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09.12.17 03:20
경기도 1만 늘어 9만여 가구… 전셋값 내려 시장 안정되고
서울 한강 이남 8400여 가구… 집 구하기 여전히 힘들 듯
올해 주택 시장의 최대 화두는 '전셋값'이었다. 연초부터 슬금슬금 오르던 전셋값은 하반기 이후 서울은 물론 수도권 전역으로 확산되는 양상까지 보였다. 이 때문에 전세 수요자들은 뛰는 전셋값에 발을 동동 굴러야 했다. 그렇다면, 내년에도 이런 현상이 되풀이될까. 해답의 일부는 내년에 새로 입주하는 아파트가 얼마나 되느냐에서 찾을 수 있다. 통상 입주 물량이 늘어나면 전셋값이 안정되고, 집값 상승도 억제되는 경향이 있다.
부동산 정보업체인 '스피드뱅크'에 따르면 내년에 입주할 새 아파트는 전국적으로 25만여 가구로 올해(22만 가구)보다 10%쯤 증가할 전망이다. 경기도가 9만1000여 가구로 올해보다 1만 가구쯤 늘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서울(2만8600가구)과 인천(1만4400가구)은 올해보다 오히려 소폭 감소할 것으로 조사됐다.
수도권에서 내년에 입주가 몰려 있는 지역은 용인시와 고양시. 두 지역 모두 1만 가구를 넘는다. 파주시와 남양주시, 광명시에서도 각각 7000가구 이상이 집들이를 준비하고 있다. 이들 지역에서는 분양가 상한제를 피하기 위해 2007년 하반기 대규모 밀어내기식 분양이 이뤄졌고, 내년부터 본격적인 입주가 시작되는 것이다. 스피드뱅크 조민이 팀장은 "입주량이 많은 지역에선 일시적으로 전셋값이 떨어지기 때문에 전세 수요자라면 이런 곳을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수도권의 내년 아파트 입주 물량을 살펴보면 경기 남부권을 중심으로 물량이 크게 증가할 전망이다.
남부지역의 경우, 광명(7100가구)과 김포(5200가구), 수원(5100가구), 평택(4100가구), 오산(4000가구) 등 대부분 지역에서 4000가구 이상씩 입주 물량이 대기하고 있다. 이들 지역은 2008년 이후 입주량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어 내년에도 전세시장이 상대적으로 안정세를 보일 것으로 보인다. 닥터아파트 이영진 리서치연구소장은 "이들 지역에서는 2007년 분양 붐을 타고 투자 목적의 매수자도 적지 않았기 때문에 입주가 가까워지면 상대적으로 값싼 분양권 매물이 출시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내년에 수도권에서 입주가 가장 많은 지역은 용인시로 1만3800가구로 예상된다. 용인에서는 민간 도시개발사업 형태로 진행됐던 동천동과 신봉동에서 메이저 건설사들의 아파트가 대거 입주한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개발한 동천동 래미안은 내년 5월부터 총 4개 단지에서 2393가구가 순차적으로 입주에 들어갈 예정이다. 신봉동에서는 동일하이빌과 동부센트레빌 등 6개 단지, 2690가구가 이르면 6월부터 집들이를 시작한다.
용인 다음으로 입주량이 풍성한 곳은 고양시다. 식사동과 덕이동에서 대규모 입주 레이스가 하반기에 집중적으로 펼쳐질 전망이다. 식사동에서는 '위시티'라는 브랜드로 총 7200여 가구가 입주한다. GS건설과 벽산건설이 개발한 위시티는 주로 중대형으로 구성돼 있다. 식사동과 비슷한 시기에 선보였던 덕이동 '하이파크시티'에서도 신동건설과 현대산업개발이 총 4800여 가구를 준공할 계획이다.
파주와 남양주에서는 택지개발지구 입주 물량이 쏟아진다. 파주 교하신도시는 2007년에 분양한 8360가구 중 내년에만 7100여 가구가 한꺼번에 준공돼 주인을 맞는다. 남양주는 올 하반기부터 입주가 시작된 진접지구에서 내년에만 3500여 가구가 입주한다.
최근 2~3년째 대규모 분양이 이뤄지고 있는 인천 경제자유구역에서는 청라지구와 송도지구에서 입주가 예정돼 있다. 청라지구 첫 분양단지였던 중흥S클래스가 5월에 입주하는 것을 시작으로 2500가구가 잇따라 준공된다. 송도지구에서는 주상복합 단지인 대우월드마크송도와 더샵센트럴파크 등 1400여가구가 입주 대기 중이다.
◆서울 강북권 입주 많아…강남은 감소
경기지역과 달리 서울은 내년에도 입주 가뭄이 여전할 것으로 우려된다. 서울 입주예정 아파트 물량은 올해(2만9000가구)와 비슷하거나 소폭 줄어들 전망이다. 그러나 입주물량의 70% 이상이 강북 지역에 몰려 있어 강남 지역의 전세 물량 부족 현상은 내년에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강북지역의 경우, 내년에 길음뉴타운·미아뉴타운 등 주요 재개발 사업이 속속 마무리될 예정이다. 성북구 길음뉴타운에서는 내년에 7~9단지가 6월부터 잇따라 입주한다. 총 입주물량은 3000가구가 넘는다. 삼성물산이 시공한 강북구 미아뉴타운1,2차 래미안도 내년 5월쯤 준공된다. 두 단지를 합치면 2500가구에 달한다. 동대문구에서도 입주 물량이 대거 포진해 있다. 답십리 한신휴플러스와 용두동 삼성래미안 등은 1000가구 이상 대단지다.
반면 한강 이남지역은 2003년을 정점으로 입주 물량이 연간 3만 가구 이하로 줄어들면서 입주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올해 1만6300가구에서 내년엔 8400가구로 거의 절반 이하로 줄어들 전망이다. 2000년 이후 가장 적은 입주물량이다. 그나마 500가구 미만 중소형 단지가 대부분으로 1000가구 이상 대단지는 재건축 사업장인 서초구 삼호가든1·2차(1119가구) 정도에 그칠 전망이다. '부동산114' 김규정 부장은 "내년에도 강남 3개 구의 입주 아파트는 손에 꼽을 만큼 적은 수준"이라며 "강남에서 전셋집 구하기가 만만치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내년에 지방에서 집들이가 이뤄지는 아파트도 올해보다 소폭 늘어날 예정이다. 내년 지방 입주물량은 10만6423가구로 올해보다 6000가구쯤 많다. 지역별로는 경북(1만6739가구)이 가장 많고 이어 대구(1만4103가구), 충남(1만2365가구), 부산(1만2275가구), 경남(1만1477가구), 울산(1만514가구) 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