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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학봉 부동산 팀장의 심층 리포트] 강남권 아니면 불가능한 '반값 아파트' [정정내용 있음]

    입력 : 2009.09.01 03:07 | 수정 : 2009.09.02 10:19

    강남권 최대 2만가구만 혜택… 지방거주자 청약조차 못해
    개발이익 모두 당첨자몫… 서민주택자금만 희생될판

    차학봉·부동산 팀장
    정부는 '8·27 주택 정책'을 통해 시세의 절반에 분양하는 '반값 아파트'를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서울 서초구 우면과 강남구 세곡지구에서 공급되는 아파트는 분양가가 3.3㎡당 1150만원으로 주변시세의 절반 수준. 당첨만 되면 3억~4억원의 시세차익이 가능하다. 청와대국토해양부는 "대통령 공약인 반값 아파트 공급이 현실화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반값 아파트'는 고 정주영 현대건설 명예회장이 1992년 대선 출마 당시 공약한 이후 정치권 등에서 수차례 도입 논의가 있었지만 번번이 좌절됐다. 정말 반값 아파트 시대가 열리는 것일까.

    실패했던 반값 아파트

    집값이 폭등하던 노무현 정부 시절, 한나라당 홍준표 의원이 토지임대부 주택을 통한 반값 아파트 도입을 제안했다. 토지임대부 주택은 토지는 임대하고 건물만 분양하는 방식으로 분양가를 낮춘다. 외국에서는 싱가포르 등에서 채택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권리만 갖기 때문에 '반쪽 권리 아파트'라는 비판을 받았고 시범 분양했지만, 소비자의 외면을 받았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 시절 인수위도 지분형 아파트라는 것을 발표했다. 당시에는 반값이 아니라 '3분의 1값 아파트'라는 주장까지 나왔다. 집값의 30%를 초기에 내고 입주 후 4년차, 8년차에 각각 20%씩을 납부한 뒤 10년째 되는 시기에 나머지 30%를 내는 식으로 지분을 확대하는 제도이다. 이 제도 역시 토지임대부 아파트처럼 온전한 권리를 사는 것이 아니어서 '짝퉁 반값' 아파트라는 비판을 받았다. 반면 8·27 대책에서 밝힌 반값 아파트는 토지임대부 주택 등 기존 반값 아파트와 달리, 토지와 건물 소유권을 모두 가지면서도 분양가만 반값이다.

    반값 아파트의 비밀

    과거 정부 관료들은 머리가 좋지 않아 이런 정책을 내놓지 못한 것일까? 이번에 진짜 반값 아파트가 탄생한 비결은 뭘까. 우선 토지 보상가격이 싼 그린벨트 해제지를 활용하기 때문에 토지가격을 낮출 수 있었다. 아파트 분양가는 보통 토지가격과 건축비, 기반시설비, 이윤 등으로 구성된다. 과거 정부는 그린벨트 해제가 반환경적이라는 비판 때문에 그린벨트 해제를 통한 대규모 주택공급에 소극적이었다.

    둘째, 기반시설 투자비가 적게 든다. 대형 신도시를 개발할 경우 토지보상비 외에도 도로, 대규모 공원을 짓는 데 상당한 투자가 필요하고, 이 비용이 분양가에 포함된다. 하지만 보금자리 주택은 대부분 교통망 등을 갖춘 그린벨트 해제지에 분양되기 때문에 기반시설 투자비가 거의 들지 않는다. 셋째, 반값 분양이 가능한 곳은 주변시세가 비싸기 때문이다. 반값이라는 의미는 절대적 가격이 아니라 주변시세와 비교한 상대적 가격이다. 우면과 세곡지구의 3.3㎡당 1150만원이라는 분양가는 수도권이나 지방에서는 오히려 비싼 가격이다. 시세가 낮은 지방에서는 보금자리 주택의 가격을 낮추기가 어렵다. 그래서 반값 아파트는 강남권 등 일부 지역에서만 가능하다.

    정부, 개발이익 포기

    반값 아파트가 가능한 근본적인 이유는 정부가 개발이익을 포기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신도시 등에서 분양가를 책정할 때 정부는 아파트 원가(토지비+건축비+기반시설 투자비)보다 비교적 높게 책정했다. 개발을 통해 얻은 이익을 임대주택 등 서민주택건설 재원 등으로 활용했다. 또 분양가와 시세의 차이가 지나치게 클 경우, 청약과열현상이 발생하고 당첨자가 거액의 시세차익을 챙기는 부작용도 발생하기 때문에 분양가를 시세보다 10~20% 정도 낮게 책정해 형평성을 맞췄다. 분양가를 시세의 60~70% 수준에 책정하려던 판교신도시도 '정부가 마련한 로또판'이라는 비판 탓에 채권입찰제를 통해 시세차익의 일정 부분을 회수했다. 2006년 판교 신도시분양 당시 시세보다 저렴하다는 이유로 47만명이 몰려, 경쟁률이 최고 2073대 1을 기록하는 등 청약 광풍 현상이 발생했다. 하지만 우면·세곡 등에서는 정부가 개발이익을 당첨자에게 거의 100% 돌려준다.

    반값 아파트의 딜레마

    반값 아파트의 최대 딜레마는 강남권과 같이 절반 가격에 분양되는 아파트가 많지 않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강남권 반값아파트가 1만~2만가구에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소수의 당첨자는 3억~4억원의 시세차익을 챙기는 행운을 누리지만 대부분의 탈락자는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특히 지방거주자는 청약기회조차 없어 형평성 논란이 커질 수 있다.

    정부가 챙기는 개발이익은 관료들이 나눠갖는 것이 아니다. 주변과 시세차익이 3억~4억원이 난다면 이 중 2억~3억원을 정부가 거둬 그 돈을 주거 복지 재원으로 활용했다. 시세차익 전부를 당첨자에게 주는 것은 반값 아파트라는 명분을 위해 서민주택 재원을 희생하는 것이다. 정부도 이런 부작용을 알기 때문에 5년 거주 의무기간을 설정하고 10년간 전매를 제한하는 등 보완조치를 발표했다. 이런 보완조치가 있어도 결국 일부에게만 로또 당첨의 행운을 주는 제도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강남권 그린벨트 해제지 아파트 분양가를 주변시세보다 10~20% 정도 낮게 책정, 개발이익을 정부가 흡수해 서민주택 자금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 바로잡습니다
    ▲1일자 B3면 '강남권 아니면 불가능한 반값 아파트'기사 관련 표 내용 중 '토지만 분양하고 건물은 임대'와 '토지 소유권만 갖는 반쪽 아파트'는 각각 '건물만 분양하고 토지는 임대'와 '건물 소유권만 갖는 반쪽 아파트'의 잘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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