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09.09.08 02:40
정부가 7일부터 총부채상환비율(DTI) 대출 규제를 서울·수도권 전역으로 확대 적용하면서 주택시장의 분위기가 움츠러들고 있다. 대출 한도가 줄어들어 매수자들이 주택 구입에 부담을 느끼기 시작한 것. 하지만 대출 규제를 비껴간 분양 시장은 오히려 수요자들이 몰려들고 있다.
"토요일(5일)부터 손님들이 확 줄어드네요. 주말에 계약서 쓰겠다는 사람들 중에도 자금 마련이 어렵겠다면서 없던 일로 해 달라고 하는 전화가 2~3통은 왔어요."
서울 동작구 사당동의 A공인중개사무소 이모(45) 사장은 "대출 규제의 찬바람이 벌써부터 제법 강하게 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미 DTI 규제를 받고 강남권보다는 서울 강북 지역과 경기권 지역에서 이 같은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주택을 구입하려던 사람들 입장에선 4억~5억원가량의 중소형 주택을 사려면 예전엔 2억5000만~3억원까지 대출이 가능했지만 이번 규제로 상환기간을 길게 잡아도 대출한도가 2억원 이내로 줄어들어서다. 강남권에서도 대출 규제의 여파는 조금씩 나타나고 있지만 충격은 덜한 편. 강남구 개포주공 3단지의 경우 주말 사이 49㎡형이 2000만원 정도 가격이 내려간 10억4000만원 선에서 매물이 나왔다. W공인 윤모(54) 실장은 "강남 재건축 아파트도 약간 영향을 받기는 하지만 전반적으로 강남은 이미 대출 규제가 있었고 이 지역 수요층은 대출 한도에는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반면, 분양 시장은 모델하우스에 인파가 몰리고 있다. 신규 분양주택의 경우 건설사들이 은행을 상대로 직접 협의해 계약자들의 중도금을 대출해 주는 '집단대출'이 일반화돼 있다. 집단 대출은 DTI 규제를 받지 않는다. 4일 동시에 문을 연 현대산업개발의 '수원아이파크시티'(경기도 수원시)와 쌍용건설의 '쌍용예가'(경기 남양주시 별내지구) 모델하우스에는 사흘 동안 각각 4만여명, 3만여명이 몰려 주변에서는 교통체증까지 빚어졌다. 쌍용건설 관계자는 "대출 규제로 당장 자금을 마련하기 어려운 주택 수요자들이 신규 분양 주택으로 모여 청약 때까지는 분위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114' 김규정 부장은 "서울 강북과 경기도 지역은 단기간 주춤하겠지만 집값 상승의 근원지로 지목됐던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는 대출 규제와 관계 없이 지속적인 상승세를 유지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