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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하룡 부동산 팀장의 심층리포트] 건설업계 죽겠다는데, 정부는 투기대책회의… 왜?

    입력 : 2010.02.22 03:23

    업계 "분양시장 급랭 봐라"
    "미분양 IMF때 1.2배 등 이러다 줄부도" 대책 호소
    정부, 부양책 난색 "지금 집값 상당히 안정 추가대책 요구는 곤란"

    유하룡 부동산 팀장
    #1. "지금 갖고 있는 미분양 아파트만 3000가구쯤 됩니다. 그나마 팔린 아파트도 연체된 중도금이 1조원이 넘어요. 공사비는 계속 들어가는데, 돈은 안 들어오고 정말 죽을 지경입니다."

    최근 사석에서 만난 국내 10위권 내 대형 건설업체 CEO(최고경영자)는 "대출이 막혀 아파트 계약자들이 현재 살고 있는 집을 팔지 못해 입주를 포기하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다"고 한숨을 토했다.

    "건설회사의 지난해 실적이 좋은데 왜 그러냐"고 묻자, "양도소득세 감면 혜택 등 일시적으로 '마약'을 맞은 탓이다. 올해는 앞이 캄캄하다"고 하소연했다.

    #2. "글쎄요, 건설업계 건의는 많았는데, 일반 국민들로부터는 별 얘기를 못 들었습니다."

    최근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은 설 연휴 기간 집값 민심을 들은 적이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그는 "지금 집값이 상당히 안정된 상태"라며 "집값 오르는 걸 즐겁게 생각하는 것은 정상적이지 않은 것 아니냐"고 말했다. 주택경기 부양론에 대해서도 "분위기를 띄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최근 정부와 건설업계가 주택 경기를 놓고 극명한 시각 차이를 드러내고 있다. 건설업계는 "죽겠다"고 난리인데, 정부는 "뭐가 문제냐?"는 반응이다. 도대체 그 이유는 무엇인가?

    지난 11일 종료된 양도소득세 감면 혜택을 노리고 막판 투자자들이 몰렸던 인천 영종도의 한 아파트 모델하우스. 양도세 감면이 끝나면서 아파트 분양 시장이 침체 기미를 보이자, 건설업계는“이러다가 연쇄 도산이 우려된다”며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지만, 정부는“문제없다”는 입장이다./조선일보 DB

    건설업계, "이러다간 '줄부도' 난다" 대책 요구

    지난 11일 대한건설협회 등 국내 건설업계를 대표하는 3대 건설단체장이 사전 예고없이 기자회견을 자청했다. 이들은 이날 A4용지 20여장에 달하는 '긴급 호소문'을 발표했다.

    골자는 이렇다. "미분양이 쌓이고, 각종 규제 강화로 주택 시장이 급랭해 주택업계가 고사(枯死) 지경에 있으니 정부가 규제를 풀고, 양도세 감면 혜택을 연장하는 등 제발 도와달라"는 것이다. 건설업계는 그 근거로 미분양 주택이 1998년 외환위기 때보다 1.2배나 늘었고, 최근 신규 분양 아파트의 청약률이 30~40%에 그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자금난과 미분양 증가로 일부 중소 업체는 몇 개월째 직원 월급과 하도급 대금을 체불하고 있다. 대형 건설사도 10~20%씩 할인 분양에 나서며 현금 확보에 혈안이 되고 있다. 모 대형 건설사 임원은 "작년엔 공공공사 물량이 예년(40조~45조원)보다 늘어난 60조원에 달하고, 공사 선급금도 60%까지 지급해 줘 주택 경기 부진을 견뎌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올해는 딴판이다. 정부가 공공공사 물량을 40조원대로 줄이고, 선급금 비율도 낮춰 자금 사정이 어렵게 된 것이다. 한국주택협회 김동수 정책실장은 "건설업체가 아파트 사업을 위해 받은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중 44조원이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데, 이대로 가면 상당수가 부실화돼 건설사 연쇄 부도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정부, "미분양 대폭 감소" 추가 대책은 난색

    정부는 건설업계의 요구에 요지부동이다. 주택경기를 보는 시각부터 판이하다. 정부는 미분양 주택 증가는 건설사의 '자업자득(自業自得)'이라고 본다.

    1년 동안 양도세를 감면해 준 결과, 전체 미분양 주택은 2008년말(16만5599가구) 대비 25%(4만2302가구)나 줄었는데, 작년 11~12월 건설사가 밀어내기식으로 분양에 나서면서 수도권에서만 1만5000가구의 미분양이 늘었다는 것이다.

    최근 주택 거래량 감소에 대해서도 국토부는 "올 1월 들어 절대 거래량은 소폭 줄었지만, 과거 4년 평균치와 비교하면 오히려 많다"고 반박했다.

    주택담보 대출잔액도 올 1,2월에 증가세가 둔화됐지만 2008년말(310조원대)보다 40조원 이상 많은 352조원에 달해 주택 수요가 잠재된 것으로 평가된다. 부양책은 고사하고 정부는 보금자리주택 인기가 높아지면서 투기가 성행할 우려가 있다고 보고 지난 19일 투기대책 점검회의를 열기도 했다.

    양도세 감면 혜택의 열쇠를 쥐고 있는 기획재정부도 "(양도세 감면이) 이제 끝난 지 며칠 되지도 않았는데, 벌써 다시 연장해달라는 것은 곤란하지 않으냐"는 입장이다.

    정부와 건설업계의 이 같은 입장 차이는 당분간 좁혀지기 어려울 전망이다. 건설업계는 분양 시장을, 정부는 기존 주택 가격에 무게중심을 두고 경기를 진단하고 있는 탓이다.

    닥터아파트 이영진 이사는 "분양 시장엔 당분간 호재보다 악재가 많은 상황이고, 집값은 큰 폭의 등락없이 보합세가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 양도소득세 감면

    신축 및 미분양 주택을 구입해 입주 후 5년 안에 팔면 양도세를 60~100% 감면해 주는 제도. 작년 2월 12일부터 올 2월 11일까지 1년간 한시적으로 시행됐다. 이 제도도입 이후 미분양 주택은 25% 이상 줄었다. 건설업계는 최근 다시 미분양이 급증하는 만큼 양도세 감면 조치를 1년 더 연장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금융 위기 극복을 위한 한시적 대책이었다"며 추가연장에 부정적이다.

    들어차는 아파트 가운데 '즐거운 나의 집'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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