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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도 개인도 脫부동산 러시… 매물 홍수사태

    입력 : 2010.08.19 03:01

    공기업·지자체까지 "팔자"… 매물만 수십兆원에 달해
    수요 적어 가격 하락 가능성… 자산 디플레 우려 커져

    최근 부동산경기 침체와 가격 상승 기대감이 사라지면서 개인에 이어 기업까지 이른바 부동산 '다운사이징(down-sizing)' 대열에 뛰어들기 시작했다. 비업무용 부동산을 매각해 현금을 확보하거나 본사 사옥을 내놓고 있다. 여기에 지방으로 옮길 공공기관도 이전자금 마련을 위해 올해부터 수조원대의 보유 부동산 처분에 나섰다.

    이처럼 개인과 기업, 공공기관이 내놓은 부동산 매물이 수십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면서 시장에는 '매물 홍수' 사태가 벌어질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시장에 한꺼번에 많은 매물이 쏟아지면 가격 하락을 더욱 부추겨 자칫하면 자산디플레이션을 촉발할 가능성까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기업"부동산 팔아 현금 확보하자"

    지금까지 부동산에 대해 어느 기업보다 많은 애착을 보여온 롯데쇼핑은 최근 백화점·대형마트 점포를 매각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롯데쇼핑은 롯데백화점 분당점(경기도 성남시 수내동)과 롯데마트 서울 도봉점·구로점·용인 수지점 등 6곳의 매각을 추진 중이다. 이 부동산을 팔아 6400억원의 현금을 확보하되 장기간 다시 빌려서 사용하는 '세일&리스백' 방식을 적용한다. 돈은 만들고, 부동산은 남의 것이 되지만 영업은 그대로 할 수 있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롯데쇼핑의 부동산 매각의 상징적 의미가 크다고 입을 모은다. 롯데는 김영삼 정부 시절 '세금 폭탄'을 맞으면서도 절대 부동산을 팔지 않고 버텼었다. 롯데쇼핑의 한 임원은 "롯데쇼핑은 부채비율이 낮은 초우량 기업이지만 좀 더 많은 실탄을 확보해 해외 시장 등 신규 시장을 개척할 필요가 있다"고 자산 유동화 배경을 설명했다.

    비슷한 이유로 사옥 등을 매각하는 기업도 봇물을 이룬다. 포스코ICT는 최근 서울 강남 테헤란로의 '포스타워' 지분 50%에 대한 매각을 결정했고, 진로도 본사 건물을 팔 계획이다. 대한전선은 이달 초 캐나다에 보유한 힐튼호텔 지분을 국내 부동산 개발 기업에 매각하기도 했다.

    경영난에 처한 저축은행, 건설회사 등도 회사 건물을 팔아 유동성 확보에 나서고 있다. 프라임저축은행과 대영저축은행은 5월 말 서울 삼성동 사옥 매각을 위한 본계약을 체결했다. 월드건설은 서울 역삼동 사옥을 800억~900억원에 매각할 예정이다.

    공기업·지자체도 부동산 "팔자"

    민간 기업뿐만 아니라 공기업과 공공기관, 지방자치단체도 부동산 매각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110조원이 넘는 빚더미에 올라앉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부채 축소를 위해 4000억원대의 분당 오리사옥 등 전국 10여개 사옥을 매물로 내놨다. 한국조폐공사도 재무 건전성 차원에서 서울 마포의 100억원대 사옥을 팔 방침이다.

    향후 2~3년 동안 지방 혁신도시로 옮겨가야 할 공공기관도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보유 토지와 건물을 팔 계획이다.

    이들 기관이 매각할 부동산만 41건, 약 526만㎡에 달한다. 매각 예정 가격만 수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호화 청사 논란으로 비판받고 있는 일부 지자체도 청사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성남시는 최근 새 시장이 취임하면서 속칭 '아방궁'으로까지 불렸던 신청사를 팔겠다고 선언했다. 이 건물은 매각가격만 3000억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가격 하락 압력…매물 소화될까?

    이처럼 기업들이 부동산 처분에 나서는 이유는 부동산에 대한 시각이 근본적으로 달라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롯데그룹의 경우 이제는 부동산으로 돈 버는 시대는 끝났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신동빈 부회장은 일본의 장기 불황과 부동산 가격 폭락을 경험하면서 '부동산에 매이는 경영으로는 좋은 성과를 내기 어렵다'는 경영관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가뜩이나 부동산 투자 수요가 최악 수준으로 위축된 가운데 기업 보유 부동산까지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면 가격 하락 압력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2008년 기준으로 국내 10대 그룹이 보유한 부동산 규모(장부가 기준)는 60조원에 육박하고 있는 상황이다. '닥터아파트' 이영진 이사는 "과거 일본의 자산디플레이션도 기업 부동산 매물 속출과 가격 하락에서 비롯됐다"면서 "지금이라도 대규모 매물을 흡수할 만한 수요 기반을 만들 수 있는 정책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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