔 '8·29대책' 발표에 따른 시장 분위기를 묻는 전화가 온종일 이어졌다. '태양공인' 정지심 대표는 "강남은 이번 대책에서 제외됐는데도 '혹시나' 하는 기대감에 내놨던 물건을 거둬들이는 집주인이 많다"고 말했다. 이 아파트의 매도 호가는 최근 1000만~2000만원쯤 올랐다. 2주 전 7억5000만원에 거래됐던 42㎡(12.7평)짜리 아파트는 이날 7억8000만원까지 호가가 뛰었다.
하지만 서울 강남권 일부를 제외한 서울·수도권 대다수 지역에서는 거래 회복 기대감과 '좀 더 지켜보자'는 관망 분위기가 교차하는 모습이다.
◆강남권 재건축 단지 등 일부에선 급매물 사라져
정부는 29일 무주택자나 1주택자 등 실수요자에 대한 총부채상환비율(DTI·소득에 따라 대출을 제한하는 제도) 한시 폐지를 골자로 한 부동산 거래 활성화 대책을 내놓았다.
그런데 정작 반응은 다른 곳에서부터 나오고 있다. 투기지역이라서 이번 DTI 규제 완화에서 제외된 서울 강남·서초·송파 등 강남 3구에서 거래 회복 기대감이 더 높아지는 양상이다. 실제 대책 발표를 전후해 시세보다 싼 매물은 거의 사라지고 손바뀜도 비교적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닥터아파트 이영진 이사는 "강남 3구는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완화 방침이 2년간 연장된 게 호재가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과세 회피 목적으로 연말까지 집을 처분하려고 했던 다주택자의 매물 압박이 줄어든 것이다.
송파구 잠실 주공5단지는 대책이 발표된 29일 이후 주택형별로 호가가 1000만~2000만원씩 올랐다. 이 아파트 112㎡(33.9평)는 지난 27일 10억9000만원짜리 급매물이 팔린 뒤 지금은 11억2000만원에 매물이 나온다. '송파공인' 최명섭 대표는 "집주인은 집값이 오를 것으로 기대해 호가를 올리는데, 매수 예정자들은 아직 분위기만 살피면서 적극 구입하지는 않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소형 아파트가 밀집한 서울 노원구 상계동도 대책 발표를 전후해 거래가 살아나는 분위기다. '88공인' 김경숙 대표는 "대책 발표 직전에 싼 매물이 많이 팔렸다"며 "양도세 중과를 피하려고 급하게 집을 내놓았던 집주인들이 한숨 돌리면서 당분간 급매물은 나오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목동·분당은 "좀 더 지켜보자", 거래 없이 문의만
정부는 이번 대책을 통해 내년 3월 말까지 DTI 적용 대상을 대폭 줄였다. 지금까지는 무주택자나 1주택자가 집을 살 때도 전용면적 85㎡(25.7평) 이하, 6억원 이하인 주택만 DTI에서 제외됐지만 이번에 면적 조건을 없애고 금액도 9억원으로 늘렸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6억~9억원 이하 주택이 가장 큰 혜택을 볼 것으로 보고 있다. 부동산 정보업체들에 따르면 6억~9억원대 주택은 서울 강동구와 양천구, 경기도 성남시와 용인시에 주로 몰려 있다.
하지만 이들 지역에서 아직 거래 회복 조짐은 보이지 않고 있다. 목동의 '명지공인' 김종원 대표는 "DTI 폐지가 거래 활성화에 도움이 되겠지만 '한시적'이란 게 마음에 걸린다"고 말했다. 집값이 움직이면 다시 DTI 규제를 적용하지 않겠느냐는 우려감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경기도 성남 분당신도시도 관망하는 분위기가 대세다. 분당은 지난해 9월 DTI 규제가 확대된 이후 집값이 많이 내렸다. 이날 오후 분당구 정자동과 서현동 일대 중개업소에는 매도·매수자의 발길이 뜸했다. 미분양에 허덕이는 건설업계도 이번 대책의 파장을 분석하며 향후 대응 전략 마련에 분주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현대건설은 이날 긴급 임원회의를 갖고 "수도권 미분양주택의 양도세 감면 등이 빠졌지만 이번 대책의 활용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림산업 관계자는 "시장이 반응하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리는 만큼 (시장이) 어떻게 움직일지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