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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한국토지주택공사) 자금난에 보금자리주택도 '흔들'… 하남은 땅값 보상못해

    입력 : 2010.07.31 03:02

    MB 정부의 대표적 서민정책
    '보금자리주택' 시행 1년여만에 위기
    '보금자리' 자금 마련 위해 다른 사업 '올 스톱' 위기
    소형아파트 전세금 급등

    지난해 보금자리주택 시범지구로 지정된 경기도 하남시 풍산동. 30일 오후 마을로 들어서자 도로 주변에는 '보금자리주택 결사반대' '터무니없는 보상비로 서민들 다 죽는다'고 적힌 현수막이 거리를 온통 뒤덮고 있었다.

    이곳은 이미 보상이 시작됐어야 하지만 사업 시행자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5조1000억원에 달하는 보상금을 마련하지 못해 사업이 지연되고 있다. 올해 들어 이미 세 차례나 보상 공고가 미뤄졌다. LH는 애초 올해 3월 보상 계획 공고를 낼 계획이었지만 연기했다. LH는 다음 달 보상 공고를 낸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지만 이마저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하남시에서 수퍼마켓을 운영하는 김모(54)씨는 "난데없이 보금자리주택지구로 지정돼 불만에 가득 찬 사람들도 많은데 보상까지 지연되다 보니 마을 전체가 뒤숭숭하다"고 말했다.

    ◆자금난으로 보금자리주택도 위기

    정부의 대표적인 서민정책 중 하나인 '보금자리주택'이 시행 위기를 맞고 있다. 최근 보금자리주택 건설사업 대부분을 떠맡은 LH가 과도한 부채로 경영난을 겪으면서 일부 지역에서 사업이 잇따라 지연되고 있는 것. 정부는 2018년까지 150만 가구의 보금자리주택을 건설할 예정이지만, 매년 12조원씩 120조원에 달하는 사업비를 제대로 조달할 수 있을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작년 10월 서울 강남(세곡) 등 보금자리주택 사전 청약 때만 해도 일부 단지는 시세의 절반 가격에 분양돼 청약자가 대거 몰리는 등 큰 인기를 끌었다. 사진은 당시 청약자로 붐빈 청약 접수장. 하지만 최근 분양된 보금자리주택은 주변 시세와 가격 차가 크지 않아 미분양이 발생하고 있다. 여기다가 LH의 자금난까지 겹치면서 보금자리주택정책이 흔들거리고 있다. /이진한 기자 magnum91@chosun.com

    현재 LH는 부채가 109조원에 달하고, 하루 이자만 100억원 가까이 지출하고 있다. 이에 따라 LH는 전국 414개 사업장에 대해 전면적인 사업 재검토에 들어가 일부 사업지구는 유보되거나 지연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LH는 이미 성남 구시가지 재개발사업 포기를 선언했고, 경기도 양주 회천지구·파주 운정3지구 등 신도시 4곳에 대한 사업을 무기한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최근 LH가 각종 개발 사업을 포기하거나 유보하는 것은 대통령 중점 추진 정책인 보금자리주택 사업비 마련을 위한 것이지만 보금자리주택 사업비가 천문학적이어서 이마저도 제대로 추진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보금자리주택도 미분양

    지난 2008년 9월 '서민에게 내 집 마련의 꿈과 희망을 주겠다'며 도입된 보금자리주택 제도는 한때 '로또'로 불릴 정도 인기가 있었지만 최근 대량 미분양이 발생하고 있다. 강남권 등의 보금자리주택은 시세의 절반 정도 가격에 분양됐지만, 수도권 외곽의 보금자리주택지구는 주변 시세와 비슷해 대량 미분양이 속출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5월 실시된 2차 지구의 경우 전체 경쟁률이 2대1로 시범지구(4대1)의 절반으로 낮아졌고 청약자가 한 명도 없는 아파트도 있었다. 정부는 당초 주변 시세의 70~80%에 보금자리주택을 공급한다고 했지만, 최근엔 주변 시세보다 높은 곳도 나오고 있다. 실제 지난 5월 공급한 시흥 은계지구의 예정 분양가(3.3㎡당)는 750만~820만원으로 인근 아파트(784만~795만원)보다 싸지 않았다. 닥터아파트 김영진 실장은 "앞으로 공급될 보금자리주택은 주변 시세와 큰 차이가 없어 미분양이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전세금 급등과 같은 예상치 못한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주택 중 서민이 사는 중·소형 아파트의 전세금은 급격하게 상승했다. 부동산 정보업체 '부동산114'의 자료에 따르면 보금자리정책이 발표된 2008년 9월(3분기) 서울의 60㎡ 이하 아파트 전세금은 3.3㎡(1평)당 553만원이었다가 올해 2분기 말(6월)에는 636만원으로 12.1% 뛰었다. 60~85㎡ 아파트 전세금도 12.6% 올랐다. 반면 85㎡ 이상 중·대형 주택 전세금은 8.6% 상승에 그쳤다. 보금자리지구가 2곳이나 지정된 경기 하남시는 중·소형 아파트 전세금이 같은 기간 20% 가까이 치솟았다. '부동산114' 김규정 컨텐츠본부장은 "보금자리주택에 청약하려면 무주택 요건을 맞춰야 하기 때문에 집을 사지 않고 전세로 남아 있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전세금이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보금자리 일부 조정 필요해"

    전문가들은 보금자리주택의 당위성과 긍정적 효과를 인정하고 있지만 '미세 조정'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그동안 두 번에 걸쳐 실시된 보금자리주택 청약에서 약 4만명이 내 집 마련 꿈을 이뤘다. 거품 논란까지 빚었던 집값도 하향 안정되는 효과를 거두었다. 그러나 자금난에 빠진 LH가 엄청난 사업비가 필요한 보금자리주택을 한꺼번에 무리하게 짓는 것보다는 주택시장 상황 등을 고려해 시기 조절을 할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또 정부가 가장 손쉽고 빠른 그린벨트 해제지역에 우선적으로 보금자리주택을 짓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한다. 민간 연구소의 한 연구원은 "그린벨트를 푸는 데도 한계가 있다"면서 "재개발·재건축 활성화 등을 통해 도심에도 보금자리주택을 공급하는 등의 방법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금자리주택

    현 정부는 공공(LH와 지방자치단체 등)이 짓는 중소형 분양주택과 임대주택을 모두 포함해 '보금자리주택'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붙였다. 공공분양 주택은 일반 분양 아파트처럼 분양받으면 소유권을 가질 수 있는 주택으로 민간 주택보다는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하다. 대신 전용 85㎡(25.7평) 이하의 중소형 주택만 분양하고 전매 제한기간이 길다. 임대주택은 주택에 대한 소유권은 국가가 갖고 입주자는 월세 형식으로 20만~30만원씩 내며 거주하는 주택이다. 임대주택에는 50년간 임대 자격을 보장받는 영구임대주택과 30년 보장받는 국민임대주택 등이 있다. 20년 동안 전세로 살 수 있는 장기전세주택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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