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09.02.16 06:40
정부 양도세 감면 조치에 수도권 시장 모처럼 활기
'양도세 면제' 용인 일부·김포에 관심 쏠려
지방은 "세제 혜택 별로 못볼 것" 무덤덤
14일 오후 경기도 분당신도시 오리역 주변 모델하우스촌(村). 지난해 용인에 공급됐던 미분양 아파트 모델하우스 6~7개가 밀집해 있는 이곳에는 학교 운동장만한 주차장이 자동차로 가득 차 있었다. 용인시 성복동의 아파트를 분양 중인 현대건설 이병헌 분양소장은 "며칠 전까지만 하더라도 하루에 평균 10명 정도만 모델하우스를 찾았는데 지난 금요일부터 방문객 수가 200명으로 크게 늘었다"며 "현금 500만원을 내고 가계약을 맺은 투자자들도 10명이 넘었다"고 말했다.
평소 40~50명 정도가 찾았던 용인 신봉지구 동일하이빌 모델하우스 역시 지난 주말 방문객 수가 300~450명으로 급증했다. 동일하이빌 관계자는 "정부의 양도세 감면조치 덕분에 문의전화도 급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주말 김포에 있는 GS건설의 아파트 모델하우스도 30~40대 부부방문객이 부쩍 늘었다. 정부의 발표 전까지만 해도 문의 전화가 하루에 10통 안팎에 불과했지만 이번 주말에는 하루에 문의 전화는 30~40통, 내방객도 30~40명으로 늘었다. 투자자들의 가장 큰 관심은 세제 혜택. "김포는 양도소득세 완전히 면제받는 지역이라던데 이 아파트도 면제 받죠? 취득·등록세도 면제해 준다던데… 사실인가요?"
이날 김포의 모델하우스를 찾은 김모(여·39·강서구 등촌동)씨를 비롯해 투자자 대부분은 정부의 양도세 및 취득·등록세 감면 조치가 실시되면 주택을 구입할 때 어느 정도 이익을 볼 수 있는지를 집중적으로 물어봤다. GS건설 김정훈 분양소장은 "방문객들 중에 김포나 서울 강서 지역에 사는 실수요자들도 많지만 투자 목적으로 아파트를 구입하려는 분도 상당수된다"며 "아파트 구입 시 세제 혜택 여부와 주변 아파트 시세와 분양가 차이를 묻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의 초강도 규제 완화에도 지방 분양 시장은 꿈적도 않는 분위기였다. 경기 침체의 체감 온도가 수도권에 비해 더 꽁꽁 얼어붙은 데다 집값 하락의 폭도 서울과 수도권보다 커 주택 투자에 따른 양도세 감면 혜택을 기대하기가 사실상 힘들다는 판단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광주광역시에서 아파트를 분양 중인 A건설사의 모델하우스에는 정부 대책 발표 이후에도 찾는 사람이 거의 없다. 이 아파트의 분양소장은 "기존 아파트값이 계속 떨어지면서 신규 아파트 분양가보다 집값이 크게 낮아진 상태에서 누가 세제 혜택을 노리고 아파트를 분양받겠느냐"며 한숨을 내쉬었다.
부동산 전문가들도 이번 정부의 부동산 세제 완화 조치로 지방과 수도권 분양시장의 양극화가 더 짙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닥터아파트' 이영호 리서치센터장은 "양도세 감면 대책은 분양시장에서 시세차익을 보장해 주는 것이어서 용인·김포 등 수도권 인기 지역에는 분양권에 프리미엄도 붙고 거래도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하지만 지방의 미분양 아파트는 가격을 크게 내리지 않는 한 정부의 규제 완화만으로는 미분양 해소가 힘들어 보인다"고 말했다.