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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청라·송도에 '떴다방' 주의보

    입력 : 2009.05.21 03:17

    "웃돈 붙여 팔아 주겠다" 분양권 불법거래 부추겨
    금지기간 내 거래 적발 땐 벌금내고 계약자체가 취소

    "좋은 물건 있어요. 몇 평형을 원하세요?"

    최근 분양시장에서 높은 청약 경쟁률을 기록한 인천 청라·송도지역 아파트 모델하우스 주변이 분양권 불법 매매를 부추기는 일명 '떴다방'(이동식 부동산중개업소)으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주로 40대 아주머니들 위주로 이뤄진 이들은 모델하우스를 찾은 방문객이나 분양권 당첨자들에게 명함을 건네며 "분양권을 웃돈을 붙여 팔아주겠다", "프리미엄이 더 올라가기 전에 지금 당장 분양권을 사야 한다"며 호객 행위를 벌였다.

    이처럼 떴다방이 분양시장에서 활개를 치는 것은 주택경기가 호황을 이루던 2003~2006년 이후 처음이다.

    부동산정보업체 '스피드뱅크' 박원갑 소장은 "인천 청라·송도지구는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돼 아파트 계약 후에도 1~3년간 분양권 거래가 금지돼 있는데도 불법 매매가 공공연히 이뤄지고 있다"며 "불법 매매가 적발될 경우 벌금뿐 아니라 계약 자체가 취소되는 만큼 무리하게 투자하는 것은 금물"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인천 청라지구에서 분양한 아파트 모델하우스가 예비 청약자들로 북적이고 있다./한라건설 제공
    ◆분양권에 최고 1억원 웃돈

    지난 6일 인천 '청라 한화꿈에그린' 아파트 청약에 당첨된 김모(42·회사원)씨는 지난주부터 고민에 빠졌다. 아파트 모델하우스를 둘러보러 갔다가 만난 떴다방 직원으로부터 "3000만원을 웃돈으로 줄 테니 분양권을 팔라"는 전화를 받은 것이다. 김씨는 "어차피 투자 목적으로 청약한 것인 만큼 당장 이익을 실현하고 싶은데 매매 자체가 불법이어서 걱정"이라고 말했다.

    현지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지난 13일 평균 60대 1의 높은 청약경쟁률로 1순위에서 마감된 '송도 더샵 하버뷰Ⅱ'는 1억원 정도의 프리미엄이 붙었다. 20일 분양권 계약에 들어간 '청라 한화꿈에그린'도 주택형별로 2000만~4000만원가량의 프리미엄이 형성돼 있다.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청약시장에 이렇게 많은 떴다방이 몰린 것은 처음"이라며 "최근 분양시장이 조금씩 살아나고 있는 데다 분양가격이 상대적으로 낮고 양도세 부담이 줄어들면서 투기 세력이 달라붙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면계약 방식으로 불법 거래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된 청라·송도 지역은 계약 후 1년간 전매가 금지돼 있다.

    현행 주택법상 분양권을 불법으로 매매하다 적발될 경우 계약 당사자나 이를 알선한 중개업자는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내야 한다. 아파트 분양계약 자체도 취소돼 불법 전매거래 역시 무효가 된다.

    하지만 떴다방 직원들은 편법을 동원해 분양권을 매매하고 있다.

    분양권 매도자와 매수자 간에 이면 계약서를 작성한 뒤 전매 제한기간이 끝나면 정식 계약을 맺도록 하는 것이다. 즉, 분양권 매수자는 분양대금(계약금)과 프리미엄을 현금으로 주고 분양 당첨권을 넘겨받는 대신 분양권 당첨자는 매매 계약증서와 함께 '전매제한 기간이 끝나는 1년 뒤 분양권을 이전한다'는 공증 서류를 작성한다. 이면 계약 후 건설사에 지급해야 할 아파트 중도금과 잔금, 1년 뒤 정식 계약 때 내야 할 양도소득세는 매수자 부담이다.

    ◆추가 공급 물량 많아… 투자 느긋하게

    그러나 분양시장에 '떴다방'이 준동하는 것에 비해 거래는 활발하지 않은 편이다.

    대부분의 분양권 거래는 '떴다방'이 먼저 사들인 뒤 웃돈을 붙여 일반 주택 수요자들에게 되파는 방식으로 이뤄지는데 이들이 내놓는 매도 가격과 매수자들이 원하는 가격 차이가 크게 벌어져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전매 제한기간 내에 이뤄진 분양권 거래가 적발되면 매수자의 권리가 완전히 사라진다는 점에서 '분양권 매매=투자 이익 실현'이라는 장밋빛 기대는 금물이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더구나 당장 내년이면 청라와 송도에서 분양권 매매가 가능한 물량이 약 1만가구나 쏟아질 뿐 아니라 올해에만 청라지구에서 8000여가구의 추가 분양이 예고돼 있는 것도 부담이다.

    '부동산114' 김규정 부장은 "청라나 송도지역의 분양권 프리미엄은 외국기업 유치 등 개발사업이 얼마나 구체화하느냐에 달렸다"며 "사업 진행이 지지부진할 경우에 대한 대비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닥터아파트' 이영진 리서치연구소장은 "주변 도로·교통 등 주거환경도 아직 개발단계에 있는 만큼 무리한 투자는 자제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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