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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침체기' 경매 참가할 땐… "처음에는 참으세요"

    입력 : 2010.08.25 03:10

    경매 2번 떨어진 물건은 경쟁률 높아 오히려 비싸기도
    마음에 드는 물건 있으면 1회 유찰된 것 노려볼만
    상가 싸다고 덥석 물면 낭패

    흔히 부동산 경기 침체기에 상대적으로 관심이 높아지는 경매 시장도 최근 들어 주춤해지고 있다. 대표적인 지표인 낙찰률과 낙찰가율이 1년여째 동반 하락하면서 낙찰되는 물건도 줄고, 낙찰가격도 떨어지고 있다. 평균 응찰자 수도 연초보다 크게 줄어든 모습이다. "집값이 더 떨어질 수 있다"는 생각에 투자자들이 입찰을 꺼리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최근 경매 시장에서는 '무조건 싸야 팔린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경매 참여자들이 '가격'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매정보업체 '지지옥션' 강은 팀장은 "집값이 오를 때는 추가 상승 기대감에 가격뿐만 아니라 입지와 개발 가능성도 중요하게 고려한다"며 "그러나 지금은 투자자들이 싼 물건만 찾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서울 중앙지방법원의 경매 법정에 모인 경매 응찰자들이 앞쪽에 있는 열람대에서 경매에 참여할 물건의 내역을 살펴보고 있다. / 지지옥션 제공
    마음에 드는 물건은 1회 유찰 노려야

    이에 따라 최근 경매 법정에서는 가격이 싼 2회 이상 유찰된 물건에 입찰자가 많이 몰리고 있다. 경매정보업체 디지털태인에 따르면 2회 이상 유찰된 물건의 입찰 경쟁률은 처음 경매에 나온 신건이나 1회 유찰된 물건보다 평균 2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달 19일까지 수도권에서 진행된 경매에서 2회 이상 유찰된 아파트의 입찰경쟁률은 평균 7.4대 1로 신건이나 1회 유찰 물건의 경쟁률(3.3대 1)을 크게 앞질렀다. 인천에서는 2회 이상 유찰된 아파트의 입찰경쟁률이 최고 18.6대 1까지 치솟았다.

    이처럼 2회 이상 유찰된 물건에 투자자가 몰리는 이유는 1회 유찰될 때마다 최저 입찰가격이 20~30%씩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를 저감률이라고 하는데, 저감률은 지역에 따라 다르다. 서울·경기·전주·부산 등에선 1회 유찰되면 다음 경매의 최저입찰가는 감정가에서 20%씩 낮아진다. 인천·대구·포항·대전 등에선 30%씩 떨어진다. 예컨대, 감정가 10억원짜리 아파트라도 서울에선 한 번 유찰되면 다음엔 8억원부터 경매가 시작되지만, 인천은 7억원부터 시작하는 것이다.

    그러나 2회 이상 유찰된 물건의 경쟁률이 높아지면서 오히려 이전의 최저 입찰가보다 비싸게 낙찰되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 인천 남구 숭의동의 전용면적 59㎡ 한양아파트(감정가 1억3000만원)는 1회 유찰 후 두번째 경매에서 감정가보다 30% 싼 9100만원에는 입찰자가 전무했다. 그러나 2회 유찰 후 30%가 더 낮은 6370만원에 3번째 경매에 나오자 무려 29명이 입찰 경쟁에 뛰어들었다. 결국 1회 유찰 때보다 비싼 1억501만원에 낙찰됐다.

    이정민 디지털태인 팀장은 "2회 유찰물건은 경쟁이 심해 실거주까지 고려하는 응찰자라면 1회 유찰물건에 관심을 가지는 게 좋다"고 말했다.

    상가, 싸다고 덥석 물면 낭패볼 수도

    최근 경매로 노후를 준비하는 투자자들은 아파트보다 매달 안정적인 수익이 나오는 상가나 오피스텔, 다세대·다가구 주택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경매시장에서 오피스텔은 지역에 따라 경쟁률이나 낙찰가율의 편차가 심하다. 직장인이 많아 임대수익률이 높은 곳에는 응찰자가 몰리고 있다. 반면, 임대수요가 상대적으로 적은 수도권 외곽은 한산한 모습이다. 8월 서울에서 낙찰된 오피스텔의 낙찰가율은 평균 94.9%에 달했다. 입찰 경쟁률도 평균 7대 1이었다. 그러나 경기도와 인천은 낙찰가율이 각각 70%, 59.9%에 머물렀고 경쟁률도 서울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다세대·다가구는 투자 수요가 꾸준해 낙찰가율이 평균 80% 안팎을 유지하고 있다. 최근 아파트의 낙찰가율이 70% 초반대로 떨어진 것과는 대조적이다. 강은 팀장은 "지난해 9월 총부채상환비율(DTI·소득수준에 따라 대출을 제한하는 제도) 등 대출규제가 시행되면서 규제에서 자유로운 연립, 다세대의 인기가 상대적으로 높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상가는 경매로 나오는 물건 중에서 낙찰가율이 가장 낮다. 지역별, 시기별로 다르지만 평균 50~60%선이다. 서울에서 이달에 경매로 나온 상가 183개 중 낙찰된 물건 18개의 평균 낙찰가율은 52.1%였다. 평균 응찰자 수는 2.2명으로 지방과 수도권도 비슷하다.

    상가 낙찰가가 낮은 이유는 유치권이나 밀린 관리비 등 눈에 보이지 않는 비용이 포함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감정가의 절반 수준에 경매에 나왔다고 덥석 입찰했다간 낭패를 볼 수도 있다. 이정민 팀장은 "밀린 상가 관리비 중 일부는 낙찰자가 갚아야 한다"며 "상가는 아파트보다 살펴볼 게 많아 가격만 보고 접근해서는 곤란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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