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 메뉴 건너뛰기 (컨텐츠영역으로 바로 이동)

[심층분석] 강남발 전세불안 확산… 수도권 현장 가보니

    입력 : 2010.01.28 03:28 | 수정 : 2010.01.28 10:14

    "전세난요? 강남·목동 얘기죠"
    광명·남양주 등 서울인근 "세입자 구해달라" 아우성
    전세금 10%이상 떨어져

    이석우 기자

    "전세난요? 다들 강남이나 목동 얘기지 여기엔 전세난 같은 것은 없어요. 오히려 집주인들이 가격을 내리더라도 세입자나 빨리 구해달라고 난리죠."

    27일 오전 경기도 광명시 하안동의 '대림 e편한세상·센트레빌' 아파트 단지 입구. 15일부터 입주가 시작돼 아파트 단지 곳곳에는 이삿짐 차량과 인테리어업체 차량이 분주하게 오가고 있었다. 공인중개업소 김모(47) 사장은 "강남 사람들이야 그 동네 떠나면 뭔 큰일이라도 나는 줄 알고 버티다 보니 전세금이 치솟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광명시는 안양천을 사이에 두고 서울과 맞닿아 있다. 전세 대란을 겪고 있는 양천구 목동과도 자동차로 10여분 거리에 있다. 지난해 중순부터 서울 주택시장은 전세난으로 몸살을 앓고 있지만, 광명에선 전혀 '딴 세상' 얘기다. 이 아파트 주변만 하더라도 자이·래미안, 위브 아파트 단지 등 4개 단지에서 7400여 가구가 입주한다. 새 아파트 입주 영향으로 지난 3~4개월 사이 철산동의 기존 아파트 단지의 전세금이 10% 안팎까지 떨어지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전세금 비싼 강남 떠나고 싶어도 아이 때문에

    수도권 전세 시장이 지역에 따라 전혀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강남구와 양천구 목동 등지에선 불과 2~3개월 사이에 전세금이 3000만~4000만원씩 오른 것이 예사다. 하지만 이들 지역만 벗어나면 전세금이 1년 내내 꼼짝하지 않는다. 경기도로 빠져나가면 오히려 전세금이 떨어지는 곳도 있다.

    우선 서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와 목동에서 전셋집에 사는 주민들은 말 그대로 '전세 대란'이다. 서울 송파구 잠실 트리지움 단지의 84㎡(25.4평)에 사는 직장인 박보영(41)씨는 지난달 집주인으로부터 전세보증금 4000만원을 올려 달라는 이야기를 듣고 고민에 빠졌다. 그는 2년 전 2억6000만원에 계약을 했다. 박씨는 "전세금이 싼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하고 싶지만 초등학교에 다니는 딸 교육 문제 때문에 꼼짝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세금 급등 현상은 강남 지역 전체로 확산돼 있다. 강남구 대치동 미도2차 112㎡는 지난해 6월 말 3억~3억6000만원이던 전세보증금이 최근 3억8000만~4억5000만원으로 8000만~9000만원 올랐다. 서초구 반포자이 82㎡ 역시 같은 기간에 3억1500만~3억8000만원에서 4억~4억3000만원으로 올랐다. 송파구 지역은 지난 한 해 무려 20%가량 전세금이 올랐고, 서초구도 10.7%, 양천구도 11.1%로 올랐다. 다만 강남구는 6.4%로 올라 다소 상승폭이 적었다.


    ◆경기도는 오히려 전세금 내릴 수도 있어

    하지만 같은 서울이라도 강남권 외 다른 지역의 상황은 다르다. 국민은행 조사 자료에 따르면 2008년 말 이후 전세금 상승률은 서울 서대문구는 2.7%, 강북구는 3.5%, 중랑구는 4%에 그쳤다. 강북 지역 14개구의 전세금은 지난 한 해 전체적으로 4%가량 오르는 데 그쳤다. 올해 들어서도 강남구를 제외한 지역은 매주 평균 0.1~0.2% 오르는 수준이다.

    경기도권은 올해 오히려 전세금 폭락을 걱정해야 할 판이다. 남양주시 평내동과 고양시 행신동, 광명시 하안동 등의 전세금은 지난해 12월 초보다 3.3㎡당 10만~20만원 정도 떨어졌다. 최근 이들 지역에 대규모 입주가 시작되면서 기존 주택의 전세금이 하락하기 시작한 것이다. 올해 경기도에서 입주하는 아파트 수는 9만1359채로 2005년 이후 최대 규모에 이른다. 이영진 닥터아파트 이사는 "올해 경기도에는 입주 아파트가 몰려 있어 전세금이 소폭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경기도 입주 주택 많아도 강남 수요 흡수하긴 어려워

    전문가들은 수도권 전세 시장이 매매시장과 마찬가지로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학군과 입지, 서울 도심과의 접근성 등이 좋은 강남 등지는 전세금이 급등하지만 다른 지역은 잠잠한 것이다. 문제는 강남권 전세 수요자들이 다른 지역으로 쉽지 빠져나가지는 않는다는 것. 박재룡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강남에서 4억~5억원짜리 전셋집에 사는 사람은 학군이나, 직장 등 분명한 목적의식을 갖고 몰려든 계층"이라며 "경기도에 아무리 새 아파트가 많이 입주하더라도 수요층이 달라 강남 전세 수요를 흡수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해양부는 재개발·재건축 사업에 따른 이주수요가 증가해 강북지역 전세금이 오르는 현상에 대해서는 정책적으로 대응하겠지만, 강남권 전세 시장은 정부가 개입할 여지가 많지 않다고 보고 있다. 한만희 국토해양부 토지주택실장은 "다른 지역의 집값보다 비싼 전셋집에 사는 계층을 위해 세금이 들어가는 주거 대책을 내놓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강남의 배밭이 '금싸라기 땅'이 되기까지…
    이전 기사 다음 기사
    sns 공유하기 기사 목록 맨 위로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