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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약시장 '후끈', 매매는 '꽁꽁'… 주택시장 양극화

    입력 : 2009.10.19 06:24

    양도세 면제·DTI적용 배제…
    영종 하늘도시·청라지구 등 신규분양에 수요자들 관심
    재건축·일반매매는 거래 '뚝'

    18일 인천 구월동 인천시청 앞. 영종 하늘도시 동시분양을 앞두고 현대건설·우미건설 등 6개사의 모델하우스가 모여 있는 이곳은 하루 종일 북새통을 이뤘다. 밀려드는 인파로 모델하우스 안은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지난 16일부터 매일 1만여명씩 관람객이 몰리면서 준비한 분양 팸플릿과 기념품도 동날 지경이었다. 우미건설 이춘석 팀장은 "첫 분양이라 내심 걱정이 많았는데, 분양 열기가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가을 성수기를 맞아 새 아파트 분양 시장이 뜨겁다. 그동안 보금자리주택 등 공공 분양 외에 민간 분양이 많지 않았고, 대출 규제 강화 이후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수요자들이 규제가 적은 분양 시장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반면 기존 주택 시장은 대출 규제 강화로 매수세가 급격히 위축돼 거래가 얼어붙고 있다. 전문가들은 특별한 계기가 없는 한 이 같은 주택 시장의 양극화 현상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영종신도시에서 분양하는 건설업체들이 마련한 모델하우스에 지난 주말 하루 평균 1만명이 넘는 관람객이 몰렸다. 모델하우스 관람객의 대기 행렬이 한때 100m를 넘기도 했다./ 김용국 기자 young@chosun.com
    아파트 모델하우스 '북새통'

    중소형 위주로 8800여가구가 처음 분양되는 영종 하늘도시는 인천과 서울지역 실수요자들이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현대건설 김진형 과장은 "투자자들뿐 아니라 공항 관련 업무에 종사하며 집을 장만하려는 20~30대 젊은 층 실수요자가 많다"고 말했다. 하늘도시와 같은 날 견본주택을 열었던 청라지구에도 인파가 몰리고 있다. 청라지구는 상반기 300대1에 육박하는 최고 청약률을 기록하며 인기 지역으로 떠올랐던 곳. 이번에 동문·반도·제일건설 등 3개사가 2600여가구를 분양한다. 인천 용현동 인하대 앞에 마련된 견본주택에는 18일 하루에만 1만5000여명이 다녀간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 17일에는 내부 관람을 위해 100여m가 넘는 긴 줄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동문건설 허상 팀장은 "상담전화가 쉴 새 없이 쏟아지고 있다"면서 "인천지역 수요자들이 60~70%쯤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같은 분양 열기가 실제 청약과 계약으로 이어질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업체들의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바람몰이에는 성공한 것 같다"면서도 "한꺼번에 많은 물량이 쏟아져 지역별·단지별로 희비가 엇갈릴 수 있다"고 말했다.

    기존 아파트 거래 사실상 '올스톱'

    분양 시장과 달리 기존 주택 시장은 한겨울이다. 대출 규제는 분양 시장에는 해당되지 않고 일반 주택 거래 시장에만 적용되기 때문이다. 최근 은행권에 이어 제2금융권까지 소득에 따라 대출금액을 제한하는 DTI 규제가 확대되면서 투자 심리가 극도로 위축됐다. 아파트 매매가격도 2주 만에 다시 떨어지면서 맥을 못 추고 있다. 부동산 정보업체인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는 1주일 전보다 평균 0.03% 떨어졌다.

    그동안 상승세를 주도했던 강남·서초·송파·강동구 등 강남 4개 구마저 내림세에 합류했다. 3주째 하락하고 있는 서울 재건축 아파트는 지난주 -0.25%로 올 들어 주간단위로는 하락 폭이 가장 컸다. 9월 말과 비교해 6000만원 이상 떨어진 가격에 매물이 나온 곳도 있다.

    최근 재건축 안전진단 결정이 내려진 대치동 은마아파트 역시 문의는 늘었지만, 거래는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부동산114' 이호연 팀장은 "소형 아파트를 찾는 수요도 예전보다 많이 줄어든 모습"이라고 말했다. 재건축 이외 일반 아파트도 이달 들어 거래가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다.

    "양극화 현상 당분간 지속될 것"

    전문가들은 '뜨거운 청약 시장, 썰렁한 매매 시장'의 기류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청약 시장은 상대적으로 호재가 많지만, 매매 시장은 상황을 반전시킬 재료가 없는 탓이다. '부동산1번지' 박원갑 소장은 "신규 분양 아파트에 주어지는 양도세 면제 혜택과 DTI 적용 배제 등이 투자 유인(誘因)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장기적인 주택 시장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일부에서는 공급 부족으로 기존 주택 시장의 재상승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지난 2007년 말 이후 분양가 상한제와 금융위기 영향으로 민간업체가 집을 많이 짓지 않았기 때문에 그 충격이 내년 이후 본격화될 것이란 주장이다. 반면 세계 경제의 '더블 딥(경기가 일시적으로 살아났다가 다시 하강하는 현상)' 우려가 계속 제기되고, 일각에선 금리 인상을 거론하는 등 향후 거시 경제를 예측하기 힘들다는 점이 주택 가격 상승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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