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09.11.16 03:23
건설회사들 영종하늘도시 분양 고전
"정부서 건설비 받아놓곤…"
국토해양부
"영종·인천대교도 적자인데 또 짓는 건 국가적 낭비"
"사람도 얼마 살지 않는 영종도에 수조원을 들여서 지은 다리 2개가 있는데 또 다리를 건설하면 과잉 투자 아닙니까."(국토해양부 관계자)
인천경제자유구역 중 청라지구와 영종지구를 잇는 '제3연륙교' 건설을 두고 정부와 건설사 간에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총 7.05㎞ 길이의 이 다리는 영종도 개발 때부터 구상이 시작돼 2006년부터 본격적으로 다리를 건설한다는 이야기가 나왔지만 지금까지도 건설 계획조차 못잡고 있다.
영종지구에서 각종 개발사업을 진행 중인 건설사들은 하루라도 빨리 다리를 놓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다리 건설에 대한 인허가권이 있는 국토부는 이미 있는 다리도 교통량이 적은데 또 다리를 놓을 수는 없다고 맞서고 있다. 여기에 외국 자본 투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경제자유구역 활성화를 위해서는 다리 건설이 시급하다"며 가세했다.
◆다리 건설비용 있어도 계획조차 못 잡아
지난달 3일 현대건설·우미건설·한양등 6개 건설사는 영종하늘도시에서 아파트 7500여가구를 처음 분양했지만 결과는 참패였다. 1순위 청약은 고사하고 3순위 청약에서도 신청자를 다 모집하지 못했다. 청약통장이 없어도 누구나 신청할 수 있는 '4순위' 청약을 받고서야 겨우 마감을 했다. 같은 경제자유구역인 송도·청라지구는 3.3㎡(1평)당 분양가격이 영종하늘도시보다 200만~300만원이 비싸도 수십대 일의 경쟁률을 기록했지만 유독 영종지구만 고전한 것이다. 건설사들은 분양 실적이 나빴던 가장 큰 원인으로 영종대교와 인천대교의 비싼 통행료(각각 7400원, 5500원·소형차 편도 기준)를 지목하고 있다. 반면 제3연륙교는 건설만 된다면 통행료는 공짜다. 한국토지주택공사(당시 한국토지공사)가 건설사에 택지를 분양할 때 이미 기반시설비용(제3연륙교 건설비용) 5000억원을 포함해 분양했기 때문이다. 건설사들은 "정부가 토지를 분양할 때는 무료 교량을 건설한다고 다리 건설비까지 다 받아 놓고 이제 와서는 다리를 건설하지 않겠다고 버티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기존 다리 통행료 적자에도 허덕이는 정부
이미 자금까지 확보돼 있는데도 국토해양부는 왜 제3연륙교 건설에 반대하고 있을까. 이유는 정부가 '민자사업의 덫'에 걸려 있기 때문이다. 2000년 12월 민자사업방식으로 건설한 인천국제공항고속도로(영종대교)는 예상했던 것보다 통행량이 적어 한해 평균 800억원을 국민이 낸 세금으로 손실을 보상해주고 있다. 이미 인천대교 개통으로 영종대교 통행량은 20% 이상 줄어들어 정부가 보존해 주어야 하는 돈도 더 늘어나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영종도에 '무료' 다리인 제3연륙교까지 건설하면 영종대교와 인천대교 통행 차량이 급격히 줄어들어 정부가 보존해줘야 하는 돈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국토해양부 공항정책과 관계자는 "영종도 개발이 어느 정도 진행돼 차량 통행량이 지금보다 늘기 전까지는 제3연륙교 건설 계획을 확정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아파트 분양받은 주민들에게 피해 돌아가
더 큰 문제는 제3연륙교 건설이 늦어질수록 아파트를 분양받은 주민들이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는 점. 택지 분양가격에 다리 건설비용이 포함돼 있었기 때문에 아파트 분양가격에는 당연히 다리 건설비용이 포함돼 있다. 결과적으로 2~3년 뒤 영종하늘도시 입주가 시작되면 주민들은 다리 건설비용을 내고도 비싼 통행료를 내고 다녀야 한다.
전문가들은 영종도 제3연륙교를 둘러싼 갈등은 결과적으로 정부가 무리하게 민자사업으로 기반시설 공사를 벌인 결과라고 지적하고 있다. 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 소장은 "정부가 교량·도로 등을 지을 때 실시하는 통행량 예측방식에 대해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