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 메뉴 건너뛰기 (컨텐츠영역으로 바로 이동)

[심층분석] 부산 찍고 대전… 지방 미분양에 볕들 조짐

    입력 : 2009.07.30 02:55

    미분양 12만4594가구 한달새 1만 가구 줄어
    입지 좋은 지역에 국한 "전국적 확산은 힘들 듯"

    이석우 기자
    "3월 초까지만 해도 앞이 캄캄하데요. 내가 파는 물건이지만 '정말 자신 없다'는 생각도 들었지요. 하지만 4월, 5월 되니까 모델하우스 방문객이 늘면서 분위기가 확 바뀌더군요."

    부산 해운대 '아이파크' 분양을 담당하고 있는 이정훈 분양 소장은 올해 초만 하더라도 아무도 찾지 않는 썰렁한 아파트 모델하우스 사무실에 앉아 한숨만 팍팍 내쉬고 있었다. 주인을 찾지 못한 미분양 아파트가 700여 가구. 한 달에 5~6가구 팔리는 것이 고작이었다. 하지만 지난 3월 중순 이후 매달 70~100가구씩 계약이 속속 이뤄지면서 지금은 미분양 물량이 크게 줄었다. 이 소장은 "지방 주택 시장이 완전히 회복됐다고 보기는 힘들지만 적어도 부산은 올해 초와는 분위기가 확실히 다르다"고 말했다.

    ◆지방 미분양 주택 두달 연속 감소

    도무지 줄지 않을 것 같던 지방 미분양 아파트들이 조금씩 줄고 있다. 국토해양부의 미분양 주택 통계에 따르면 지방 미분양 아파트 수는 3월 13만7041가구를 기록한 이후 4월·5월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5월 지방 미분양 가구는 12만4594가구로 전달보다 1만106가구(7.5% 감소)가 줄었다. 서울과 경기도·인천 등 수도권만은 못하지만 입지가 좋고 지역 경제가 살아나는 일부 지방 도시도 주택 경기가 되살아날 조짐을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주택 시장의 변화가 가장 두드러진 곳은 부산. 대형쇼핑 센터 개점과 해운대~울산 간 도로 개통 등의 영향을 받는 해운대를 중심으로 미분양 주택이 줄고 있다. 부산의 미분양 주택 수는 5월에만 전달보다 1188가구 줄었다. 내년 10월 입주 예정인 대우건설의 부산 거제동 '거제동 푸르지오'의 경우 5월 이후 매달 40가구 안팎의 미분양 주택이 꾸준히 팔리고 있다. 정일환 대우건설 차장은 "해운대 지역에서 분양에 속도가 붙으면서 부산의 다른 지역도 영향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수영만을 매립해 조성한 부산 해운대구 마린시티에 들어서 있는 고층 주상복합 아파트 전경. 최근 해운대 지역의 신규 분양 아파트 계약이 속속 이뤄지면서 부산 지역의 미분양 아파트 물량이 눈에 띄게 줄고 있다./김용우 기자 yw-kim@chosun.com
    ◆인구 유입·지역 경제 활발한 곳은 미분양 감소

    주택 수요·공급 조절이 비교적 잘됐다는 평가를 받는 대전 지역도 주택 시장이 조금씩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대전 학하지구에 지난 3월 분양한 '리슈빌 학의뜰'(704가구)은 지방 도시에선 이례적으로 평균 1.7 대 1의 경쟁률로 청약을 마감했다. 학하지구와 인접해 있는 도안신도시에서 분양 중인 한라건설의 '파렌하이트' 역시 최근 2~3개월 사이 매달 100가구가량 소진됐다. 김희정 피데스개발 연구센터 소장은 "대전은 3~4년 전부터 지자체에서 대규모 택지 공급을 조절해 주택 공급 과잉현상이 덜한 편"이라고 말했다.

    기업 활동과 개발 사업이 활발한 지역도 미분양 주택이 감소세다. 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 등 조선소가 몰려 있는 경남 거제시에선 기업체 근로자 유입이 지속돼 '거제 자이'의 분양률이 최근 90%를 넘어섰다. 거제시 고현동의 A공인중개사무소 윤모(49) 사장은 "포스코·GS·두산 같은 대형 건설사에서 신규 주택을 계속 공급하고 있지만 젊은 인구가 계속 유입돼 새 아파트에 웃돈이 500만~800만원씩 붙어 거래되는 것도 제법 있다"고 말했다.

    새만금경제자유구역 개발이 구체화되고 건설 중장비업체인 두산인프라코어가 생산라인을 증설하고 있는 군산 역시 주택 시장이 강세다. 2006년 9월 분양한 군산수송지구 '현대아이파크'(566가구)가 지난 5월 분양을 마감한 데 이어 군산 미룡동 '금광 베네스타' 등도 미분양 가구 수가 연초 대비 130가구가량 줄었다. 하지만 이 같은 현상이 전국적으로 확산되기는 쉽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미영 '스피드뱅크'분양팀장은 "상당수 지역이 공급과잉 상태에 빠져 있는 데다 경기회복도 이뤄지지 않아 지방 전체 주택시장이 되살아 나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전 기사 다음 기사
    sns 공유하기 기사 목록 맨 위로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