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 메뉴 건너뛰기 (컨텐츠영역으로 바로 이동)

빌딩, 나누면 나간다

    입력 : 2009.04.17 05:48

    미니… 초미니… 소형 사무실·생활공간 인기
    빈 상가·사무실 쪼개 회의·모임 장소로 임대
    셀프형 하숙집·소형 원룸 1인 주거공간 수요 많아

    서울 지하철 2호선 신촌역 주변의 한 빌딩. 최근 이곳에서는 해외 유명 패스트푸드 업체의 서울 지역 마케팅 담당자 20여명이 모여 전략 회의를 가졌다. 회사 본사는 서울 종로에 있지만 회의 장소로 신촌의 사무실을 잠시 빌려 이용한 것은 서울 각지에 흩어져 있는 직원들을 한자리에 모으기 한결 수월하기 때문이다. 모임전문공간 '토즈'를 운영하는 ㈜피투피시스템즈 김윤환 대표는 "금융 위기와 경기 침체의 여파로 늘어난 도심 속 빌딩의 빈 사무실이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새롭게 단장하고 있다"며 "1인 가구나 개인 창업자 수가 늘어나고 있어 이들 시설에 대한 인기도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도심 내 빌딩들이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지금까지 지상 1·2층에는 상가나 카페, 3층 이상은 사무실이나 숙박시설 등으로 채워졌던 빌딩들이 경기 침체와 공급 과잉으로 빈 상가나 사무실이 늘어나면서 용도를 다양하게 바꾸고 있다. 서울 신촌의 빌딩 역시 기존에 있던 대형 사무 공간을 최소 1명에서 60명까지 들어갈 수 있는 독립 공간(부스)으로 리모델링한 뒤 기업체의 회의·교육 장소나 학생들의 동호회 모임 및 단체학습 장소로 활용되고 있다.

    소형 사무실·생활공간으로 변신

    서울 서대문구에 3층짜리 소형 빌딩을 갖고 있는 김모(56)씨는 최근 몇 달째 임차인을 구하지 못하자 빌딩의 텅 빈 공간을 '종량제 오피스'로 바꿨다. 종량제 오피스란 사용 인원 수에 따라 월세를 받는 소형 사무실. 인근 지역에 소규모 사무실이 부족하고 최근 경기 침체로 목돈인 보증금을 마련하기 어려운 소규모 업체들이 크게 증가하고 있는 데서 착안한 것이다.

    도심 속 빌딩은 소형 사무실뿐 아니라 초소형 원룸 등 숙박 및 주거공간으로도 꾸며지고 있다. 1인 가구를 위한 초미니 원룸이나 여기에 간단한 음식을 제공해 입주자들이 스스로 찾아 먹는 셀프형 하숙집, 숙박과 아침식사를 제공하는 B&B(Bed&Breakfast) 여인숙 등 종류도 다양하다. 대학생, 미혼 직장인, 원거리 출퇴근자 등을 위한 임시 주거공간인 만큼 면적은 6~10㎡(2~3평) 정도에 불과하다. 이와 함께 사무실과 숙소를 하나로 합친 하이브리드 오피스텔(침실이 딸린 미니 사무실)도 소호(SOHO·소규모 자영업) 및 벤처 창업자들에게 인기가 높은 상품이다.

    서울 신촌역 주변에 마련된 모임전문공간‘토즈'를 찾은 직장인들이 회사 업무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피투피시스템즈 제공
    월 임대료·빌딩 가격도 조금씩 올라

    초소형 사무실과 숙박시설이 수요자들로부터 호응을 얻자 이들 시설에 대한 임대료와 매매가격도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지하철 1호선 종각역 인근에 있는 5㎡ 안팎의 소형 사무실 월 임대료는 불경기임에도 불구하고 1년 전 40만원에서 45만원 수준으로 10% 이상 올랐다. 빌딩 매매가격도 상승 추세를 보이고 있다. 매물은 많지 않지만 임대수익을 노리는 투자자는 늘고 있어서다. 1년 전 10억원 정도였던 인천의 소형 숙박시설 빌딩(5층)은 최근 15억원까지 올랐고 서울 영등포역 인근에 있는 셀프형 하숙집 빌딩은 50억원을 호가한다. 영등포구에 있는 부동산중개업소 대표는 "요즘 같은 불경기에도 역세권에 새롭게 단장한 초소형 임대 빌딩은 투자에 나서겠다는 수요자들이 꾸준히 나온다"며 "1인 가구나 개인 창업자 수가 늘어나고 있어 초소형 사무·숙박시설에 대한 인기는 당분간 지속될 것 같다"고 말했다.

    소형 주거공간 공급 늘어날 전망

    앞으로는 일반 사무용 빌딩에도 원룸형·기숙사형 주택을 만들 수 있게 할 전망이다. 서울시는 "일반 건물을 리모델링할 경우 20가구 미만의 기숙사형, 원룸형 주택을 지을 수 있도록 국토부와 건축법 시행령 개정을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금까지는 기숙사형, 원룸형 주택을 20가구 이상의 공동주택 형식으로만 지을 수 있도록 했었다.

    건설업체들도 초소형 주거공간을 공급하는 데 주력하는 모습이다. 롯데건설은 지난달 초소형 아파트 브랜드 '롯데 캐슬 미니'를 개발, 올 하반기에 초소형 주택을 공급할 예정이다. 수목건축도 최근 들어 독신자 등 1~2인 주거용 주택상품 브랜드인 '마이바움'을 선보였다.

    이에 대해 부동산투자자문회사 '저스트알' 김우희 상무는 "빌딩 내 공간을 초소형 사무실이나 생활공간으로 활용하는 것은 불경기 때 자주 나오는 현상"이라며 "다만 경기가 다시 살아날 때에는 수요가 그만큼 줄어드는 만큼 투자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전 기사 다음 기사
    sns 공유하기 기사 목록 맨 위로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