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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Close up] 강남 오피스 텅~ "세입자 급구(急求)! "

    입력 : 2009.03.18 21:38 | 수정 : 2009.03.19 03:55

    불황 맞은 입주 기업들 더 싼 곳 찾아 탈출 러시
    중소형 신축빌딩 더 타격 "장기화땐 임대료 급락"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있던 외국계 기업인 A사는 지난달 동작구 사당동으로 사무실을 옮겼다. A사는 삼성동의 빌딩 한층 전체(5200㎡·약 1600평)를 월 1억6000만원에 임대해 사용하고 있었다. 하지만 경기 침체로 매출이 줄자 사무실을 이전하기로 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지금 같은 상황에선 임대료가 비싼 강남에서 버티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새로 옮긴 사무실은 강남과 멀리 떨어져 있지 않지만, 임대료는 절반 수준이다.

    ◆임대료 싼 사무실 찾아 강남 탈출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세계 금융위기와 경기 침체 여파로 서울 강남의 업무용 빌딩(오피스)이 하나둘씩 비고 있다. 부동산업계에서는 10여년 전 IMF 금융위기 당시 강남 테헤란로 오피스가 텅텅 비었던 최악의 사태가 다시 벌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 섞인 예측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부동산 투자 자문업체 '세빌스코리아' 홍지은 팀장은 "서울 강남 테헤란로 주변은 다른 지역에 비해 오피스 보증금과 임대료가 상대적으로 비싸기 때문에 경기 침체의 영향이 가장 먼저 나타난다"고 말했다. 비싼 강남 빌딩에 입주해 있던 기업들이 사무실 면적을 줄이거나 임대료가 상대적으로 싼 외곽지역으로 떠나기 때문이다. 게다가 경기 침체를 이기지 못하고 부도·폐업 등으로 문을 닫는 중소기업도 늘고 있어 강남을 비롯해 서울 도심지역의 오피스 공실률도 높아지고 있다. 강남의 20층 이상(연면적 6600㎡·약 2만평) 대형 오피스 공실률은 2008년 1분기 1.9%에서 2009년 1분기 2.4%로 높아졌고 광화문을 비롯한 서울 도심은 같은 기간 0.5%에서 1.8%로 증가했다.
    ◆신축 중소형 빌딩은 세입자 구하지 못해 텅텅 비어

    작년 11월에 준공한 서울 교대역 주변 빌딩은 현재 15층 중 3개 층만 입주하고 나머지는 텅 비어 있다. 경기 침체가 이미 시작돼 입주회사를 구하기 힘들었기 때문. 문제는 대형 빌딩보다 중소형 오피스 빌딩의 공실률이 더 심각하다는 점. 업계에선 강남구청 사거리 주변에 있는 높이 10층 안팎(3300㎡·약 1만평)의 빌딩 공실률은 20%대이고, 논현역 주변과 도산대로변은 10~12%, 여의도 국회의사당 인근 빌딩은 7~8% 정도가 빈 사무실로 남아 있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강남권에서 사무실 중개업을 하는 D부동산중개소 이상엽 실장은 "강남에 새롭게 진입하려고 사무실을 찾는 업체들은 크게 줄어든 반면 임대업자들은 세입자 구하기에 여념이 없다"며 "손님들도 대부분 예전에 있던 사무실보다 더 작고, 더 싼 물건을 찾는 사람들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사무실 임대료는 크게 떨어지지 않고 있다. 빌딩에 몇개 층이 비었다고 해서 건물주가 보증금과 임대료를 깎아 세입자를 모집하면 기존 세입자들이 "왜 우리에게만 비싸게 받느냐"며 반발하기 때문이다.

    ◆2012년 이후 오피스 과잉 공급으로 이어져

    그러나 경기 침체가 장기화된다면 빈 사무실이 걷잡을 수 없이 늘어 임대료는 물론 오피스 매매가격도 떨어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실제 오피스 매매가격은 작년 하반기부터 떨어지기 시작했다. 서울 강남과 광화문·여의도 등 주요 지역의 대형 업무용 빌딩의 경우, 지난해 상반기 3.3㎡(1평)당 1500만~2000만원 하던 매매가격이 현재는 1100만~1600만원으로 30% 정도 하락했다.

    지난 3~4년간 건설업체들이 핵심 상업지역에 오피스 대신 주상복합아파트를 주로 지으면서 오피스 공급량이 줄어들어 공실률이 그나마 안정적이라는 평가다. 그러나 오는 2010년 이후부터 여의도 국제금융센터, 상암 국제비즈니스센터, 용산 국제업무지구 등 초고층·초대형 빌딩이 대규모로 들어설 경우 공급 과잉으로 임대료가 급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부동산투자자문회사 '저스트알' 이종우 차장은 "지난해 2분기까지만 해도 오피스가 부족한 상황이었는데 지난 1월부터 경기침체 영향이 급격하게 오피스 시장에도 나타나고 있다"며 "경제상황이 회복되지 않으면 오피스 공실률과 매매가격 하락폭은 더 증가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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