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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 상승이냐 '대세' 상승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입력 : 2009.03.24 03:51

    안갯속 걷는 강남 주택 시장
    투기지역 해제 기대감에 지난주 아파트 시세 치솟아
    3월, 실거래는 크게 감소 경제 회복 맞춰 급등할 듯

    서울 강남의 주택 시장이 다시 안갯속으로 들어가는 모습이다. 작년 하반기부터 줄곧 내림세를 보이던 아파트 가격이 올해 1~2월 단기 급등한 뒤 잠시 주춤하다 지난주부터 다시 상승으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이처럼 집값이 '갈지 자'(之) 행보를 거듭하다 보니 부동산 시장에서는 '반짝 상승에 그칠 것'이라는 관측과 '대세 상승의 시작'이라는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규제 완화 소식에 호가만 급등

    3월 들어 잠잠해졌던 강남 지역 아파트 시세가 지난주에 다시 치솟았다. 2~3주 전만 하더라도 10억7000만원에 거래되던 강남구 개포주공1단지 59㎡는 지난주 11억원으로 올랐고 잠실 주공5단지 112㎡(11억1000만~11억4000만원)는 한 주 사이에 3000만~5000만원이 뛰었다.

    이번 가격 상승은 서울 강남·서초·송파 3개구에 대한 투기지역 해제 기대감이 촉매 역할을 했다. 기획재정부 윤영선 세제실장이 지난 18일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 지정 해제를) 필요하면 바로 하겠다. 늦지 않게 하겠다"고 밝히자, 부동산 시장은 수개월 동안 지지부진했던 강남 3구의 투기지역 완화가 임박한 것으로 받아들인 것. 서울 잠실의 K부동산중개업소 사장은 "정부가 조만간 강남을 투기지역에서 풀기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투자자들은 이미 기정사실화하고 있다"며 "이런 영향으로 최근에 아파트를 매물로 내놓았던 집주인들이 가격을 좀 더 올리거나 회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투기지역 해제에 대한 기대감은 이미 집값에 반영됐기 때문에 집값 불안으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한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에서는 강남권 투기지역 해제가 작년 말 강남을 제외한 수도권 투기지역 해제에 비해 파급 효과가 클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우선 투기지역에서 해제되면 매매가 6억원을 넘는 주택을 살 때 적용되는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이 집값의 40%에서 60%로 완화되는 만큼 고가 주택에 대한 투자 여력도 더 커질 것이란 분석이다. 시중에 부동자금이 800조원에 이르고 대출금리가 몇 개월 사이에 크게 낮아졌다는 점도 집값 상승의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실제 주택담보대출 변동 금리의 기준이 되는 3개월짜리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는 작년 10월 연 6.18%에서 최근 연 2.43%로 떨어졌다.
    ◆가격 급등에 크게 줄어든 거래량

    그러나 주택 경기가 대세 상승국면에 들어섰다고 보기는 아직 이르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평가이다.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의 핵심은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다. 최근 주가가 오르고 국내 산업의 수출이 늘어나는 것으로 보이지만 원화 약세에 따른 착시 현상일 수도 있다는 평가가 나올 만큼 향후 경기 회복에 대한 전망은 그리 낙관적이지 않다. 강남 3구가 투기지역에서 해제되더라도 은행 대출의 문턱이 급격히 낮아지기 힘든 만큼 주택 매수 심리가 당장 되살아나기는 힘들다는 지적도 나온다.

    여기에 올해 초 집값이 많게는 1억~2억원 이상 오른 데 대한 부담감까지 겹쳐 실제 주택 거래는 이달 들어 크게 줄었다. 23일 국토해양부가 발표한 '아파트 실거래가 신고 자료'에 따르면 지난 2월 서울 강남의 아파트 거래는 거의 매주 300건을 훌쩍 넘겼으나 3월 들어서는 첫째 주 282건, 둘째 주 181건으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실거래가 신고는 계약 후 60일 이내에 신고하면 되기 때문에 월별 신고건수와 실제 거래는 약간 차이가 날 수 있지만 주택거래신고지역인 강남 3구는 아파트 거래 후 15일 이내에 신고해야 한다. '스피드뱅크' 박원갑 소장은 "강남권이라는 상징성이 있어 투기지역 해제 후 반짝 오를 순 있지만 강남 집값이 비싼 상태고 실물경기도 좋지 않아 상승세가 오래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추가 상승보다 바닥 확인 시기"

    최근의 집값 움직임에 대해선 작년 말을 기점으로 이미 '바닥'(최저점)을 찍고 상승세로 돌아섰다는 쪽과 아직 바닥을 확인 중이라는 쪽으로 전문가들의 의견이 나뉘고 있다. 하지만 아파트 가격이 '브이'(V)자 형태로 단기간에 급등하거나 추가 상승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부동산114' 김규정 부장은 "최근 매수세가 없고 거래량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집값 상승에 큰 의미를 두기는 어렵다"며 "다만 매도 가격이 내려도 거래가 꽁꽁 얼어붙은 작년 하반기보다는 시장 상황이 나아진 만큼 바닥을 다지는 시기로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남의 주택 경기는 현재의 집값 수준에서 등락을 반복하다 거시경제 회복 여부에 따라 방향이 정해질 전망이다. 주택산업연구원 장성수 연구실장은 "강남권이 투기지역에서 해제된다고 당장 집값이 추가 상승하기는 힘들지만 국내 시장에만 유동자금이 800조원에 이르렀다는 점은 유의해야 한다"며 "집값이 완만한 상승 또는 강보합 추세를 보이다 경기 경제 회복과 맞물려 급등할 소지는 매우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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