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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안개' 자욱한 부동산 시장

    입력 : 2009.07.21 03:22

    상한제 폐지? 임대소득세? 정부 추진에 논란만 가중
    서울시 재개발 공공관리제(制)도 사업 연기 등 벌써부터 부작용

    부동산 시장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올 상반기까지는 거침없이 오르던 집값에 시선이 모였다면, 이달 들어서는 굵직한 규제 및 제도 정비가 추진 중이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현안은 민간주택에 대한 분양가상한제 폐지와 다주택자에 대한 임대소득세 부과이다. 여기에 서울시가 공공관리 방식을 통한 재개발·재건축 아파트 값 '거품 빼기'에 나서면서 시장에 적지 않은 논란을 가져왔다.

    부동산정보업체 '스피드뱅크'의 박원갑 소장은 "최근 정부가 손질에 들어간 부동산 관련 제도는 주택공급과 함께 가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변수들"이라며 "다만 아직 정치권과 시장 안팎에서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란 점에서 당장 시행에 들어가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민간주택 분양가상한제, 통과 쉽지 않을 듯

    최근 정부와 부동산업계가 가장 관심을 갖는 부분은 민간주택에 대한 분양가상한제 폐지이다. 국회 국토해양위원회는 이런 내용의 주택법 개정안을 심의할 계획이다. 한나라당 신영수 의원은 공공택지에서 공급되는 중대형 주택에 대해서도 상한제를 폐지하는 안(案)을 제출해놓은 상태여서 국회의 통과 여부에 귀추가 주목된다.

    분양가상한제는 노무현 정부가 집값 급등을 막기 위해 '반시장적인 제도'라는 비판까지 받으며 도입했다. 그러나 분양가상한제가 시행에 들어간 이후 민간 건설업체들이 수익성 감소를 이유로 아파트 공급을 사실상 중단하면서 향후 주택 공급 부족에 따른 집값 급등을 가져올 것이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런 이유로 정부는 작년 말에 분양가상한제를 없애기로 방침을 정하고 지난 2월 임시국회에 주택법 개정안을 제출했지만, 야당인 민주당의 반대로 법안은 아직 처리되지 않았다.

    이 개정안이 통과되면 주택건설업체들은 분양가를 자유롭게 정할 수 있어 단기적으로는 집값 불안을 불러올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민간주택 공급이 늘어날 것으로 국토부는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민간택지에 대한 분양가상한제 폐지를 그렇게 낙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번 임시국회가 25일 만료되는 만큼 국회 본회의 통과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데다 민주당이 반대하고 있어서다. 한나라당은 지난 4월 임시국회 때 분양가상한제 폐지를 당론으로 정하고도 법제사법위원회에 상정조차 못 했다. 여기에 최근 이명박 대통령이 "아파트가 너무 고급화돼 있어서 분양가가 높아지고 있다"고 지적, 아파트 분양가 거품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만큼 '분양가상한제 폐지가 사실상 물 건너간 것 아니냐'는 평가도 나온다.

    전세 임대소득세 도입해도 큰 부담 없어

    다주택 보유자들과 세입자들에게는 전세금에 대한 임대소득세 부과 여부가 관심거리다. 정부는 최근 당정협의를 통해 서울과 수도권의 3주택 이상 보유자 중 전세금 합계가 3억원 이상인 경우에 한해 임대소득세를 물리기로 의견을 모았다. 지금까지는 월세 임대소득에 대해서만 소득세를 과세해 왔지만, 조세 형평성을 위해 앞으로는 전세 임대소득에 대해서도 세금을 매기겠다는 것.

    다만 집주인이 임대소득세 부과액만큼 전세금을 올려 서민(세입자)들의 부담으로 전가시키거나 이중과세 논란을 방지하기 위해 전세보증금의 50~60%에 대해서만 세금을 물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예컨대 전세 보증금이 1억원이면 60%인 6000만원에 정기예금이자율(3~4%)을 곱해 나온 180만~240만원에 대해서만 세금을 부과하는 식이다.

    그러나 이마저도 실제 전세시장에 적용되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과 어려움이 예상된다. 정치권의 경우 여당 내에서도 의견 일치를 보지 못하고 있는 데다 야당이 반대입장을 보이고 있어 법안의 국회 처리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이 예고된다. 게다가 올 들어 신규 주택 공급 부족으로 전세시장이 들썩이고 있는 마당에 임대소득세 부과가 오히려 전세금 상승만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다만 임대소득세법이 시행되더라도 집주인에게는 큰 부담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게 부동산 세제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예를 들어 서울 강남에 보유한 아파트 두 채를 각각 4억원과 5억원에 전세 계약을 맺은 집주인의 경우 정기예금 이자율과 필요경비, 소득세율 등을 감안할 때 연 50만원 정도의 소득세가 부과될 것이라는 계산이다. 또 전세금 합계가 5억원 수준인 경우에는 임대소득세가 20만원 이하에서 정해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재개발 공공관리제 반발 만만치 않을 듯

    서울시가 재개발·재건축 아파트 값의 '거품 빼기' 작업에 들어간 것도 재개발·재건축 조합원이나 투자자들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서울시는 지난 1일 재개발·재건축 공사에 공공관리자 제도를 도입, 공사비를 20% 이상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즉, 조합원과 민간 개발업자나 건설업체 간의 부패 고리를 끊어 공사비·철거비·예비비 등을 줄이면 조합원 부담은 물론 아파트 일반분양가도 낮출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조경·마감·인테리어 공사 등 각종 공사비와 소송 등에 대비한 예비비가 전체 사업비의 20%를 차지한다"며 "공공사업자가 나설 경우 이를 5% 수준으로 낮출 수 있다"고 밝혔다. 또 "일반 건설업체들의 경우 조합원 이주비로 연 7~8%의 이자를 책정하지만 시(市)가 제공하는 공공 융자비로 대체할 경우 4.3% 수준으로 떨어진다"며 "공사비 역시 경쟁입찰 방식으로 바꿀 경우 20% 이상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이런 계산을 바탕으로 7000여가구의 초고층 아파트가 들어설 성동구 성수구역에 공공관리자 제도를 시범 적용하는 것을 시작으로 484개 재개발·재건축구역 중 추진위가 구성됐거나 구성을 준비 중인 329곳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이에 대해 국토해양부나 건설업계는 '공공의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실제 법 개정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반응이다. 이 제도가 도입되더라도 실제 분양가 인하로 이어지거나 조합과 건설업체 간의 비리가 끊길지 미지수라는 평가에서다. 아울러 사업 지연 등의 부작용에 대해서도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 대형 건설업체 재개발사업 담당 임원은 "서울시의 발표 이후 일부 조합은 사업을 연기하거나 다시 시공사를 선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재정이 취약한 지방자치단체가 재개발 사업을 주도적으로 관리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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