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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재건축 아파트 지금 사도 괜찮나요"

    입력 : 2009.05.11 03:17 | 수정 : 2009.05.11 08:35

    맞벌이 주부, 부동산 전문가에 길을 묻다 "재건축 진행 속도와 시장 분위기 살펴야"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에 사는 김은진(44)씨와 정춘희(39)씨. 두 사람 모두 맞벌이를 하고 있고 자녀 2명을 두고 있다. 초여름 같은 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8일 오후 3시쯤, 재건축 아파트 투자에 관심이 있는 김씨와 정씨는 서울 강남구 개포동 주공1단지를 찾았다.

    개포 주공아파트는 침체기에 있던 올해 초 부동산 시장에서 1~2개월 사이 5000만~1억원 가까이 가격이 치솟으면서 주목을 받았던 곳. 이날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 114'의 김희선 전무가 동행해 재건축 아파트 투자에 대한 지식을 현장에서 전수했다.

    ◆금융 비용도 만만치 않아

    김 전무는 우선 두 사람에게 여유 자금 규모와 주택 구매 후 실제 거주 의사를 먼저 체크해 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현재 개포 주공 1단지의 경우 36㎡가 6억원, 49㎡가 9억 2000만원, 59㎡가 15억원 안팎에 매물이 나와 있다. 올해 초 가격이 급등하다 최근 1~2주 사이 호가가 300만~600만원 내려갔다. 작은 아파트 하나에 만만치 않은 투자금이 필요한 것이다. 분양 아파트처럼 구입 자금을 나눠 낼 수 있는 것도 아니어서 여유 자금이 없으면 접근하기 어려운 곳이 강남 재건축 시장이다.

    게다가 재건축 아파트는 지은 지 25~30년이 넘어 낡았고, 크기가 작아 자녀가 2~3명 있다면 실제 입주해 살기가 쉽지 않다.

    김 전무는 "서울 강남 재건축 아파트는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주거 개념이 아니라 투자 차원에서 접근하는 것이 보통"이라며 "수억원의 자금을 재건축 아파트에 묶어 두고 금융비용을 감당할 여력이 되는지를 우선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8일 오후 재건축이 추진되고 있는 서울 강남구 개포동‘개포 주공1단지’에서 부동산114 김희선 전무가 정춘희, 김은진씨(왼쪽부터)에게 재건축 아파트 투자 지식 과 점검 사항을 알려주고 있다./이석우 기자

    ◆재건축에 10년은 기본

    아파트 단지를 둘러본 정춘희씨가 "아파트 단지가 커서 대단지로 개발되는 매력은 있겠지만 조합원 수가 너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재건축 아파트 투자에 있어서 점검해 봐야 하는 주요 체크 포인트 중 하나가 재개발 진행 속도. 개포주공 1단지는 조합설립인가가 나 있어 이 지역에선 진행 속도가 가장 빠른 편이다.

    하지만 이 지역 아파트 재건축 이야기가 나온 것은 10년도 넘었다. 재개발 아파트는 조합원 간 이해관계가 복잡하고 관련 법 규정이 수시로 바뀌기 때문에 실제 추진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하다. 김 전무는 "조합원 간에 갈등이 너무 심한 곳이나 조합원 구성이 너무 다양하면 재개발 속도가 예상 외로 늦어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업성 여부는 재건축 투자의 핵심

    두 사람은 아파트 단지 상가에 있는 A공인중개사사무소를 찾았다. 중개사무소 사장은 "용적률 250%를 충분히 받을 수 있어서 지금 49㎡를 사 놓으면 148㎡형은 충분히 받을 수 있다"며 "이 정도 크기의 인근 아파트가 20억원 선에 거래되고 있어 수익성이 확실하다"고 말했다. 중개업소에선 추가 부담금 역시 최저 1억원에서 최고 2억원 이상은 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중개업소의 말대로라면 9억원을 투자해 10억원은 쉽게 벌 수 있다.

    귀가 솔깃할 정도로 매력적인 말이었지만 김 전무의 말은 달랐다. 그는 "현재 이 아파트는 용적률을 177%만 받을 수 있는데 중개업소에서 희망사항을 너무 확정적으로 얘기한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재 규정상으로는 용적률을 250%까지 받을 수는 있지만 실제 이 정도까지 용적률 적용을 받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김 전무는 "용적률이 높아지면 조합원 물량 외 일반 분양 아파트를 더 지을 수 있어 조합원 부담금이 낮아지지만 정부에서 최대한도로 용적률을 허용하는 경우는 드물다"고 말했다.

    ◆정부 규제도 수익성 좌우

    개포 주공 1단지는 강남의 중심 지역으로 분류돼 교통·학군·생활편의시설 등은 우수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개포주공 1단지의 경우, 워낙 초기 투자자금이 커 접근하기가 쉽지 않다. 두 사람은 다른 지역의 재건축 아파트의 상황에 대해서도 질문을 쏟아냈다. 김 전무는 사업 진행 속도는 더디지만 거주를 하면서 투자할 수 있는 곳으로 강남구 대치동 은마·청실아파트를, 강남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자금으로 투자할 수 있는 곳으로 강동구 고덕주공1단지 등을 사례로 들었다. 김 전무는 끝으로 "재건축 아파트는 정부의 규제에 따라 수익성이 좌우될 수 있고 사업 속도가 조절될 수 있다"며 "아파트 자체적인 요인은 물론 규제와 시장 분위기 등 외부적인 요인도 면밀하게 체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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