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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KET & MONEY] 상가, 부활하나

    입력 : 2009.06.19 03:34 | 수정 : 2009.06.19 04:37

    강남·판교 중심 가격 회복세 경기 회복 기대감에
    큰손·사모펀드 등 매수 나서 타(他)지역은 '썰렁'… 투자 조심

    지난 17일 경기도 성남시 한국토지공사 판교사업본부 사무실. 판교 신도시 내 상업·업무용지에 대한 입찰 결과가 발표되자 건설사 직원 등 50여명의 입에서 "와" 하는 탄성이 쏟아졌다. 이날 매물로 나온 중심상업용지가 최저입찰가격(67억원)의 3배 가까운 182억원에 팔렸기 때문. 바로 옆 근린상업용지도 최저입찰가(33억원)보다 2배 비싼 66억원에 낙찰됐다. 입찰 참가자들은 "부동산 경기가 정말 다시 살아나는 모양"이라고 말했다.

    서울 강남의 재건축 아파트와 수도권 분양시장에 불기 시작한 부동산 투자 열풍이 상가·오피스(업무용빌딩) 등 상업용 부동산으로 번지고 있다. 작년 하반기 이후 연거푸 유찰됐던 상가용지가 고가에 팔리기 시작했고, 대형 오피스 빌딩이 금융위기 이전 수준의 가격에 계약이 체결되고 있다.

    상가·상업용지에도 투자자 몰려

    작년 말까지만 해도 미분양과 분양 포기 사태까지 빚어졌던 판교 신도시의 상가 및 상업용지 시장은 요즘 투자자들로 연일 북적이고 있다.

    17일 입찰에 부쳐진 판교 신도시 상업·업무용지의 전체 판매가격만 1336억원. 경쟁률도 10개 필지에 148명이 몰려 평균 14.8대1을 기록했다. 지난달 중순 대한주택공사가 실시한 판교·의왕 등 수도권 38개 점포에 대한 입찰에서도 100억원이 넘는 돈이 몰렸고, 서판교 지역에 짓고 있는 상가 건물(지하 1층~지상 4층·19개 점포)은 이달 초 한 개인투자자에게 79억원에 통째로 팔렸다.

    작년 말 입주 이후 텅 빈 건물로 남아 있던 서울 서초구 '반포 자이' 단지 내 상가 역시 최근 투자자들이 몰려 분양을 100% 마쳤다. '상가뉴스레이다' 선종필 대표는 "부동산이 다른 금융상품에 비해 여전히 안전하다고 판단한 투자자들이 강남·판교 등 핵심 주거지를 중심으로 투자에 적극 나서 상가 분양이 활기를 띠고 있다"고 말했다.


    업무용 빌딩도 투자자에게 인기

    기업체들이 지난해 유동성 확보를 위해 매물로 내놓았던 서울 시내 대형 빌딩들도 속속 주인을 찾고 있다. 강남구 역삼동 테헤란로에 있는 ING타워는 지난 12일 KB부동산신탁이 4000억원에 사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 건물은 몇 달 전만 해도 사려는 투자자를 찾기 힘들었다. 그러나 최근 부동산 경기 회복 조짐을 보이면서 대한생명 등 대기업 3~4곳과 사모펀드(PEF) 등 10여 곳이 매입 경쟁을 벌였다.

    서울 충무로의 극동빌딩은 최근 국민연금공단이 3100억원에 구입하기로 했고, 강남구 역삼동 데이콤 빌딩은 최근 예비입찰을 벌인 결과 대기업·자산운용사 등 총 22개의 투자기관이 투자의향서(LOI)를 제출했다.

    현금을 보유한 거액 자산가들은 역세권 주변에 20억~100억원 안팎의 소형 건물을 사들이고 있다. 정부가 올해 초 도심에서 원룸이나 다세대, 기숙사형 등 도시형 생활주택에 대한 규제를 대폭 완화하자, 소형 건물로 원룸 사업을 벌여 월 7~9% 정도의 수익률을 올리겠다는 계산에서다. 이런 영향으로 지난 3월 말까지만 해도 투자자를 찾지 못해 급락했던 강남의 대형 빌딩 가격이 다시 상승세로 돌아서 최근 한두 달 새 10% 정도씩 올랐다.

    공실률 증가·금리 인상 가능성이 부담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 투자자금이 몰리기 시작한 것은 국내·외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 덕분이다.

    아직 경제 상황이 본격 회복 국면에 들어선 것은 아니지만, 정부의 경기 부양을 위한 저금리 정책이 초(超)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질 것에 대비, 대기업이나 거액 자산가들이 투자하는 사모펀드 등을 중심으로 업무용 빌딩 같은 안전자산 매입에 적극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사업용 부동산에 대한 투자 열기 역시 아파트와 마찬가지로 일부 인기 지역으로만 국한돼 있다. 게다가 경기 침체의 여파로 빌딩 공실률이 계속 오르거나 금리가 다시 상승세로 돌아설 경우 적지 않은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부동산컨설팅업체 '세빌스코리아' 홍지은 리서치팀장은 "상업용 부동산 역시 강남·광화문·여의도 등 핵심 지역에서만 값이 많이 오르고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며 "나머지 지역은 투자자들의 외면으로 여전히 꽁꽁 얼어붙어 있다"고 말했다.

    삼성증권 투자건설팅파트 김재언 연구위원은 "오피스 시장의 가장 큰 문제는 공실률이 갈수록 높아진다는 점"이라며 "상업용 부동산의 경우 초보 투자자들이 시설 관리나 각종 세금 납부 등을 직접 하기는 복잡하기 때문에 2~3%의 수익률도 확보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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