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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곳곳에 대규모 단일 브랜드 단지 등장

    입력 : 2010.03.05 04:16

    지하철 4호선 길음역 7번 출구를 나서면 작은 도로를 사이에 두고 2개의 아파트 단지가 마주 보고 서 있다. 이들 아파트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두 곳 모두 '래미안' 브랜드를 달고 있다. 두 아파트는 1차(1125가구)와 3차(977가구)를 합치면 2000가구가 넘는 대단지다. 인근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인근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브랜드도 '래미안'으로 똑같아 외지인에게도 인지도가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최근 몇년 동안 주택시장에서 새롭게 등장한 트렌드 가운데 하나가 '브랜드 타운' 개발이다. 브랜드 타운이란 특정 지역에 특정 브랜드 아파트가 집중적으로 들어서는 것을 말한다. 브랜드 타운의 효시는 서울 강남의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지난 79년 완공된 이 아파트는 31년이 지난 지금도 국내 아파트의 대명사로 불린다. 집값도 전국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왜 그럴까. 단순히 입지 여건과 품질이 좋아서일까. 맞는 말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을 '단일 브랜드'와 '타운화'에서 찾고 있다. 압구정동 현대아파트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3500가구를 단일 브랜드로 공급했다. 전문가들은 "주변에 많은 아파트가 더 들어섰지만, 선점(先占) 효과가 컸다"면서 "만약 현대아파트가 1~2개 단지에 불과했다면 지금 같은 명성을 얻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건설사, '브랜드 타운' 속속 개발

    국내 대형 건설업체들은 최근 브랜드 타운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개발지역 땅을 통째로 사서 1만 가구 이상을 단일 브랜드로 공급하기도 하고, 재개발 구역 등 인근 지역을 여럿 묶어 타운화하는 형태도 생기고 있다.

    최근 특정지역에 특정 브랜드 아파트가 집중적으로 들어서는 이른바 ‘브랜드 타운’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현대건설이 경기 파주에 지은 ‘힐스테이트’(왼쪽)와 삼성물산이 경기 과천에 지은 ‘래미안 슈르’ 는 대표적인 브랜드 타운 중 하나로 꼽힌다. / 현대건설·삼성물산 제공
    공덕동 삼성타운, 용인 신봉·성복동 GS타운, 신도림동 대림타운 등이 대표적.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지난 90년대 후반 이후 서울 마포 공덕동 일대에서 재개발 아파트를 집중 건설했다. 현재 1만5000여 가구가 '삼성'이나 '래미안' 브랜드를 달고 있다.

    경기도 용인 신봉동과 성복동에서 'GS타운'은 지역 내 랜드마크로 자리 잡았다. 지난 2002년 용인에서 최초의 중대형 단지였던 'LG빌리지1차'가 빅 히트한 이후 GS건설은 무려 1만5000여 가구를 공급했다. 서울 구로구 신도림동에는 대림타운이 아성을 구축하고 있다. 기존 공장 부지를 헐어낸 자리에 '환경친화형 아파트'를 테마로 약 4000가구가 밀집해 있다. 대우건설은 서울 금호동 일대에서 한강조망권을 갖춘 '푸르지오' 아파트를 7000여가구나 건설했다.

    서울 은평구 불광동에는 4000여 가구의 현대건설 '힐스테이트' 아파트촌이 형성돼 있다. 오는 8월에 북한산 힐스테이트3차(1332가구)가 입주하면 5000가구 이상의 매머드급 단일 브랜드 타운이 등장할 전망이다.

    수도권에도 이 같은 브랜드 타운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인천 송도지구에서는 눈길 닿는 곳마다 포스코건설의 '더샵' 아파트가 보인다. 2000년대 들어 일찌감치 송도에 승부수를 던진 포스코건설은 인천의 대표 브랜드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중견 건설업체인 신동아건설은 고양시 덕이동에서 3300여 가구 규모의 '하이파크시티' 아파트를 개발 중이다. 단지 안에 로마 트레비 분수를 재현하고, 입주민을 위한 영어아카데미와 4레인을 갖춘 실내수영장 등 고품격 커뮤니티 시설도 설치해 지역 내 랜드마크 아파트로 떠오를 전망이다. 두산건설은 경의선 탄현역 인근의 고양 탄현동에 수도권에서 가장 높은 지상 59층짜리 초고층 주상복합 '위브더제니스'를 짓고 있다. 이 아파트는 중대형 위주로 구성된 데다, 뛰어난 조망을 갖춰 벌써부터 가수·영화배우 등 연예인이 군침을 흘릴 만큼 명품 단지로 주목받고 있다.

    브랜드 타운의 장점은?

    브랜드 타운은 소비자 인지도 면에서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저스트알 김우희 상무는 "소비자는 통상 잘 알려진 아파트를 먼저 찾게 된다"면서 "다른 아파트보다 거래 가능성이 높다 보니 환금성도 좋다"고 말했다. 건설업체 입장에서는 대규모 단지 건설에 따른 각종 편익시설 설치도 쉬운 편이다. 대림산업 관계자는 "입주 후 시설을 업그레이드할 경우에 유리하다"면서 "신도림 대림타운의 경우, 여러 단지를 묶어서 정보화마을을 만들기도 했다"고 말했다. 동일 지역에서 같은 브랜드의 다른 아파트가 주목받으면 시세가 동반 상승하는 것도 특징이다. 닥터아파트 이영진 리서치연구소장은 "같은 아파트에 산다는 측면에서 입주민 간 커뮤니티 형성도 잘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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