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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북 "전세금 오른다고? 남(南)의 얘기"

    입력 : 2009.03.13 03:05

    서울 송파·서초 등 급등 非강남권은 하락세 허덕
    수도권도 '양극화' 뚜렷 "전세계약 연말로 미뤄라"

    서울 마포구에 사는 이모(여·35)씨는 다음 달 서초구로 이사 가려던 계획을 잠시 미루기로 했다. 현재 사는 전셋집은 보증금이 5000만원 가까이 떨어지고 세입자를 찾기도 어려운데 반포 지역 새 아파트의 전세금은 불과 몇 달 사이에 1억원 넘게 뛰었기 때문이다. 이씨는 "작년 말까지만 해도 거의 비슷했던 전세금이 이렇게 크게 벌어질 줄 몰랐다"고 말했다.

    서울의 아파트 전세금이 다시 양극화되어 가고 있다. 지난해 대단지 아파트의 입주가 시작되면서 세입자를 구하지 못해 역(逆)전세난이 벌어졌던 서울 강남의 전세금이 올 들어 크게 오른 반면 작년에 강세를 보였던 강북권은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신규 아파트 위주로 1억 이상 올라

    최근 서울에서 아파트 전세금이 급등한 지역은 서울 송파·서초·강동구 등이다. 이들 지역의 공통점은 지난해 신규 대단지 아파트 입주와 함께 공급량이 한꺼번에 늘어나면서 전세금이 크게 떨어졌다. 그러나 올 들어 아파트 입주가 속속 마무리되면서 불과 2~3주 만에 많게는 1억원 이상 오르는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송파구 신천동 '잠실 파크리오' 108㎡(32평)는 작년 하반기 인근 지역에 아파트 6000여 가구가 동시에 입주할 때만 해도 전세 시세가 2억3500만원 정도였다. 그러나 이 아파트는 최근 전세 매물이 소진되면서 전세금이 3억3500만원으로 1억원 올랐다. 작년 12월에 입주를 시작한 서초구 '반포 자이'(116㎡·35평) 역시 2억3000만원까지 떨어졌던 전세 보증금이 4억2000만~4억7000만원까지 뛰었다.

    신규 입주 아파트에서 시작된 전세금 상승세는 주변 지역으로 퍼져가는 양상이다. 값싼 전세 매물이 동나자 수요자들이 인근 아파트로 눈길을 돌리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강동구 암사동 '롯데캐슬퍼스트'(112㎡·34평)는 최근 보름 사이에 7500만원 정도 올랐다. 반포의 L부동산중개업소 대표는 "입주가 시작될 때만 해도 잔금을 마련하지 못한 집주인들이 급매물을 내놓으면서 전세금이 급락했다"며 "하지만 지금은 비싼 값에도 매물이 없어 집주인들이 보증금을 계속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비강남 지역은 전세금 계속 떨어져

    그러나 강남 지역을 제외한 서울의 나머지 지역은 전세금이 계속 떨어지고 있다. 무엇보다 지난해 강남 전세금이 크게 하락할 때 오히려 오른데다 작년 말부터 뒤늦게 하락세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게다가 경기 침체에 상대적으로 더 큰 타격을 입은 서민들이 주로 생활하는 중소형 주택 밀집 지역일수록 전세 수요가 더 위축됐다는 분석이다.

    실제 작년 말 1억3500만원이었던 노원구의 '상계2차 중앙하이츠'(82㎡·24평)의 전세 보증금은 최근 1억1100만원으로 15% 하락했다.

    작년 6월부터 입주가 진행 중인 은평뉴타운 주변의 아파트들도 약세를 이어가고 있다. 불광동의 '북한산 힐스테이트' 112㎡는 전세금(1억9500만원)이 최근 3개월 만에 4000만원 하락했을 정도다. 노원구에 있는 P부동산공인 관계자는 "올해는 봄철 이사 성수기를 느낄 수 없을 정도로 거래가 침체돼 있다"며 "집주인들도 종전 전세금으로 재계약을 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도권으로 양극화 현상 확산

    전세금 움직임이 지역에 따라 크게 갈리는 것은 수도권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신규 단지 입주로 가격이 크게 떨어진 과천시는 다시 큰 폭의 상승세를 보인 반면, 기존 주택들로 이뤄진 분당·일산·평촌 신도시는 여전히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회사원 박모(41)씨는 2주 전 분당에서 판교신도시로 이사를 했다.

    주변에 상가·학원 등 편의시설은 부족하지만 같은 크기(109㎡)의 아파트 전세금이 분당(2억~2억2000만원)보다 5000만원 정도 낮아 금융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반면 경기도 과천에서는 2900가구 규모의 '래미안 슈르'가 작년 8월 입주를 시작하면서 전세금이 2억원대 초반(109㎡ 기준)까지 떨어졌으나 최근 들어 다시 8000만원 올랐다.

    "전세 계약은 하반기로 미루는 게 좋아"

    일부 지역이기는 하지만 전세금 불안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우선 서울과 수도권의 아파트 신규 물량이 거의 없어 전세 물량이 부족할 것이라는 분석에서다. 부동산정보업체 '스피드뱅크'에 따르면 다음 달 서울과 수도권에 입주가 시작되는 아파트는 1506가구이고 이마저도 임대 아파트가 대부분이다. 세계 금융 위기와 경기 침체 여파로 주택 매입을 미루고 전세에 머무르려는 수요도 늘고 있다. '부동산114'의 김규정 부장은 "서울에서 전셋집을 마련할 요량이라면 이사 시기를 대규모 아파트 공사가 마무리되는 올 하반기 이후로 미루는 게 좋아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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