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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잡기 위해 필요" "주택 공급 줄어 분양가 상승"

    입력 : 2009.11.26 03:18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존폐 '끝없는 논란'
    개정안 年內 통과 사실상 무산
    "아파트 가격에서 땅값 비중이 70~80% 공공택지보다 효과 적어"
    "상한제 폐지하면 단기적으로 집값 상승"

    국토해양부와 건설업계가 줄기차게 추진하던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연내 폐지가 사실상 무산됐다. 24일 열린 국회 국토해양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는 상한제 폐지 내용을 담은 주택법 개정안을 논의할 예정이었지만 처리법안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바람에 논의조차 못했다.

    주택시장이 침체기에 빠져 있던 올해 상반기만 하더라도 올해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폐지는 기정사실처럼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주택 시장이 되살아나고, 일부 분양 아파트 분양가격이 3.3㎡당 2500만원을 훌쩍 뛰어넘으며 '고분양가 논란'이 불거지자 분위기가 바뀌었다. "집값을 잡으려면 분양가 상한제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 힘을 얻기 시작한 것이다.

    ◆땅값 비싸면 분양가 상한제 적용해도 비싸

    분양가 상한제는 택지비(땅값)에 정부가 정한 표준형 건축비를 적용해 분양가를 매긴다. 땅값 건축비 등 원가를 바탕으로 책정하는 방식이어서 주변 시세를 감안해 분양가를 책정하는 일반 아파트보다 분양가가 싼 편이다. 분양가 상한제는 일단 분양 가격을 안정시켜 전체 주택 가격을 붙잡아 두는 효과는 있다. 상한제 효과는 공공택지에서 입증됐다. 2006년 나온 판교의 분양가는 인접한 분당신도시 시세보다 30% 정도 쌌다. 강남 세곡지구 등 4개 보금자리 시범지구의 분양가 또한 주변 시세보다 30~50% 정도 싸다. 이 때문에 주택 수요자들은 민간 단지도 주변 시세보다 분양가가 확 내려갈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민간택지에서는 상한제 효과가 기대에 미치지 않는다는 것이 중론이다. 현대건설이 광진구에서 분양한 민간택지 아파트 '광장 힐스테이트'는 주변 시세와 비슷한 3.3㎡당 평균 2500만원 선까지 올라갔다. 현대엠코가 서울 중랑구 상봉동에서 공급하는 주상복합 아파트 '프레미어스 엠코' 역시 3.3m²당 평균 1480만원 선으로 주변 시세에 비해서는 비싸지는 않지만 수백만원씩 가격이 내려가지는 않았다.

    이처럼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해도 분양가격이 내려가지 않는 이유는 땅값 자체가 비싸기 때문. 민간 상한제 단지는 택지조성원가로 땅값을 매기는 공공택지와 달리 주변 시세를 감안해 정한다. 주변 집값(땅값)이 오르면 분양가도 오를 수밖에 없는 구조다. 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 소장은 "아파트 가격에서 땅값이 차지하는 비중이 70~80%에 이르는 상황에서 민간 택지에서는 공공택지보다 분양가 상한제 효과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분양가 상한제 적용을 받았지만 3.3㎡당 평균 분양가격이 2500만원으로 책정돼 고분양가 논란에 휩싸였던 현대건설의 광장 힐스테이트의 완공 후 예상모습. 연내 분양가 상한제 폐지가 무산돼 내년에도 논란이 이어질 전망이다.
    ◆"분양가 상한제가 오히려 집값 올려"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폐지를 주장하는 또 다른 이유는 건설사들이 수지타산을 맞추기 어려워 아예 신규 주택공급을 포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집값을 안정시키기 위해 만든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가 결과적으로 공급 부족 현상을 초래해 집값을 올릴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건설산업연구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0년 전국의 아파트 입주예정 물량이 30만 가구로 연간 아파트 수요인 33만~34만 가구(전체 주택수요 42만~43만 가구의 80%)보다 적다. 또 분양가상한제 시행으로 지난해와 올해 분양물량이 감소, 2011년 입주물량은 27만 가구에 불과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2000년대 들어 가장 적은 수치다.

    분양가 상한제를 폐지하면 집값이 장기적으로는 내릴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권주안 주택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열린 '주택 분양가상한제 정책토론회'에서 "상한제를 폐지할 경우 단기적으로는 분양가격도 상승하지만 이와 함께 주택의 공급도 증가해 중장기적으로는 결국 주택가격이 하향 안정화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내년에도 상한제 폐지 쉽지 않을 듯

    국토해양부와 건설사, 학계까지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폐지를 주장하고 있지만, 입법권을 가진 국회로만 넘어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분양가 상한제가 폐지되면 단기적으로는 주택 분양 가격이 갑자기 오를 수밖에 없어 선뜻 법안을 통과시키지 못하는 것이다.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둔 정치권 입장에선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야당은 물론 여당 내부에서도 분양가 상한제 폐지에 반대하는 주장이 만만치 않다.

    분양가 상한제 폐지 주장에 대한 곱지 않은 시각도 존재한다. 정부 산하 연구기관의 한 연구원은 "현재 상황에서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를 폐지해도 민간 주택 공급이 더 늘어난다는 보장도 없다"며 "건설사 입장들이 상한제가 폐지돼 분양가가 높아지면 상대적으로 가격이 싼 미분양 주택을 팔아 치울 수 있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일단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를 둘러싼 논쟁은 해를 넘겨 내년에도 이어지게 됐다. 상한제 폐지법안은 내년 초 임시국회에서 다시 논의될 수 있지만, 지방선거를 눈앞에 두고 법안이 통과될 가능성은 적은 편이다. 이에 따라 빨라도 내년 하반기는 돼야 분양가 상한제 폐지 법안이 통과될 수 있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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