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0.02.23 03:27
전·월세 강세, 저금리로 새 투자 대상으로 인기… 매물 많은 곳은 피해야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73㎡(22평)형 오피스텔을 소유한 이모(37)씨는 이달 들어 부동산 중개업자들의 전화 공세에 시달리고 있다. 이씨는 1주일에 2~3통씩 이런 전화를 받고 있다. 그는 "요즘 전세난 때문에 오피스텔을 찾는 세입자가 많다"면서 "월세를 9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올릴 생각"이라고 말했다.
최근 아파트값이 안정된 반면 전·월세금이 치솟으면서 원룸·오피스텔·고시원 등 이른바 '월세 수익형 주택'이 부동산 시장의 새로운 투자 대상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월세금도 상승세다. 부동산정보업체인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의 오피스텔 월세금은 성동구(0.18%)가 가장 많이 올랐고, 서대문(0.15%)·서초(0.14%)·강동(0.08%)·송파구(0.06%) 등도 강세를 보이고 있다.
개강을 앞둔 대학가 원룸도 월세가 뛰면서 투자 수익성이 좋아지고 있다. 연세대·이대·서강대 등이 몰린 신촌 일대 원룸은 평균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50만~70만원을 호가한다. 지난해 말보다 월 5만원 이상 올랐다는 것이 현지 부동산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부동산써브' 함영진 실장은 "최근 퇴직자 중심으로 매월 고정적으로 임대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원룸·오피스텔 등 수익형 부동산에 대한 문의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도시형 생활주택을 장려하면서 건축기준을 대폭 완화하고, 건축비의 50%를 국민주택기금에서 지원하는 등 지원책을 내놓아 원룸 등 월세 주택이 부동산 시장에서 새롭게 각광 받고 있다"고 말했다.
월세형 부동산은 경매시장에서도 인기다. 최근 낙찰가와 낙찰률이 높아지고 있다. 부동산 경매업체인 '지지옥션'에 따르면 서울의 오피스텔 경매 낙찰률은 지난해 11월 23.88%에서 12월 51.46%로 상승했고, 올해 1월에는 61.25%를 기록했다.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 주변의 감정가 1억원짜리 원룸은 지난달 법원 경매에서 17명이나 응찰해 예정가격보다 20% 이상 높은 1억2123만원에 낙찰되기도 했다.
그러나 원룸·오피스텔 등 월세형 부동산이 모두 안정적인 임대수익을 내는 것은 아니다. 주변에 매물이 많거나 역세권이 아닌 곳은 공실률(空室率)이 높을 수 있다.
고시촌인 서울 관악구 서림동(구 신림2동)의 원룸이나 고시원에는 빈 방이 적지 않다. 이곳은 서울대까지 걸어서 10여분 거리지만, 2000년대 초부터 원룸과 고시원 붐이 일면서 공급이 수요를 초과해 빈 방이 늘고 있다. 고시원장 이모(68)씨는 "보증금 없이 월세 25만원에 방을 내놔도 학생이 별로 없다"며 "주변에 원룸이 많이 생겨 월세를 20여만원까지 인하했지만 여전히 빈 방이 많다"고 했다. 함영진 실장도 "주변에 유사시설이 많으면 공실률이 높을 위험이 있고, 오피스텔 신규 분양의 경우 부가세를 환급받을 수 있지만 10년 안에 임대사업을 포기하면 환급받은 부가세 일부를 반납해야 한다"고 말했다.
☞ 도시형 생활주택
지난해 정부가 1~2인 가구와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해 도입한 제도로, 전용면적 85㎡(25.7평) 이하 소형으로 지을 수 있고, 주택 형태에 따라 단지형 다세대와 원룸, 기숙사형 등이 있다. 단지 규모는 20가구 이상 150가구 미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