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 메뉴 건너뛰기 (컨텐츠영역으로 바로 이동)

"여보, 올 추석명절엔 집주인에게 선물이라도…"

    입력 : 2009.08.13 03:22

    새 아파트 중심 전세금 급등 2년새 1억원 오르기도 집주인·세입자간 분쟁 늘고
    "더 늦기 전에 집 사자" 펀드·예금 깨 자금 마련도

    전통적 비수기인 여름 휴가철에 서울과 수도권 일부 지역에서, 주로 새 아파트를 중심으로 전세 매물 품귀 현상과 함께 전세 가격이 급등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부동산써브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으로 서울 아파트 가구당 평균 전세금이 2억41만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종전 사상 최고치였던 지난해 9월(2억7만원)보다 더 올랐다. 이에 따라 전세자금 대출도 크게 늘고 있다. 우리은행신한은행의 전세 대출 잔액은 지난달 각각 2275억원, 895억원으로 올 들어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세금 급등은 서울 강남 3구에서 시작됐지만, 집을 못 구한 전세 수요자들이 외곽으로 발길을 돌리면서 강북·수도권 등 주변 지역으로도 슬금슬금 확산되고 있다. 이로 인해 주택시장에서 갖가지 파급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다.

    ①집주인과 세입자 간 갈등

    "오래오래 살라고 말해 놓고선…." 오는 10월로 전세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원 고모(41·분당 거주)씨는 지난주 집주인으로부터 "전세금을 5000만원 올리겠다"는 갑작스러운 통보를 받았다. 고씨는 "당장 5000만원이나 마련하기는 힘들다"고 읍소했지만, 집주인은 "원래 6000만원 올리려다 조금 깎아준 것"이라며 거절했다.

    일제히 전세 만기가 도래하는 입주 2년차의 새 아파트 단지에선 재계약 때 집주인과 세입자 간에 전세금 인상을 둘러싼 잡음이 늘고 있다. 김일수 기업은행 부동산팀장은 "전세금이 오르면 외곽 등 저렴한 지역으로 이사 가는 게 방법이지만, 30~50대는 자녀들 학교 때문에 선뜻 이사 가기도 어려워 이들 계층의 주거 사정이 열악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서울 송파구 잠실 지역의 입주 2년차 단지에선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난다. 2년 새 전세금이 1억원 가까이 오르자, 자금 마련이 어려운 세입자들이 외곽으로 이사 가거나, 아니면 평수를 줄여 전셋집을 구하는 것이다.

    ②주택자금 마련 위해 펀드 환매

    집값이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주택 구입을 미뤄왔던 세입자들은 ▲집값 급등과 ▲전세금 급등의 이중고 속에서 괴로워하고 있다.

    서울 중구에서 전세 사는 황모(39)씨는 최근 수익률을 회복한 펀드와 만기가 돌아온 예금 등을 몽땅 찾아서 종자돈 1억원을 마련했다. 집값이 더 오르기 전에 서둘러 집을 사야겠다는 생각에서다. 정부가 경기 회복을 위해 돈을 많이 풀어 향후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예상된다는 것도 황씨가 주택 구입을 결심한 원인이다.

    ③덩달아 가격 뛰는 오피스텔

    서울 성동구에 사는 김모(35)씨는 여름휴가 기간 내내 부동산에서 상주하다시피 했다. 김씨는 "전세가 정말 씨가 마른 것 같다. 여러 부동산에 예약해 놨는데도 좀처럼 연락이 오지 않는다"고 답답해했다. 전세 매물 부족으로, 올 초만 해도 1억원대였던 이 지역 100㎡대 아파트 전세 호가(呼價)는 2억원대 초반으로 치솟았다.

    아파트 전세 가격이 치솟자, 오피스텔 몸값이 덩달아 비싸지고 있다. 서울 강남의 A중개업소 측은 "올 초만 해도 오피스텔 사겠다는 문의가 거의 없었는데 7~8월 들어 직장인, 은퇴생활자 등이 오피스텔 매물을 많이 찾는다"고 전했다. 이 지역 오피스텔 매매 가격은 올 초 대비 1000만~5000만원씩 올랐다.

    불황으로 가계 소득이 줄었는데도 이처럼 전세금이 급등한 이유에 대해, 고준석 신한은행 갤러리아팰리스 지점장은 "올 들어 공급이 줄고 새 아파트 전세 물량이 소진되면서 수요와 공급 간 괴리가 생긴 것이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또 "만약 서울과 수도권 지역에서 재개발·재건축이 활성화되면 전세 품귀 현상이 계속되면서 내년에도 전세 대란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이전 기사 다음 기사
    sns 공유하기 기사 목록 맨 위로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