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09.04.12 15:51 | 수정 : 2009.04.12 16:48
서울과 수도권 아파트 시장이 크게 들썩이고 있다.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114’는 지난주 서울 지역 아파트 매매가격이 0.14% 올라 2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고 12일 밝혔다. 특히 서울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는 호가가 다시 오르고 일부 매물이 거래되면서 지난 주에만 0.59% 올랐다.
이에 따라 강남 4구(강남·서초·송파·강동)의 재건축 아파트 가격은 3.3㎡당 3000만원대를 회복했고 강남권 전체 아파트 시세도 주택경기 침체 이전(2007년 말) 가격의 90% 수준까지 되돌아 왔다. 실제 강남 개포주공 1단지(42㎡)는 1주일 전보다 500만원이 오른 7억3500만원에 거래됐고 강동 고덕주공과 둔촌주공 아파트도 2000만~3000만원 정도씩 상승했다.
서울 강남 아파트 가격 상승세는 과천(0.75%), 수원(0.09%), 용인(0.08%) 등 수도권 일부 지역으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평촌(0.06%), 분당(0.03%), 일산(0.03%)을 비롯한 신도시들도 소폭 상승했다.
◆ 강남 집값, 추가 상승은 힘들어
올해 초만 해도 ‘하반기 이후에나 집값이 회복될 것’이라던 집값이 전문가들의 예상과 달리 서울 강남권을 넘어 비강남권까지 회복될 조짐을 보이자 투자 타이밍을 올 하반기로 늦췄던 주택 수요자들이 ‘이러다가 투자 기회를 또다시 놓치는 것 아니냐’며 좌불안석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최근의 집값 급등을 대세 상승의 전환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아직 실물경기의 회복을 보여줄 만한 뚜렷한 징후를 찾기 어려운 가운데 단순히 각종 부동산 규제가 완화되고 주가·환율 등이 안정되면서 투자처를 찾아 헤매던 유동자금이 단기에 부동산 시장으로 몰렸다는 점에서다.
국민은행 PB센터 박합수 부동산팀장은 “경제위기의 바닥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일시적 부양 효과에 의해 가격이 선반영되고 있다”며 “전세계적인 경기침체의 골이 깊어 조만간 집값이 다시 하락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동산114’ 이미윤 과장은 “서울시가 재건축 아파트의 소형평형의무비율을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고 강남3구에 대한 투기지역 해제도 당분간 유보된 만큼 추가적인 매수세가 형성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 상승세가 마치 집값이 전국적으로 오르는 것처럼 보이는 ‘착시 현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건설산업전략연구소 김선덕 소장은 “올 들어 강남권 재건축과 ‘버블세븐’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집값이 변동이 없거나 더 떨어지고 있다”며 “투자 성격이 강한 재건축보다 실수요 위주로 거래되는 일반 아파트값 변동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 강남은 투자 자제·강북은 검토해 볼만
전문가들은 서울 강남권 주택의 경우 거래가 줄고 가격이 다시 조정 받을 때까지 투자를 기다리는 게 나아 보인다고 조언한다. ‘스피드뱅크’ 박원갑 소장은 “잠실, 개포동 등 일부 재건축 아파트값이 너무 치솟아 가격 부담이 커진 만큼 현 시세대로 당장 추격 매수할 필요는 없다”며 “단기 상승에 따른 피로감으로 가격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7~8월쯤 매입하는 전략을 세우는 게 낫다”고 말했다.
다만 집값이 조정을 받더라도 작년 하반기처럼 가격이 급락할 가능성은 그리 높아 보이지 않는다. 김선덕 소장은 “강남권 집값 급등이 다른 지역으로 확산될 지는 미지수이지만 현재의 저금리 기조가 계속된다면 집값이 크게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직 가격이 크게 오르지 않은 노원·도봉·강북구 등 비강남권의 경우 급매물 중심으로 매수 전략을 세우는 것도 고려해볼 수 있다. ‘부동산써브’ 함영진 실장은 “강북 집값이 앞으로 좀 더 내려갈 수 있지만 집값 상승기에는 집주인들이 일시에 호가를 올리거나 매물을 회수해버려 싼 매물은 잡기 힘들다”며 “비강남권은 아직 매수자 우위에서 거래되고 있는 만큼 고점 대비 20~25% 하락한 매물은 매입을 검토해 볼 만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