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09.06.05 02:47
강남·일부 '버블세븐' 지역 몇 달새 2억 이상 오르기도
작년 쏟아진 신규 물량 동나고 수요자도 "더오를라" 계약 서둘러…
급등 부담에 추가 상승은 힘들듯
서울 마포에 사는 이모(여·36)씨는 올해 초 잠실의 새 아파트로 이사를 가기로 결심했다. 1~2년 전만 해도 3억원대였던 잠실의 아파트(109㎡·33평형) 전세금이 신규 아파트 물량이 쏟아지면서 2억원대 초반까지 떨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씨의 계획은 몇 달 만에 물거품이 됐다. 올 들어 조금씩 들썩이던 전세금이 조정도 받지 않고 쉼 없이 올라 3억원대 중반까지 급등한 것. 이씨는 “강남에서는 소형 아파트 전세금도 3억원을 넘어, 웬만한 여윳돈으로는 전셋집조차 엄두도 못 내겠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과 일부 ‘버블세븐’ 지역을 중심으로 아파트 전세 시장이 이상 급등 현상을 보이고 있다. 전세 시장의 성수기인 3~4월이 지났는데도 전세금이 많게는 2억원 이상 치솟고 물량은 거의 동나다시피 하고 있다.
◆아파트 전세금 많게는 2억원 가까이 올라
작년 가을, 서울 강남의 아파트 투자자들은 연일 노심초사하는 모습이었다. 집값 급락에 전세 시세마저 크게 떨어지면서 ‘집을 나가겠다’는 세입자를 붙잡기에 여념이 없었다. 일부 집주인은 정부가 전세금 하락의 대책으로 마련한 역전세 대출을 받아 세입자의 전세금을 되돌려주기도 했다. 그러나 불과 6~7개월 만에 상황이 180도 달라졌다.
부동산정보업체 ‘스피드뱅크’에 따르면 작년 10월 2억원까지 떨어졌던 송파구 잠실 ‘엘스’ 아파트(109㎡·33평형)는 최근 3억8000만원에 전세 계약이 체결됐다. 강남구 삼성동의 ‘힐스테이트’ 아파트(109㎡) 전세 시세도 같은 기간 2억3000만원에서 3억9000만원으로 1억6000만원이 올랐다.
◆물량 부족에 전세 수요자들이 서둘러 계약
전세 시장에서 5~6월은 비수기로 통한다. 갓 결혼한 신혼부부나 새 학기 이사 수요가 끝나고 여름철 장마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집값이 단기 급등하면서 내 집 마련 수요자들이 주택 구입시기를 늦춘 것도 전세금 상승 요인으로 꼽힌다. 몇 개월 사이에 집값이 수억원씩 뛰자 주택 수요자들이 전셋집 마련으로 다시 돌아섰기 때문이다. '부동산114' 김규정 부장은 "최근 집값 급등에 영향을 받아 전세금이 한 차례 출렁이자 가을 이사철 전세 수요자들이 조바심을 내며 전세 물량을 서둘러 찾아나선 것이 전세금 상승을 부추겼다"고 말했다. 강남구 삼성동의 S부동산중개소 대표는 "우수 학군에 들어오려고 여름방학 전에 전세를 구하려는 수요와 역세권 아파트를 찾는 수요가 맞물리면서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추가적인 전세금 상승은 쉽지 않아
하지만 강남 전세금이 추가 상승하거나 전세난이 확산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대부분 전문가의 의견이다. 최근의 오름세는 작년에 단기 급락한 전세금을 회복한 것인 동시에 전세 수요자들도 급등한 가격에 부담이 커져 있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또 강남에 꼭 거주해야 할 전세 수요자가 아니라면 가급적 다른 지역으로 관심을 돌릴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판교신도시나 용인 흥덕지구 등 신도시들이 하나둘씩 입주를 시작하는 등 이달 말까지 수도권에만 약 1만2000여 가구가 집들이에 들어갈 예정이다.
서울 지역에 오랫동안 거주해온 장기 무주택자라면 신규 재건축 단지에 공급되는 장기전세주택(시프트)를 노려볼 만하다. '스피드뱅크' 김은경 팀장은 "시프트 전세금은 주변 전세의 70~80% 수준인 데다 길게는 20년까지 내 집처럼 살 수 있어 일반 전세 아파트보다 부담이 크게 줄어든다"며 "앞으로 서울시가 시프트 공급 물량을 추가적으로 늘려나갈 계획이어서 갈수록 올라가는 전세금 부담에서 벗어날 방법으로 활용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