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0.01.20 02:59
사옥 몽땅 내다팔고… 1·2급 80명 물갈이…
"부채 공기업 오명 씻는다"
"사옥은 팔아서 빚을 갚고, 인원도 대폭 감축합니다. 지방 사옥과 오리 사옥은 매각합니다. 정자동 사옥도 사겠다는 임자(매입자)만 있으면 팔 계획입니다."
총 부채 107조원(2009년 9월 말 기준), 하루 이자 76억원을 내는 대한민국 대표 '부채 공기업'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개혁 작업이 시작됐다.
LH는 이날 발표한 조직개편안에서 본사조직 8개 처·실을 통폐합해 53개에서 45개로 줄였다. 또 1급 직원 28명과 2급 직원 52명이 자리에서 물러났다. 1급 직원 기준으로 37%가 자리를 빼앗긴 셈. 본사 직원의 약 25%인 500여명이 조만간 지역본부와 사업단으로 배치될 예정이다. 2012년까지 인력 24%를 감축하기 위해 임금피크제의 나이 연한을 56세로 1년 앞당겼으며 명예퇴직제도 활성화한다.
매물로 내놓은 오리 사옥은 삼성SDS 등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 오리 사옥(지하 2층~지상 8층 본관, 지하 2층~지상 4층 별관사옥)은 통합 당시 감정평가액이 3622억원 정도이다. LH는 지방으로 이사갈 예정이어서 정자 사옥 역시 매입자만 나타나면 팔 계획이다.
앞서 매물로 내놓은 10개 지방 사옥은 매각이 쉽지 않다. 옛 토지공사 서울본부(서울 강남구 대치동)는 한 차례 유찰 뒤 최근 식품업체인 오뚜기(537억원)에 매각됐다. 하지만 나머지 사옥은 매입자가 나오지 않고 있다. LH 관계자는 "올해 내에 오리 사옥과 지방 사옥을 매각하면 8000억~1조원의 매각대금이 들어오고, 이 돈을 모두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데 사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LH는 또 지구 지정은 됐지만 보상이 시작되지 않은 전국 택지지구 100여곳을 중심으로 사업성을 재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LH의 노력이 결실을 맺을지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사옥을 매각한다고 하더라도 107조원가량의 부채에 비해 사옥 매각 대금(1조원가량)은 1%도 되지 않는다. 인원을 감축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부채 규모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한 수준이다. 게다가 현 정부가 추진하는 보금자리주택지구의 연평균 보상금으로 10조~15조원이 나가야 한다. 세종시에 들어가야 할 LH의 자금도 14조원가량이나 된다. 이 중 5조원가량은 토지보상비 등으로 이미 집행됐고, 나머지는 2020년까지 더 투입될 예정이다.
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장은 "LH의 엄청난 부채는 근본적으로 사업성을 따지지 않는 정부의 개발계획이나 임대주택공급 사업에서 '총대'를 메고 앞장선 결과"라며 "우선적으로 사업부지 매각을 추진하고, 수익성 없는 택지개발 사업을 과감히 정리해야 재무구조 개선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