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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금 깎아줄게, 전입신고 하지마" "다운계약서 안쓰면 분양권 안팔아"

    입력 : 2009.06.16 04:05

    다시 불법 판치는 부동산
    웃돈 붙은 입주 아파트 양도세 안내려고 온갖 수단
    청약통장 수천만원대 거래도 걸리면 계약무효 등 낭패

    회사원 이모(36)씨는 며칠 전 전셋집을 구하러 서울 반포의 한 부동산중개업소를 찾았다가 솔깃한 제안을 들었다. 아파트에 전세로 살더라도 전입신고를 하지 않으면 전세금을 3000만~4000만원 정도 낮출 수 있다는 것. 이유를 들어보니 집주인이 실제 아파트에 거주하지 않으면서 1주택자의 양도세 비과세 조건(3년 보유, 2년 거주·서울 기준)을 갖추려고 위장 전입하기 위해서였다.

    서울 강남의 아파트 값이 오르고 수도권 청약시장이 높은 경쟁률을 보이는 등 주택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자 단기간에 투자 수익을 얻으려는 불법·편법 거래가 고개를 들고 있다. 최근에 입주를 시작한 아파트를 중심으로 집주인들이 매수자에게 매매가격을 낮춰서 신고하는 '다운계약서' 작성을 요구하거나 세입자들에게 전세금을 낮춰주는 대신 전입신고를 하지 않는 조건을 내걸고 있다. 또 청약시장에서는 아파트 분양권 불법 전매는 물론이고 청약통장도 암암리에 매매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계약조건에 등장한 위장 전입·다운계약서

    2~3년 전 성행했던 '다운계약서'도 최근 다시 등장하고 있다. 지난달 말부터 입주가 시작된 판교신도시의 경우, 분양권 시세가 기존 분양가격보다 3억~4억원씩 오르자 집주인들이 다운계약서를 쓰는 조건으로 분양권을 매물로 내놓고 있다.

    현지 중개업소 관계자는 "웃돈이 많이 붙다 보니 양도세를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실제 매매가격보다 1억~2억원 정도 낮은 금액을 계약서에 적는 조건으로 분양권을 팔겠다는 매도자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또 판교신도시에서는 올가을 본격 입주를 앞두고 분양권자가 입주(등기)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거래하는 미등기 전매도 이뤄지고 있다. 실제 아파트를 분양권 상태로 팔면 아파트 당첨 이후 2년간 보유한 것으로 적용돼 양도세가 6~35% 부과되지만 등기 후에 팔면 1년 이내 단기 매매로 간주되면서 양도세율이 50% 중과되기 때문이다.

    청약통장·분양권도 암암리에 거래

    지난달 인천 청라지구를 찾았던 김모(34·회사원)씨는 당시 모델하우스 앞에서 만났던 '떴다방(이동식 부동산중개업소)' 직원으로부터 청약통장을 1000만원에 빌려줄 생각이 없느냐는 전화를 받았다. 김씨는 청약통장을 4년 넘게 가입한 상태여서 이달 말로 예정된 은평뉴타운에 청약 신청이 가능하다. 특히 은평뉴타운은 분양가가 저렴해 분양 직후부터 웃돈이 형성될 것으로 기대되는 곳이어서 청약저축 가운데 납입횟수가 많거나 청약예금 중 가점이 높아 당첨 확률이 높은 통장은 최고 3000만원에도 거래가 되고 있다.

    앞서 인천 청라지구에서는 계약 후 1년 뒤에나 가능한 중대형 아파트의 분양권 매매를 떴다방 직원들이 이면 계약서를 작성하는 수법으로 분양 당첨자들에게 불법 거래를 부추겨 국토해양부가 실태 조사에 나서기도 했다.

    하지만 다운계약서나 청약통장 매매 등은 모두 법에서 금지하고 있어 관계 당국에 적발되면 매도·매수자 모두가 낭패를 볼 수 있다. 분양권 불법 거래가 드러날 경우 전매를 한 계약 당사자나 이를 알선한 중개업자는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내야 한다. 분양 계약 자체도 취소돼 거래 역시 무효가 된다.

    부동산 정보업체 '스피드뱅크' 박원갑 소장은 "미등기 전매가 적발될 경우 등록세(분양가의 1%)의 5배까지 과태료를 내야 하고, 다운계약서도 양도세 탈세금액의 3배가 추징된다"며 "특히 매수자들은 훗날 자신의 권리를 인정받지 못할 수도 있는 만큼 불법 매매는 금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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