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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냐 아트(art)냐

    입력 : 2009.11.05 06:01

    공동주택도 국내외 유명 건축가 참여 '작가주의' 바람
    고가 타운하우스·주상복합 등장 영향
    디자인 앞세운 공동주택들 눈길 끌어

    공공건축물이나 대형 빌딩·초고층 빌딩 등에서만 이름을 볼 수 있었던 유명 건축가들이 최근 일반적인 공동주택 건축에도 등장하고 있다. 과거 아파트 건축은 '고품격'을 지향하는 건축가들은 기피하는 건축 분야였다. 그러나 최근에는 국내뿐 아니라 해외 유명 건축가까지 국내 공동주택 설계에 참여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공동 주택 건축에 유명 건축가들이 참여하지 않았던 이유는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판매하는 공동주택은 건축가들의 상상력을 발휘하기 어려운 분야이기 때문. 특히 비용을 최소화해 이윤을 극대화하는 아파트에서는 '비효율적'인 작가적 상상력이 건축비를 올리는 요인이어서 건설사도 건축가를 선호하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고가의 타운하우스와 주상복합아파트가 등장하면서 건축가들이 참여하는 사례가 점차 늘고 있다.

    ◆브랜드 아파트 시대에서 작가주의 아파트 시대로

    재일교포 건축가 이타미 준이 설계한 도심형 타운하우 스‘오보에 힐스’샘플하우스 전경.
    199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국내 주택은 건설사의 이름을 딴 주택이 대부분이었다. '현대건설' , '삼성건설' 등 건설사의 이름과 지역의 이름을 붙인 것이 아파트 이름이었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건설사들이 '브랜드'를 강조하면서 '브랜드 아파트' 시대가 열렸다. 현대건설은 '힐스테이트', 삼성건설은 '래미안', GS건설은 '자이', 대림산업은 ' e-편한세상' 등의 브랜드가 등장했다.

    최근에는 유명 건축가가 참여한 주택이 늘면서 마케팅에서 건설사 브랜드보다 오히려 건축가의 이름을 앞세우는 사례도 늘고 있다. '작가주의 아파트' 시대가 열린 셈이다. 지난 9월 현대산업개발이 수원 권선동에서 분양한 '권선 아이파크'는 세계적인 건축가 벤 판 베르켈(UN스튜디오)과 네덜란드의 대표적 조경설계가인 로드베이크 발리옹이 설계했다는 점을 전면 내세웠다. 현장에 설치된 모델하우스 역시 벤 판 베르켈이 직접 설계해 '모델하우스가 미술관 못지않다'는 평가를 들었다. 업계에서는 이 아파트의 분양이 '작가주의 마케팅' 덕을 톡톡히 봤다고 보고 있다.

    ◆주상복합 아파트에 해외 유명 건축가 참여 많아

    최근 일반적인 공공주택인 아파트에도 '디자인 바람'이 불면서 유명 건축가들이 대거 참여하고 있다. 대림산업이 경기도 광교에서 분양하는 '광교 e-편한세상'( 1970가구)은 헤이리 마을 커뮤니티센터를 설계한 건축가 김준성 교수가 참여했다. 건축사무소 ' hANd' 소장인 김준성 교수는 건국대 건축전문대학원에 재직하면서 열린책들 사옥, 아트레온 등을 설계했다.

    아파트 중에서도 비교적 가격이 비싼 편인 주상복합 아파트는 일반 아파트보다 건축가의 참여가 활발하다. 서울 뚝섬에서 한화건설이 분양 중인 주상복합 아파트 '갤러리아 포레'의 실내 인테리어 설계에 프랑스 건축 디자이너 장 누벨(Jean Nouvel)이 참여했다. 이 밖에도 부산 해운대 마린시티 바닷가에 조성하는 '해운대 아이파크'는 미국 뉴욕 세계무역센터 재건축 설계 공모 당선자인 다니엘 리베스킨트가 설계를 맡았다.

    ◆고가 주택엔 작가의 건축 철학 반영

    건축가 승효상씨가 설계를 맡은 단독주택 ‘아델라모스’거실 내부.
    건축가들의 참여가 가장 두드러지는 분야는 타운하우스 등 고급 주택 분야. 고가 단독형 주택은 아파트보다 설계를 다양하게 적용할 수 있어 건축가들의 참여가 활발하다. 효성이 분당 이매동에 시공하는 고급 단독주택단지 '아델라모스' 건축 설계에는 승효상씨 등 국내 유명 건축가 5명이 참여했다. 승효상씨가 '빛'을 주제로 설계한 주택에서 눈에 가장 띄는 것은 화장실. '사색의 공간'으로 설계한 1층 화장실에 자연광이 들어올 수 있도록 2층까지 천장을 뚫어놓았다. 아델라모스 관계자는 "주택 디자인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유명 작가가 설계했다는 점은 주택 마케팅에서 주요한 포인트"라고 말했다.

    쌍용건설이 서울 종로구 평창동에 분양 중인 도심형 타운하우스 '오보에 힐스'(Oboe Hills·18가구)는 재일교포 건축가 이타미 준(伊丹潤)이 설계했다. 이타미 준은 프랑스 예술문화훈장을 받았고, 국내에선 제주도 포도호텔 등을 설계했다. 이 주택은 경사지에 들어서는 주택의 입지 여건을 활용해 조망권을 최대한 확보하도록 설계됐고, 욕실에서 밖을 내다볼 수 있도록 설계된 것이 특징이다.

    GS건설 관계자는 "아직은 분양가격이 비싸거나 대단지 아파트에서만 유명 건축가들이 참여하고 있지만 주택문화가 다양화되면 소형 아파트 단지에서도 개성이 강한 주택이 많이 등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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