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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부동산경매_부동산경매학원

    입력 : 2009.06.16 14:06 | 수정 : 2009.06.16 14:19

    대학생·아줌마·백발신사 “나도 도전해볼까!”
    학원으로… 학원으로…

    “최우선 변제권이 얼마죠?”
    “2000만원이요.”

    지난 6월 3일 서울 서초동 중앙지법 근처의 한 부동산 경매학원. 교복 입은 학생들 대신 머리가 희끗희끗한 할아버지부터 파마머리를 한 아줌마, 티셔츠를 입은 대학생까지 한데 모여서 수업에 열중하고 있다. 교실 뒤 ‘추천 물건’이라고 적힌 게시판에는 44장에 달하는 부동산 경매 물건 정보가 빼곡히 붙어있다. 오늘의 수업 내용은 주택과 상가 임대차보호법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녹색 형광펜으로 밑줄을 그어 가며 강의에 집중하고 있다. 올해 초까지 건설업에 종사하다 퇴직했다는 최모(57)씨는 “3개월째 부동산 경매 공개 수업을 듣고 있다”며 “자가 주택이 있지만 부동산 경매가 수익이 난다는 소문을 듣고 찾아 왔다”고 말했다. 이날 3시간 연속으로 이루어진 강의 시간 동안 자리를 뜬 학생은 한 명도 없었다.

    부동산 경매가 주목 받으면서 부동산 경매학원도 북적이고 있다. 부동산 경매의 입문에서부터 부동산 경매 실전까지 모든 것을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서울에만 13개 정도의 부동산 경매 학원이 있다”며 “오피스텔 등지에서 부동산 컨설팅을 겸업으로 하면서 부동산 경매 관련 지식을 가르치는 일명 ‘부동산 과외’ 업소는 부지기수”라고 말했다. 서울의 경우 주로 서초동 법조단지 일대에 부동산 경매학원들이 몰려 있다. 최근에는 부동산 경매 관련 강의가 인기를 끌자 대학이나 대학원에서도 경쟁적으로 부동산 관련 교육과정을 개설하고 있다. 서울에서는 건국대, 명지대, 세종대, 한성대 등이 부동산 경매과정을 개설했다.

    서울 서초동의 한 부동산 경매 학원.

    “낙찰만 받으면 학원비 안 아깝다”
     2~3개월 수강료 50만~100만원

    부동산 경매학원마다 교육과정은 상이하지만 대개 한 과정당 2~3개월간의 교육을 받는다. 교육 시간은 주 2회, 한 과목당 소요되는 시간은 3시간가량이다. 부동산 경매 분야에서 10년 이상 산전수전을 다 겪은 강사(업계에서는 ‘교수’라고 부름)가 수강생을 대상으로 노하우를 전달하는 방식이다. △왕초보 과정 △경매 법률용어 학습 △부동산 재테크 요령 △권리분석 기법 △실전 명도기법 등을 가르친다. 심지어 부동산 경매와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부동산 창업과 풍수지리학을 가르치는 곳도 있다. 서울 및 수도권의 경우 지하철 노선도와 새로 뚫리는 고속도로 노선을 암기하는 것도 수업 과정의 일부다. 교재는 대개 강사가 직접 쓴 것들을 사용하고 한 과정당 수강료는 교재와 현장 실습비 등을 포함해 50만원에서 100만원 선이다. 수강료는 학원마다 천차만별로 딱히 정해진 액수는 없다.

    일반인에게는 적지 않은 부담이지만 수강생들은 흔쾌히 수강료를 지불할 의사가 있다고 말한다. 서울 서초동의 한 부동산 학원에서 만난 박모(여·37)씨는 “경매로 좋은 물건을 낙찰 받을 경우 수업료의 수십~수백 %에 달하는 기대수익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학원에서도 학생들의 기대치 때문에 실전에 가까운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학생들을 데리고 직접 현장으로 나가 물건을 보기도 하고, 경매법정으로 나가 모의 입찰을 하는 등 현장실습을 진행한다. 최근에는 인터넷 온라인 강의를 통해 강의 내용을 복습하고 부동산 정보를 교환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또 일부 학원에서는 무료로 공개강의를 개최하기도 한다. 지난 6월 3일 서울 서초동 중앙지방법원 근처에 자리잡은 한 부동산 경매학원에서 진행된 무료 공개강의에는 82.5㎡(25평)가량의 강의실에 30명이 넘는 수강생이 몰려들기도 했다.

    남녀노소 망라, 저녁엔 직장인 몰려
    학원들은 베테랑 강사 모시기 경쟁

    부동산 경매학원을 찾는 사람들도 남녀노소 구분이 없다. 갓 대학을 졸업한 학생들부터 60~70세 할아버지, 할머니까지 세대를 불문한다. 은퇴를 앞둔 40~50대 남성이 가장 많이 찾는다고 한다. 주간 수업에는 가정주부와 아줌마들이 주를 이루고 야간(저녁 7~10시)에는 직장인들이 많다고 한다. 남녀 비율은 대개 2 대 1 정도지만 수업에 임하는 태도는 여자 수강생들이 더 적극적이라는 것이 학원 관계자의 말이다.

    경제적으로는 자가 주택을 보유하고 ‘부동산 재테크’를 통해 더 좋은 집을 구하려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경기도 구리에 살고 있는 노모(여·44)씨는 1997년 IMF 외환위기 때의 쓰라린 기억이 부동산 경매학원으로 발걸음을 향하게 했다. 그는 “IMF 외환위기 때 다니던 은행에서 정리해고를 당하면서 평생직업으로 부동산에 관심을 갖게 됐다”며 “부동산 경매로 서울에 있는 아파트를 낙찰 받아 ‘인 서울(In Seoul)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강사 중에는 대학에서 법학이나 경제학을 전공하고 부동산 관련 업계에서 10년 이상의 경력을 쌓은 사람들도 있다. 최근에는 강사 수요가 늘면서 변호사, 공인회계사, 세무사, 대학 부동산학과 교수 등 전문직 종사자들도 경매학원 전임교수로 ‘투잡’을 뛰고 있다. 일부 부동산 경매학원은 대학에서 건축이나 풍수지리학을 전공한 교수들을 데려다 색다른 강의도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매 교수들에게 주어지는 시간당 급료는 10만원 내외지만 부동산에 관심있는 사람들과 네트워킹을 쌓으면서 자신을 홍보할 수 있는 것은 일종의 부수입이다. 경매 학원계에 널리 알려진 유명 스타 교수의 특별세미나 시간당 강의료는 100만원을 호가한다.

    학원 수료 후 모임 만들어 정보교환
    일부는 “내친 김에 공인중개사 도전”

    물건을 분석 중인 부동산경매 학원생들.

    수강생들은 학원에서 배운 것들이 실전에서 적지 않은 도움이 됐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부동산 경매에 참여하는 방법부터 부동산 경매를 진행하는 절차, 부동산 전문 용어와 제반 법률 용어에 대한 공부, 부동산 경매를 통해 낙찰을 받은 뒤 사후 대처하는 요령까지 모두 학원에서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경매 이후 발생하는 세금문제도 학원에서 체계적으로 배운 지식이 많은 도움이 된다고 한다. 서울 서초동의 부동산 학원에 지난 2월부터 수강 중인 손모(여·40)씨는 공인중개사 사무실에서 사무보조원으로 근무하다 부동산 경매에 뛰어든 경우. 손씨는 “전문적으로 배우면 평생직장으로 큰돈을 벌 수 있어 경매학원을 찾게 됐다”며 “오는 10월에는 부동산 공인중개사 시험에 도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경매학원을 이용하면 부동산을 보는 안목도 키울 수 있다. 일부 부동산 경매 학원에서는 현장에 나가 직접 물건을 보고 권리를 분석한 후 향후 가치 등을 전망해 리포트를 제출할 것을 요구하기도 한다. 학원 수강생들은 “부동산 경매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상호 정보 공유에서 얻는 도움도 크다”고 입을 모은다.

    때문에 수개월 코스의 학원 수강이 끝난 후 부동산 관련 정보를 주고받기 위한 정기 모임을 만드는 일도 빈번하다. 서울 서초동 세종부동산아카데미 김규석 원장은 “부동산 경매는 책으로만 공부해서는 절대 실력을 쌓을 수 없다”며 “부동산에 대한 눈을 뜨기 위해서는 경매공부를 꾸준히 하는 것과 동시에 최소 5~6년의 현장경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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