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09.04.10 03:46 | 수정 : 2009.04.10 07:08
28억짜리 강남 아파트 3채 한꺼번에 계약한 투자자도
강북 일부에도 뭉칫돈 유입 "국지적 반짝 상승" 분석도
이날 분양사무소를 찾은 이모(36)씨는 "샘플 하우스 한번 둘러보기 위해 30분을 기다렸다"고 말했다. 지난 주말(4·5일)에만 100여 명이 찾아와 실제 계약이 20여 건 이뤄졌다. 3월 초만 하더라도 하루 계약 건수는 2~3건에 불과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예전엔 둘러만 보고 가는 손님들이 많았는데 최근엔 계약서를 쓸 요량으로 찾아오는 고객이 많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경기침체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시중을 떠돌던 자금 일부가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들기 시작했다. 기준 금리가 2%대까지 떨어진데다, 주가도 1300선까지 치솟으며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부동산 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 것이다.
◆시중 자금, 강남 고가 아파트로
시중의 유동자금을 빨아들이는 곳은 강남 고가·재건축 아파트 시장. 일부 단지에선 고가의 아파트가 2~3채씩 한꺼번에 팔려나가기도 한다.
지난달 말 GS건설이 시공한 '반포 자이' 분양사무소에선 미분양으로 남아 있던 300㎡(90평)형 3가구가 한꺼번에 팔려나갔다. 한 가구당 분양가격이 28억원 정도, 총 84억원짜리 계약이었다. 인근 래미안 퍼스티지에서도 지난주 분양가 8억3000만원인 86㎡(26평) 아파트 3가구를 한 명이 계약해 버렸다. GS건설 관계자는 "자금이 풍부한 투자자가 임대 사업용으로 한꺼번에 2~3채씩 계약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강변 초고층아파트 허용, 잠실 제2롯데월드 건립 등의 정책이 발표된 강남에선 잠실주공 5단지, 개포 주공 등 재건축 아파트는 호가가 치솟고 있다. 개포동 개포주공1단지 49㎡(15평)의 경우 지난해 12월 3.3㎡(1평)당 4700만원까지 떨어졌다가 최근 6000만원대로 급등했다.
◆개발 호재 있는 강북 일부 지역도 들썩
개발 계획이 발표된 마포구 상암· 용산구 한남동 등 서울 일부 강북지역에선 집주인들의 눈높이가 갑자기 높아졌다.
회사원 김모(38)씨는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서 아파트를 구하려고 지난 주말 부동산중개업소를 찾았다가 허탕을 치고 돌아왔다. 김씨는 "집주인들이 갑자기 배짱이 생겼는지 불과 2~3주 사이에 아파트 값이 3000만~4000만원씩 올라 기가 차더라"고 말했다.
'서울 DMC 랜드마크 빌딩 프로젝트'가 발표된 서울 마포구 상암동 일대는 최근 1주일 사이 평균 3000만~4000만원 정도 호가가 올랐다. 성동구 성수동 일대에는 서울시가 초고층 통합개발 첫 사업지로 지정하면서 지난해 말 대비 5000만~8000만원씩 아파트 가격이 상승했다.
◆상가·회원권 틈새시장도 반짝
부동산 시장의 틈새시장인 상가시장에도 수도권 택지개발 지구를 중심으로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
지난달 23∼25일 진행된 경기 성남시 판교신도시의 주공아파트 단지 내 상가 입찰에서는 34개 점포 중 6개를 제외한 28개 점포가 낙찰돼 82.4%의 낙찰률을 기록했다. 이 상가에 몰려든 돈이 총 117억원이다.
인천 송도국제도시에서 지난달 분양된 커낼워크 상업시설 중 213개 점포는 초기에 청약이 모두 마감됐다. 현재 계약률이 50%를 넘어섰다. 상가정보연구소 박대원 소장은 "전반적인 분위기는 아니지만 입지가 좋은 지역의 상가 시장 분위기는 예전과 다르다"고 말했다.
골프장 회원권 가격 역시 상승세다. 에이스회원권 거래소에 따르면 1·4분기 회원권 가격은 평균 29%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스트벨리·남촌·렉스필드CC 등 고가 회원권은 지난해 연말 대비 4억~5억원까지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에이스회원권 거래소 송용권 전략기획실장은 "3월 위기설이 '약발'이 떨어지고 골프 시즌이 돌아오면서 3월 중순부터 개인들을 중심으로 가격이 다시 상승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전망은 엇갈려
현재까지 부동산 시장의 오름세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부자'들이 움직이기 시작한 이상 오름세를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닥터아파트' 이영호 리서치센터장은 "저금리로 인한 유동자금이 늘어난 만큼, 강남과 목동 등을 중심으로 나타난 가격 상승세가 다른 지역 부동산으로도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재 부동산 상승세는 호가 위주의 지표이며 단기적·국지적인 현상에 불과하다는 분석도 만만치 않다. 삼성경제연구소 박재룡 수석연구원은 "실물 경기가 회복되지 않는 상태에서 부동산 시장 상승세는 오래 지속될 수 없다"면서 "상승세는 일부 지역에 국한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