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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KET & MONEY] 고삐 풀린 분양권 '몸값'… 판교, 3년 새 4억 차익도

    입력 : 2009.07.01 03:14 | 수정 : 2009.07.01 03:24

    정부, 분양권 전매제한 푼 후 판교 중대형 등 웃돈 급등세
    청라선 '떴다방'이 투기 조장 "정부, 주택 경기 살리려다 분양시장 과열·편법 불러"

    지난 2006년 8월 판교신도시 동시분양에서 '휴먼시아 푸르지오' 아파트 128㎡(38평)형에 당첨된 김모(여·47)씨는 최근 인근 중개업소로부터 솔깃한 제안을 받았다. 오는 10월 입주와 함께 아파트를 팔 경우 최소 10억원 이상은 받아주겠다는 것. 이 아파트의 분양가격(채권 포함)은 6억4000만원. 단순 계산으로는 3년 만에 4억원 가까이 이익을 보게 된 셈이다. 김씨는 "원래 분양권 거래가 5년간 묶여 있어 새 아파트로 이사 가려고 했는데 이 정도 차익이면 집을 파는 것도 생각해 봐야겠다"고 말했다.

    최근 판교를 비롯한 수도권 신도시에서는 작게는 수천만원, 크게는 수억원의 웃돈(프리미엄)이 붙어 분양권 거래가 활발하게 벌어지고 있다. 이들 지역은 정부가 무주택자들의 내 집 마련을 돕기 위해 분양가상한제와 택지비 인하 등의 대책으로 주변 시세보다 싸게 공급했다는 것이 공통점이다. 대신 실수요자들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계약 후 최대 10년 동안 분양권이나 아파트 매매를 제한했다. 그러나 작년 하반기 이후 침체를 거듭하는 주택경기를 살리기 위해 정부가 큰 폭으로 풀어줬던 분양권 거래가 최근 불법·편법 거래와 과잉 투자로 이어져 분양시장의 불안으로 되돌아오고 있다.

    오는 10월부터 본격 입주가 시작되는 판교신도시. 중대형 아파트는 분양권 전매가 풀려 입주와 함께 자유롭게 매매할 수 있다.
    분양권 거래 해제 후 3억원 이상 급등

    최근에 입주를 시작했거나 입주를 앞둔 판교신도시 중대형 아파트의 분양권 프리미엄이 3억~5억원까지 육박하고 있다. 작년 말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했을 당시 5000만원 수준이었지만 최근 몇달 사이에 가격이 급등했다. 지난달 입주를 시작한 '휴먼시아 현대'(126㎡·38평) 역시 분양가격은 6억1000만원(채권포함)이었으나 최근에는 이보다 3억원가량 올라 9억원은 줘야 매매가 가능하다. 판교신도시 인근의 한 부동산중개업자는 "판교와 가까이 있는 분당 최고급 아파트인 파크뷰에 비하면 아직도 저평가됐다고 보는 투자자들이 많다"며 "웬만한 프리미엄으로는 아예 거래 흥정조차 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분양권 몸값이 갑자기 치솟은 것은 정부가 미분양 주택이 16만 가구나 되는 침체된 분양시장을 살리기 위해 작년 하반기부터 각종 규제를 풀면서 분양권 전매가 크게 자유로워졌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당초 중소형(85㎡·25.7평 이하)은 10년, 중대형(85㎡ 이상)은 5년으로 제한돼 있던 판교신도시의 경우 중소형은 2011년부터, 중대형 아파트는 올해 입주와 함께 분양권을 팔 수 있게 됐다.

    분양권 불법 거래에도 단속 의지 없어

    지난 18일 인천 청라지구의 아파트 모델하우스. 1순위에서 청약이 마감된 이 아파트의 당첨자 계약 마지막 날인 이날 모델하우스 인근 공터에는 간이 천막으로 가득 차 있었다. 분양권에 웃돈을 붙여 거래를 부추기는 이른바 '떴다방'(이동식 부동산중개업소) 직원들이 이곳을 찾은 당첨자들에게 "더 좋은 가격으로 사줄 테니 연락처를 알려달라"고 투자를 유인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들 아파트는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돼 계약 후 1년간 매매가 금지된 상태. 그런데도 분양시장이 떴다방 업자들로 문전성시를 이루는 데는 정부가 강한 단속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정부는 투기 과열 조짐을 보일 때마다 현장 점검을 벌이겠다고 공언했지만, 실제 단속을 나온 국토부 직원은 몇 명에 불과하고 국세청이나 경찰 등은 참여하지 않았다. 특히 현장에 나오기 전에 대상 지역과 일정을 미리 알리는 등 형식적인 점검에 그쳤다는 평가다.

    "불법 거래·과잉 투자에 대한 규제 필요"

    정부가 작년 말 공공주택의 분양권 전매 제한을 풀어준 것은 꽁꽁 얼어붙은 부동산시장에 온기(溫氣)를 불어넣어 보겠다는 절박함에서 비롯됐다. 당시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금은 부동산 투기보다 디플레이션(가치 하락)을 걱정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그러나 몇달 뒤 국내외 경기 상황이 전반적으로 크게 달라지면서 이제는 오히려 시장 불안이 재연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도 나온다. 그런 만큼 규제 완화의 틈새를 이용한 불법·편법 거래나 투기 과열 양상은 정부가 사전에 막아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했다. 삼성경제연구소 박재룡 박사는 "분양권은 주택처럼 실체가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실제 거래가격보다 낮게 적는 '다운 계약서'나 분양권 불법 매매가 쉽게 성행할 수 있다"며 "주택 경기를 살리려는 정책이 오히려 시장을 혼란스럽게 하거나 과잉 투자로 이어지지 않도록 정부가 미리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건설산업전략연구소 김선덕 소장은 "투자 수요가 늘어나면 아파트 분양시장을 비롯해 건설경기가 회복되는 데는 적지 않은 도움이 될 것"이라며 "하지만 자칫 투자 과열로 인한 '거품'으로 집값이 다시 급락할 수 있는 만큼 투자를 너무 서두를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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