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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물로 봐라

    입력 : 2009.03.20 03:25 | 수정 : 2009.03.20 07:14

    물 이용해 쾌적한 환경조성 건설사들 '워터 마케팅' 총력
    빗물·폐수 재활용 시스템에 실개천·인공폭포·분수까지

    지난 1월 서울 양천구 목동에서 입주를 시작한 주상복합아파트 '트라팰리스' 지하 1층에는 340t 규모의 빗물 저장 탱크가 놓여 있다. 비가 내리면 옥상이나 단지내 바닥에 설치된 배수로를 따라 흘러들어온 빗물을 모아두기 위해서다. 모인 빗물은 단지 곳곳에 심어진 잔디·나무 등에 필요한 조경 용수로 사용된다.

    각 가정에서 샤워나 설거지를 하면서 쓴 생활용수도 여과작업을 거쳐 화장실 변기 배수용수로 다시 쓴다. 삼성건설 친환경에너지연구소 백영석 부장은 "이 단지에서만 하루 평균 빗물 20t과 생활폐수 200t을 재활용해 연간 2500만원을 아낄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아파트 등 주거용 건축물을 짓는 건설사들의 화두는 '물'(水)이다. 주거 생활문화에서 친환경과 에너지 절감이 최대 관심사로 부각되면서 물을 아끼고 재사용하는 등 다양한 활용법이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특히 건설업계는 쾌적한 주거 공간을 조성하는 데 물이 가장 효율적이라고 판단, '물'의 가치를 높이는 '워터(water) 마케팅'에 주력하고 있다.
    쓰고 또 쓰는 '물'

    예전의 건축물들은 비가 오면 주변의 침수 피해를 막기 위해 빗물을 최대한 빨리 주변 하천으로 흘려보내도록 설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아파트 단지 안에서도 빗물을 더 활용할 수 있는 방법과 기술을 찾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우수(雨水) 및 중수(重水) 처리 시스템'이 대표적이다. 즉, 빗물을 모아두거나 생활 오·폐수를 수생식물이나 미생물로 정화한 뒤 단지 안팎을 청소하거나 연못이나 분수대 용수로 다시 사용하는 방식이다.

    재활용 시스템은 단순히 물을 절약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홍수 예방에도 상당한 도움이 된다. 시멘트 바닥 위에 대규모 아파트가 세워지면 폭우가 내릴 때 땅에서 빗물을 흡수하지 못해 주변 저지대 주택가가 침수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 광진구 자양동에 들어선 주상복합 '스타시티'는 중앙공원의 조경 용수와 분수·실개천·공용 화장실 용수로 빗물을 쓴다. 1년간 재활용한 빗물은 약 4만t. 전체 1310가구가 1년간 사용하는 수돗물(20만t)의 20%에 해당한다. 그러나 이 시스템을 도입한 취지는 에너지 절감보다 홍수 예방이 더 컸다. 건물 공사 당시 관할 구청이 이런 문제점 때문에 건물 용적률 3%를 늘려주는 대신 빗물 처리 시스템을 설치하도록 한 것이다.

    빗물 재활용 시스템은 도시 전체에도 적용 중이다. 경기도 수원시가 도시 전체의 빗물을 모아 생활용수로 재활용하는 이른바 '레인시티'(rain-city) 사업을 올해부터 추진한 것. 수원시는 "10년 뒤에는 연간 439만8000t의 빗물을 재활용할 것"이라며 "금액으로 환산하면 연간 42억6000만원을 절약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밝혔다.

    주거환경 조성에 '물' 으뜸

    아파트 단지 안팎을 여유롭고 쾌적한 주거 환경으로 꾸미기 위해 환경친화적 수경 공간을 조성하는 것도 새 주거건축 문화로 자리 잡았다. 작년 말 서울 서초구 반포동에서 입주를 시작한 '반포 자이'에는 단지 곳곳에 심어진 나무와 산책로를 따라 길이 750m의 실개천이 흐르고, 어린이들이 물놀이할 수 있는 미니 카약장과 음악분수, 인공 폭포 등이 마련됐다. 여기에 사용되는 물은 GS건설이 한강용수인 반포천에서 물을 끌어오고 정화 작업을 거쳐 사용 중이다. 인근 지역에서 오는 7월 입주를 준비 중인 '반포 래미안 퍼스티지' 역시 한강물을 이용해 단지 안에 3976㎡(1200평) 규모의 대형 인공호수를 꾸몄다.

    단지 주변에 오래전부터 있던 자연 하천이나 수로(水路)를 복원하는 경우도 생기고 있다. 경기도 양주시 삼송동에 있는 '양주 자이' 입구에 흐르는 실개천은 이곳이 아파트 단지로 조성되기 전부터 있던 개울을 복원한 것. 경기도 김포에 조성되는 김포한강신도시는 인근 한강변까지 땅을 파내는 방법으로 한강물을 끌어들여 도심에 16㎞의 수로가 흐르도록 했다.

    연세대 건축학과 이승복 교수는 "주거공간의 의미가 단순히 잠자는 곳에서 생활공간으로 발전하면서 물의 중요성도 높아지고 있다"며 "에너지절감 효과 외에 수변(水邊)공간을 통해 단지와 주변 도시의 미적 가치를 높인다는 점에서 상당한 효과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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