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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 집값보다 높아진 분양가 재개발 어찌하오리까

    입력 : 2009.02.24 03:14

    주변 시세 낮아지며 분양 시기 연기 등 차질생겨
    분양가 낮추면 조합원이 반대, 높이면 사업성 없어
    집값 회복되지 않는 한 성공하기 어려울 것

    서울지역 곳곳에서 진행 중이던 재개발·뉴타운 사업이 좌초 위기에 놓였다. 최근 재개발 단지의 조합원 지분 가격이 주변 시세나 일반 분양가보다 낮아지거나 비슷해지면서 분양 시기를 연기하는 등 사업에 차질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스피드뱅크' 김은경 팀장은 "조합원 간의 보상과 추가분담금 문제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재개발·뉴타운 사업이 높은 분양가와 주변 집값 하락으로 난관에 봉착해 있다"며 "집값이 회복되지 않는 한 사업을 본격 추진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반 분양가 아래로 떨어진 조합원 지분가격

    작년 말 일반 분양에 들어갈 예정이었던 서울 성동구 왕십리뉴타운의 일부 지역은 분양시기를 올 하반기로 1년 가까이 연기했다. 거주민들의 이주와 철거가 늦춰진 것도 있지만 세계 금융 위기와 경기 침체에 맞물려 주변 부동산 가격이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이들 아파트의 관리처분계획상 일반분양가(108~110㎡ 기준)는 약 5억9000만~6억원 선. 그러나 최근 이들 주택에 입주할 수 있는 조합원 지분의 급매물 가격은 최저 5억5000만원까지 떨어졌다.
    올해 상반기 분양을 목표로 준비 중인 마포구 아현동 재개발 지역도 주변 시세보다 높은 일반 분양가로 인해 사업이 지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관리처분계획상 105㎡형 아파트의 일반분양가는 7억3000만~7억6000만원 선. 하지만 지난해 6억3000만원에 거래됐던 같은 크기의 조합원 지분은 현재 5억6000만원에 매물이 나와 있다. 주변의 기존 아파트 시세 역시 일반 분양가보다 낮은 상태다. 아현동 마포트라팰리스2차(117㎡)는 현재 5억3000만~5억8000만원, 신공덕동 삼성래미안1차(109㎡)는 5억~6억2000만원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재개발·뉴타운의 일반분양가가 높게 책정된 데는 경기 침체와 더불어 건설업체들이 분양가 상한제를 피하기 위해 관리처분인가를 무리하게 신청했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평가다. 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장은 "2007년 말 분양가 상한제 적용을 받기 전까지 조합원 동의를 얻기 위해 조합원의 추가부담금 비중을 낮추다 보니 결국 일반 분양가를 높게 책정할 수밖에 없게 된 것"이라며 "더욱이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면서 일반분양가가 주변 시세보다 높아져 분양 성공을 장담할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분양가 인하로 투자자는 손해 더 커져

    그렇다고 재개발·뉴타운 사업의 속도를 높이기 위해 일반 분양가를 낮추는 것도 현실적으로 어려운 실정이다. 재개발·뉴타운 사업비는 기본적으로 조합원의 추가부담금과 일반 분양금으로 충당되는데, 여기서 일반분양가를 낮추게 되면 추가부담금은 자동으로 올라갈 수밖에 없어 조합원들의 거센 반발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서울에서 뉴타운·재개발 사업이 본격화되던 시절, 1억~2억원 이상의 프리미엄을 주고 개발 예상 지역의 다세대 주택을 매입한 투자자들은 일반 분양가 인하에 더 큰 손해를 입을 전망이다. 실제로 작년 6월 왕십리 뉴타운 66㎡형 다세대 주택의 매매가는 6억3000만원 정도. 그러나 최근 이 주택은 프리미엄이 완전히 사라져 최근에는 5억7000만원에 거래됐다. 동대문구 장위뉴타운 33㎡의 경우도 지난해 3.3㎡당 2500만원까지 올랐던 지분가격이 현재 1500만원 수준으로 떨어졌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정부의 민간 주택에 대한 분양가상한제가 오는 3월 중에 폐지되면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재개발 사업이 다시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분양가 상한제가 폐지되면 일반 분양가를 올릴 수 있어 조합원들의 추가부담금이 낮아지는 등 수익성이 개선될 것이란 계산에서다.

    집값 회복되기 전 재개발 추진 힘들어

    하지만 지금처럼 주택경기가 침체된 상황에서는 일반분양가를 올리기 쉽지 않은 만큼 재개발 사업이 다시 활기를 띠기는 쉽지 않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스피드뱅크' 박원갑 소장은 "이론적으로는 일반 분양가가 올라가면 사업성이 좋아지지만 요즘 같은 시기에는 주변 시세보다 높은 가격으로 분양에 성공하기는 어렵다"며 "실제로 2007년 11월까지 관리처분을 받아 분양가 상한제를 피한 단지 중에도 미분양을 우려해 일반분양 시기를 미룬 곳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부동산114' 김규정 부장은 "일반분양가를 낮추면 조합원이 반대하고 분양가를 높이면 사업성이 없는 만큼 사면초가인 셈"이라며 "집값이 회복되지 않는 한 일반분양을 앞둔 조합과 건설사의 고민은 더욱 깊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관리처분

    재개발·재건축 사업 진행 과정에서 조합원들 간의 권리를 확정하는 단계로 조합원마다 갖게 될 지분과 부담금 등이 정해진다. 또 관리처분 인가를 받은 경우 조합원의 이주와 철거 작업을 거쳐 사업이 본격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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