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0.06.03 03:26
안전진단 통과 호재에도 집값 떨어지는 '기현상'
서울 강남과 함께 재건축 시장의 쌍두마차로 꼽히는 경기 과천시 저층 아파트 4개 단지가 최근 정밀안전진단을 통과했지만 오히려 집값이 떨어지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그동안 정밀안전진단 통과는 재건축의 첫 단추를 끼운 것으로 받아들여져 집값이 뛰는 게 정석이었다. 그렇다면 과천 재건축 단지는 왜 집값이 거꾸로 가는 걸까.
이번에 안전진단을 통과한 단지는 과천 주공 1·6·7·9단지로 총 4100가구 규모. 과천은 서울 강남과 가깝고, 단지 규모가 크고, 주거환경도 좋은 이른바 '3박자'를 고루 갖춰 재건축 시장에서 강남권 못지않은 인기를 누려왔다.
그러나 현재 과천에서는 안전진단이 통과됐다는 소식에도 과거 같은 열기를 찾아볼 수 없다. 부림동에서 30년 넘게 부동산 중개업을 했다는 한 공인중개사는 "지금쯤 전화가 빗발쳐야 하는데 너무 한산하다"며 "팔려는 사람만 집값이 어떠냐고 물어보고 사겠다는 사람은 문의가 없다"고 말했다.
과천의 재건축 대상 아파트는 지난 4월 용적률(대지 면적에 대한 건물 연면적의 비율) 때문에 한차례 큰 폭으로 떨어졌다. 지난해 9월 과천시가 계획했던 이들 아파트의 재건축 후 용적률(200~250%)이 경기도 승인 과정에서 170~200%로 대폭 줄었기 때문이다.
용적률이 감소하면 그만큼 신축 아파트 가구 수가 줄어들고 주민들이 재건축 후 무상으로 입주할 수 있는 아파트 면적비율(무상지분율)도 감소한다.
예상보다 용적률이 낮아지면서 작년 말 재건축 가격 급등기에 집을 샀던 주인들이 실망 매물을 내놓고 있는 것이다. 주공7단지 89㎡(26.9평)짜리 아파트는 3월 9억5000만원 수준에서 최근엔 8억9000만원으로 시세가 6000만원쯤 내렸다. 현지 중개업소 관계자는 "재건축 추진 아파트의 현재 용적률이 70~80% 수준이라서 용적률이 낮아져도 사업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다만 집값이 더 오르지 않는다면 상투에 집을 산 투자자들은 금융비용 등을 감안할 때 수익성이 나오기 어렵다"고 말했다.이번에 안전 진단을 통과한 4개 단지는 앞으로 정비 계획 수립 및 정비구역 지정을 거쳐 추진위원회 설립, 조합 설립 등의 재건축 절차를 밟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